“하하! 공주님, 별 걱정을 다하시는군요. 제가 왕자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제가 알 지 못하는 정보와 갈 방향만 제시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저한테 맡겨주십시오.”호쾌하게 말하는 달천을 바라보며 포미아 공주는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의 말처럼 어떤 문제도 그가 쉽게 처리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 것이다. 반달눈매가 이제는 믿음직스럽게 보이는 공주였다.“아마도 자이루 경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는 타솔 공작의 조카이자 그 세력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무척 강하거든요. 오늘 그와 같은 봉변을 당했으니 필히 복수하러 올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심이 좋
2019-03-18
“흠, 보아하니 아직 앞날이 창창해 보이는데 죽이는 것은 조금 그렇고 잠시의 교육을 통해서 새롭게 거듭나게 해야겠구나.”날아가서 거의 실신 지경이 되었던 자이루는 눈이 시퍼렇게 멍 든 채로 벌떡 일어났다.“이런 방자한 놈 같으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행패냐.”“왕자, 저 녀석이 누구냐?”“네, 타솔 공작의 큰조카이며 왕실 내군의 대장을 맡고 있는 자입니다.”“호오, 그래? 겨우 내군의 대장 따위가 왕자한테 무례하단 말이지.”끝말이 채 다 나오기 전에 어느덧 자이루 코앞에 선 달천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넌 일단 가볍게, 말하는 법부터 배우자.”빠박! 퍼퍽! 찰싹찰싹!불과 눈 깜짝할 시간에 수십 대는 얻어터진 자이루는
“흠, 감사는요. 내 여자인데 당연히 내가 지켜야지요.”이 녀석의 눈치를 보아하니 감히 자기 상전인 소로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 내 여자를 강조하며 말하는 달천이었다.“야아, 또 그런 소리 한다. 내가 왜 당신 여자야?”강하게 부인하는 소로본은 자신도 모르게 내 여자란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당신 또다시 그런 말 하면 가만 안 둘 거야.”이때까지만 해도 달천과 소로본은 자신들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둘 다 다시 만났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는 것. 또 하나는 둘이서 이렇게 함께 가니 세상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다.최근에 서대륙의 재담꾼들은
“아참, 그리고 쓸 만한 검이 있으면 한 자루 주게나. 난 본래는 검이 필요 없는데 이 세계는 어찌나 다들 부실한지 본신 무공을 쓸 일이 별로 없더라고. 그냥 적당히 처리할 때는 검이 하나 있는 게 나을 거 같으니 하나 부탁함세.”플래너는 달튼의 검술을 한 번 견식해본 적이 있는지라 이해가 갔지만 아스마엘을 비롯해 나머지들은 이 말에 까무러칠 지경이었다,‘그게 본신 무공이 아니면 대체 그 다음은 뭐지?’“그야 어렵지 않지. 다만 돈 문제는 앞으로 아스마엘에게 일임하게. 그가 자네 비서 역할도 하니 앞으로는 그에게 맡기면 될 거야. 자네 체면에 돈 때문에 신경 써서야 되겠는가. 잠시만 기다려보게.”안으로 들어갔던 플래너가
“쥐새끼들처럼 귀엽게들 모여 있구나. 너희들이 죽는 이유는 우리가 제거해야 할 달튼이라는 자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지옥에 가서 누가 묻거든 그렇게 대답하여라. 잘 가라, 벌레들아. 썬더볼트!”마지막에 들리는 커다란 주문과 함께 엄청난 빛이 창을 통해 비춰왔고 그와 동시에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콰쾅!와르르르.“마왕님께서 요즘 너무 예민하신 것 같군. 이런 벌레 같은 녀석을 죽이는 데 우리를 보내시다니.”여전히 거북한 음성을 내뱉는 자의 정체는 까마득하게 높은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몸체의 그림자였다.그는 지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의 눈앞에는 방금 전까지 찬란하게 서 있던 성이 박살이 나 있었고 그 안에 누
“아무래도 이번 일은 형님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타솔 공작을 상대하기엔 저의 세력이 너무 약합니다.”“내가? 이봐, 동생. 난 이번 카운티 영지에서 일어난 일들 때문에 중대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엄청나게 시간적 손해를 보고 있다구. 그런데 또 왕실에서 일어난 일까지 개입하면 이 형은 언제 목적을 성취하겠는가. 게다가 일국의 왕자인 자네가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없지는 않을 것 아닌가.”그렇다. 달천이 이계에까지 와서도 그 힘든 수련을 또다시 한 것은 오로지 장가가기 위한 목적 하나 아니었는가. 누가 뭐라 하든지 그의 머릿속엔 이 생각이 잠시도 떠나지 않고 있었으니…….이때, 아이미가 나섰다.“오빠, 슬리버 왕실엔 꽃같
역시 드래곤답게 정확한 추측을 하는 아스마엘이었다.“내 생각 역시 그러네. 결국 마왕의 첫 번째 카드가 달튼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 것이겠구먼.”“그런데 플래너 님, 전에 말씀하신 대로 달튼 형님의 검술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아스마엘의 말에 플래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아니, 겨우 언데드 병사들을 상대하는 데 달튼이 검을 썼는가?”“네, 그렇습니다. 그 빠른 검술에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그때의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말해보게.”달천이 검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 플래너는 말했다. 아스마엘은 오늘 달천이 검을 이용해 적들을 상대한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쯧, 어지간히도 몸이 근질
“아, 오늘 여기서 뼈를 묻겠구나. 죽는 건 무섭지 않지만 기다리는 가족들이 걱정이네.”기사 중 한 명이 옆에 있는 동료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도 팔라딘 급 기사이고 평소에 용감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자다. 하지만 모두의 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죽음에 대한 예감을 말하자 동조의 눈빛을 보냈다.“흐흐흐, 너희들이 우리 눈에 띈 이상 여기서 벗어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 후회하면서 죽어가리라.”언데드들의 리더로 보이는 자는 바로 얼마 전에 장군 묘에 출현했던 네크로맨서인 왁센이었다. 그는 이 순간 더할 수 없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놀구 있네.”왁센이 한껏 분위기를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 앞까지 온 츠부야는 벌어진 틈 사이로 살짝 그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왁센 외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대체 왁센은 누구와 대화하는 거지?’“서둘러라. 이제 곧 내가 세상에 재림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 한 달을 줄 테니 그 안에 지시한 모든 것을 완료하여라.”“넵, 위대하신 헬로스 마왕님의 재림만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그때까지 절대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것이니 염려놓으십시오.”‘커헉! 헤…… 헤…… 헬로스 마왕이라니.’츠부야는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마왕 헬로스는 마계의 십마왕 중 일곱 번째 마왕으로서 오로지 파괴와 죽음만을 추구하는 절대마왕이기에 네크로맨서들이나
“아니, 형님 아니십니까?”“오! 아우, 여기서 또 만나는구먼.”“네, 형님. 반갑습니다.”모두 입을 딱 벌리고 경악하는데, 사실 카라얀 왕자는 전에 헤어질 때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달천을 형님으로 모시기로 결심했던 것이다.“아니, 왕자님. 언제 형님이 계셨습니까?”공작은 혼란스러웠다.분명 첫 번째 왕자인데 형님이라니? 자신도 모르게 국왕이 벌써부터 다른 왕자를 두고 있었단 말인가.“공작님, 그건 아니지만 앞에 계신 이분은 저와의 인연이 있어서 제가 형님으로 삼게 된 분입니다.”그러면서 왕자는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하지만 왕자님, 왕자님께선 혼자만의 몸이 아니십니다. 아무리 왕자님을 구
이러한 영지의 위상을 높이는 데는 어린 나이에 영지와 작위를 물려받아 끊임없이 노력해온 현재의 영주인 발라하 드 카운티 공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목조를 소재로 온갖 조각과 장식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있는 실내. 커튼의 색상은 그린에 가까운 파스텔 톤이어서 목조 장식들과 조화를 잘 이루며, 고풍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한 벽에 걸려있는 각종 훈장과 오랜 세월을 거쳐 온 듯한 비범한 그림들이 이방 의 주인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영주님, 제1왕자님과 일행들이 거의 다 오셨답니다.”매부리코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사십대 남자가 카운티 공작에게 이렇게 보고했다.“알겠네, 모르자크. 내 직접 나가보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플래너가 본신으로 싸움에 임했는데 어찌 상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아스마엘은 플래너가 왜 당연한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네. 그의 진정한 실력은 바로 검술에 있었다네.”“네에? 어, 어찌 그럴 수가?”“난 그가 검을 꺼내 든 모습은 한참을 같이 지낸 후에야 볼 수 있었는데,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믿기지가 않는다네.”플래너는 회상하듯 눈을 감았다.그날도 둘은 ‘달튼 매너형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열심이었다.“아니, 이 사람!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네그려. 그 동작은 거기서 턴을 한 번 해야 한다고 몇
“달튼 씨, 저 아저씨들 불쌍해 보이는데 살살 해요.”아이미의 이 말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졸도해버리고 말았다.“에잇, 재수 없으려니 미친 연놈들을 상대하게 되네.”“이봐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손봐주자고.”이런 대화를 하면서 이들은 순간적으로 달천과 아이미 앞으로 날아와 날카로운 검을 휘둘렀고, 이것을 본 왕자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퍼퍼벅. 뚜둑. 팡팡!“케에엑! 으아악!”요란한 소리와 함께 먼지가 피어오르며 그와 동시에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그래도 미친 자들인데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먼지가 걷히자 그러한 동정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허억! 저,
사이먼 후작이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바로 그때,“아이미 양, 저 번쩍번쩍하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사라 불리는 작자들이오?”“네, 맞아요. 복장으로 보아하니 한쪽은 왕실 소속기사단 같아요.”긴장감이 넘치는 이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이상한 것은 거리도 상당히 있어 보이고 말소리도 작은 듯한데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린다는 것이 문제였다.“그런데 저기 콧수염 아저씨는 어째 내가 그동안 상상하던 기사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가 않네. 얍삽하게 생겨도 기사 작위는 주나 보네요?”“달튼 씨, 아직도 사람 외모만 보고 판단하시면 어떻게 해요? 얍삽하게 생겨도 실력은 제법 있나 보죠.”콧수염…… 아저씨…… 야압삽
술잔인지 술대접인지 모를 커다란 그릇에서 고개를 뗀 달천을 보고 그들은 할 말을 잊고 말았다.“아, 아닙니다. 말도 없이 술만 마시기에 물어봤습니다.”고개를 든 달천의 얼굴에는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참, 달튼 씨는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이 질문에 소로본은 살짝 달천을 바라보았다.“아이미 양이 이번 성인식 동안에 들러야 하는 곳이 있어서 슬리버 왕국 동쪽으로 갈 예정입니다.”“어머, 동쪽이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거지요?”첼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달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그쪽에 슬리버 왕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규모의 카운티 영지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미 양 말로는 그 영지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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