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걱정 마. 이번에는 과거에 세운 계획들하고 판이하게 차이를 보이니까…….” 태민이 말했지만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되는 아린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전히 환한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 계획에서 너의 비중이 제일 크다. 내가 할 일보다 네가 할 일이 더 중요해. 지금부터 나는 저들에게 가서 말을 걸 거야. 그럼 너는 아무런 말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그리고 저들하고 이야기하다가 내가 너한테 한 가지 일을 시킬 거야, 그 일만 하면 돼.” “방금 제 비중이 크고 제가 할 일이 중요하다면서요. 그런데 너무 간단한 거 아니에요?” “간단하긴 한데 그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 그럼 가자.”
2019-11-05
“아! 혹시 그날 말하는 거냐? 네가 엄청난 실력을 가진 용병을 봤다고 떠든 그 날?” “어! 맞아! 바로 그날! 진짜 환상이었다. 혼자의 몸으로 상당한 실력이 있어 보이는 용병들 다섯을 일순간에 고꾸라뜨리는… 너희도 봤어야 했는데…….”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잖아요! 지나루스의 황제하고 용병왕이 오랜 친구라는 소리면 용병 길드의 통합은 두 사람의 계획에 따라 나온 결과물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요!” “…….”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마저도 자신들이 용병활동을 하는 것에 커다란 회의를 느끼는 표정이었다. 그런 그들을 태민은 흥미롭다는 듯이 쳐
“저기, 용병 길드를 찾는데 어디에 있는지…….” 태민이 가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기는 하지만 저렇게 길을 찾는다고 맡기면 상당히 잘 찾는다. 하지만 자신들은 이곳 지리에 대해 하나도 모르기에 그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했다. 게다가 용병 길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불안감은 배가 되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물어본 것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이 마을에 용병 길드가 있었고 아린은 그 사람에게 친절하게 길드의 위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멀뚱히 서 있는 태민을 가볍게 째려봐준 후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태민은 찍소리도 못하고 그 뒤를 졸졸졸 쫓아갔다. 그렇게 용병
“언니…….” “잠깐 헤어지는 것뿐이야. 시간이 되고 때가 되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울지 말고 웃어야지.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기면 태민이가 싫어할 걸?” 루비에드는 일부러 장난치듯이 말했지만 그것은 아린에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러고 있으면 아린을 따라 자신도 울 것만 같았다. “자, 작별인사도 너무 길면 안 좋은 거라는 거 동생도 알지? 분명히 말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되고 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울지만 말고. 나중에 다시 만날 때를 기다려. 그럼 어디로 보내줄까? 작별인사라는 의미에서 내가 너희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줄게. 솔직히 태민이 너를 봐서는
“후우.” 솔직히 아린은 아직 파천류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저 오우거들이 지금까지 수련상대가 되어준 오우거인지는 모르지만, 저들을 통해 단시간에 상당한 성장을 볼 수 있었기에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조금 무리를 한 것이다. 아린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을 본 루비에드는 그녀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줄까 했지만 치명상을 입지 않은 한 회복마법을 걸어주지 말라는 태민의 엄포가 있었기에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처음에는 태민의 그런 말을 무시하고 회복마법을 걸어줬다가 혼난 적이 있었다. 그때 루비에드는 힘겨워하는 것이 측은해서 해준 건데 왜 그러냐고 따졌다. 그러
푸욱! 케에에에에엑! 검기로 검식을 펼쳐서일까? 그냥 검만 휘둘렀을 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오우거의 복부에 검이 박혔다. “아무리 질겨도 검기를 쓰면 소용이 없나보네. 자, 그럼 내가 쓸 수 있는 검식을 모조리 다 써볼까? 각각의 위력도 알아봐야 하고 어떤 때는 무엇이 적당한지도 알아야 하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린은 오우거의 복부에 박힌 검을 빼내어 다음 초식을 쓸 자세를 잡았다. 오우거는 박힌 검이 너무 아팠고 자신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복수를 하기 위해 아린을 노리고 무자비하게 팔을 휘둘렀다. 오우거의 힘도 힘이지만 팔을 휘두르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
사실 태민은 자신이 빨리 익히면 빨리 익힐수록 루비에드가 오기를 불태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번 치기 시작하면 계속 치고 싶은 것이 장난이라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어 다시금 장난을 치러 갔다. * * * 태민은 멀리서 아린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환계에 대해서 배울 것은 다 배웠고 마법 역시 가뿐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익혔기에 더 이상 루비에드에게 배울 것은 없었다. ‘무계보다 기의 밀도가 높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녀석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네.’ 태민이 체감하기에 환계의 기의 밀도는 무계의 최소 다섯 배 이상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수련을 한다면 상당한 강자가 많을 것
태민은 그녀하고 말싸움을 하면 이길 자신은 있다. 하지만 싸우게 되면 아린이 루비에드를 거들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필패이기에 두루뭉술하게 넘겨버렸다. “결국에 마나나 기나 같은 거라는 소리지 뭐. 자, 궁금한 거 해결했으니까 오늘 가르쳐줄 마법이나 알려줘.” 루비에드는 가르치는 재미가 없었다. 태민 역시 용이라서 그런지 특정마법의 원리와 배열식만 알려주면 그것을 너무 쉽게 해내는 것이었다. 마법을 가르쳐달라는 태민의 말에 그녀는 어제 배운 마법의 복습을 시켜볼까 했지만 그렇게 했다가 몇 번 당한 전례가 있기에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솔직히 루비에드도 태민이 그렇게 마법을 빨리 익힐 거라고 생각하
“내가 너한테 해줄 말이 있긴 한데 지금 그게 정리가 안 되서 해줄 수가 없어. 그래서 저기 있는 저 사람(?)이 나 대신 설명을 해줄 거야.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 네가 이 환계에서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 아! 그렇다고 나는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옆에서 너하고 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볼 거니까. 알았지?” “예… 알았어요.” 아린의 대답에 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섰고 그 자리에 루비에드가 들어왔다. 그녀는 태민에게 걸었던 마법과 똑같은 것을 아린에게 걸어주었다. 그리고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후 태민이 부탁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
“제대로 설명을 해주자면 내 성룡식이 끝나고 아버지께서 본래 있던 곳, 그러니까 용계로 가시면서 주신 선물이 이 목걸이야. 이것을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중에 내가 직접 네 신랑감을 보내주마. 아버지라고 그동안 해준 게 없어서 미안했는데, 네 신랑감을 내가 직접 구해서 보내주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더구나. 어떻게 구분하냐면 그때가 되면 이 목걸이를 가지고 오는 이가 네 신랑감이다.’ 이셨어.” “그럼 뭐야? 이 목걸이가 네 신랑의 증표, 그러니까 인간들이 흔히 결혼식 할 때 쓰는 가락지, 반지랑 똑같은 의미라는 거야?!” 루비에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태민은 믿고 싶지 않았다.
‘저 목걸이는… 설마!’ 루비에드는 잽싸게 폴리모프하고 그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너! 그 목걸이 어디서 났어?” chapter 4 목걸이의 정체는 태민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루비에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지금 짜증나 죽겠는데 못 알아듣는 말을 해버리니 짜증이 배가 됐다. “저리 비켜! 지금 짜증나 죽겠구만! 아, 젠장! 대체 그 양반 이 목걸이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을 했기에 이 빌어먹을 목걸이가 안 벗겨지냐고!” 태민은 소리치며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루비에드의 손
드래곤이 또 가볍게 주문을 외우자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다. 그런 연유로 그의 발차기는 허공을 갈랐다. 있는 힘껏 한 발차기가 빗나간 터라 태민은 균형을 잃고 비틀 거렸다. 그러나 이내 중심을 찾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거 투명화 마법인가?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법술하고 전혀 다른 줄 알았는데 이래저래 비슷한 부분이 많군. 게다가 상당히 세련된 느낌도 나고… 이거에 비하면 법술은 완전 투박해 보이는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마법을 익혀서 법술에 접목시켜 봐야겠어.” 태민은 감각을 극대화시켜 드래곤을 찾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뒤쪽으로 오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어떤 기운과 자연의 기
“거 무슨 말인지 당최 못 알아먹겠거든? 그냥 너나 나나 잔소리 그만하고 한판 붙자. 그게 서로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어차피 나한테 안 좋은 감정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어때?” “eisoae daewets goticg…….” 퍼억! 드래곤은 무슨 말을 했지만 그 말을 다할 수가 없었다. 한참 말을 하는 태민이 자신의 턱을 그대로 후려쳤기 때문이다. “아, 거 말 더럽게 많네. 그냥 한판 붙자고 새꺄! 어차피 안 좋은 감정 가지고 있으면서 뭐 그렇게 말을 많이 해! 그냥 속 시원하게 한판 붙으면 되지!” 그 결과 드래곤의 눈에 가득했던 안 좋은 감정은 살기로 바뀌었다. 그 살기가 어찌나 강렬한지 방어술법으로 형성된 막 안
태민은 속으로 아린을 엄청 씹어댔다. 가뜩이나 지금 자신의 쪽팔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중간에서 차단을 하다니… 불만이 가득하긴 했지만 이내 그것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불만을 품어봐야 별로 좋을 것도 없기에. “별거 아냐. 그냥 승상을 구타했거든. 아무리 황족이지만 이유 없이 누군가를 구타하는 것은 큰 죄거든. 게다가 구타를 당한 대상이 승상이니 귀양 처분을 받은 것도 다행이지.” “뭔가 이상하네요. 제가 아는 오라버니께서 이유 없이 무슨 행동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정말 이유 없이 구타하신 거예요?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 태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대답할 필요
그는 순간 보호했던 아린이 생각났다. 브레스를 몸에 맞기 직전 아린을 끌어안았기에 자신이 여기에 있으면 그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린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일 그녀가 죽었다면 귀양 기간이 끝나거나 다시 만날 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휴우” 태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아린은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의 바로 옆에 누워 있었고 마치 잠이 든 것과 같은 모습으로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용계에서 막나가던 그였지만 그래도 생명의 귀중함은 알고 있다. 게다가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 때문에 죽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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