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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나라] 134화

돈의나라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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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난 극복과 민족 재도약을 위한 제 2의 건국을 선언합니다!”

8월 15일.

한민족에게는 치욕의 역사이면서 희망의 역사를 알리는 광복절은 대한민국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의미 있는 날이었다.

더욱이 1998년은 IMF로 인해 대한민국 최대의 위기라 칭해지던 시기였으니 광복절 기념행사 때는 그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항상 위기 상황에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 기회를 잡는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시궁창으로 주저앉는다는 의미였다.

모든 사람이 다 그 기회를 잡는 것도 아니고 모든 국가가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과 국가들 모두 기회를 붙잡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기회를 잡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는다면 적어도 국가급이라면 해당 지역의 맹주나 국가 전성기에 이르게 될 정도의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도 IMF 이후 기회를 겨우 잡아내는 것에 성공을 했다.

선진국의 막차를 타고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이 되며 첨단 산업과 문화 산업이 꽃이 피어 남 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헬조선이니 뭐니 하면서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말이 사회 곳곳에서 오갔지만 그건 모든 자본주의의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이었기에 대부분의 국가들에게서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민족성을 가진 한민족이었기에 그런 구조적인 모순을 마냥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민족은 마냥 순응을 하는 민족은 아니었다.

불같은 성격을 가졌기에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고 했다.

“난 이래서 우리 국민들이 참 좋다니까.”

강민은 8.15 광복절 기념 행사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조금 날씨가 더웠지만 더벅머리 총각이었던 자신이 대한민국의 중요한 행사의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강 회장님.”

“응?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이 의원님.”

강민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별 영양가는 없지만 하나둘씩 안면을 익혔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경제계는 강민의 손에 넘어간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수백조 원을 퍼부은 강민이었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강민의 손에 넘어갔고 은행마저도 강민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본래 기업가는 정치권을 두려워하기 마련이었지만 지금은 강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만큼 강민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IMF조차도 강민의 눈치를 볼 정도로 강민이 대한민국에 퍼부은 자금의 규모가 컸다.

그런 강민이 지금의 자금을 빼내 버린다면 그때는 대한민국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했으니 정치인들도 강민의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쓸 정도였다.

“아이구! 그럼요. 다 애국하는 마음으로다가 이 국난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우리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그리고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입니까!”

“그럼요! 그럼요! 강 회장님 같은 분들이 있는데 우리가 극복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경제란 심리였다.

본래 경제란 지극히 수치적인 것이어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좌우되는 법이었다.

하지만 그 경제 속의 구성원들은 지극히 감정적인 인간들이었다.

폭락장에 바닥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구렁텅이 속으로 스스로를 던져 버린다.

하지만 만일 희망을 보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었다.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오직 백기사로 강민의 갤럭시 그룹이 주식을 받아 내었지만 하나둘씩 동참을 하는 사람들과 세력들이 늘어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실 도박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강민이었고 그 때문에 주식 시장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한민국 주요 기업의 주식들을 강민이 움켜쥐고 시장에 풀어 놓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매력이 없는 시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시장이 너무 작다 보니까 그냥 도박장같이 되어서는 온갖 잡놈들이 설치는 거지. 부동산만큼이나 주식 시장도 사기꾼 새끼들이 판을 치니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못 받는 것이지.’

강민은 바로 자신이 그 사기꾼 같은 새끼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근엄한 표정으로 단상에서 연신 힘을 주어 연설을 하고 있는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IMF로 힘든 세상이었지만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 때 강민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강 회장님.”

“응? 아! 최진우 비서관님 아니십니까? 어쩌신 일로?”

청와대 비서관이 강민 자신에게 다가와 은밀하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에 강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청와대 직원들이었지만 이미 권력의 추는 기울어졌음을 예감한 것인지 그 꼿꼿하던 허리는 숙여져 있었다.

경제 대통령.

대한민국의 권력은 둘로 쪼개져 버렸다.

하늘 아래 절대 권력은 둘이 없는 법이었지만 하늘이 무너질 위기였으니 둘이 뭐고 셋이 뭔지 가릴 수도 없었다.

“나중에 행사 끝나고 기자 회견을 부탁드립니다.”

“아! 예! 걱정 마십시오. 힘들수록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감사합니다, 강 회장님.”

전임 정부에서 터진 일이니 현 정부에 책임을 묻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면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강민 덕분에 경제 상황이 호전이 되고 있으니 죽으나 사나 강민에게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중이었다.

그러니 강민이 현 정부를 지지해 주는 포지션을 보여 줘야만 했다.

그로 인해 청와대와 정부는 강민을 언론을 통해 영웅화시키고 있었다.

강민이 국가를 구하는 구국의 영웅이 되면 될수록 정부의 지지도는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흡사 임진왜란의 이순신과 같은 역할이었다.

강민이 이순신 장군과 같이 훌륭하고 인격적으로 고매한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 박찬오 선수와 박리세 선수들을 통해 희망을 가졌던 것처럼 강민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문제는 이순신 장군에게는 선조와 같은 대척점에 서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라를 구하고 나면 삶은 개가 되는 것이지.’

위기를 넘기고 난 뒤에 강민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은 강민도 잘 알고 있었다.

강민이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를 위해 스스로 죽는 충성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권력을 움켜잡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만 했다.

‘일단은 손을 잡아야지. 정치인들을 마냥 믿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는 법이니까.’

나라를 구한 영웅이 한순간에 역적이 되는 것은 이미 인간들의 역사에 너무나도 많았으니 결국 강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승자가 되기 위해 발악을 해야만 했다.

처음 시작은 그냥 좋은 나라 만들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8.15 광복절 행사가 끝이 나고 강민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악수를 하며 기자 회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급스러운 슈트가 태양빛에 반짝이며 강민을 더욱더 돋보이게 해 주고 있었다.

그런 강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십 명의 기자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마치 개선장군같이 기자 회견장에 도착을 한 강민은 자신의 뒤에 기업 회장단들을 대동하고서는 국민들에게 기업은 국민들을 포기하지 않은 채로 정부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기자 회견을 했다.

그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참! 위기에 위인이 나온다고 하더니 위인은 위인이야.”

“그러게 말이야. 아니 거의 전 재산을 다 국가에 바쳤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마어마하다는데 일반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가 있겠어?”

“못하지. 수백조가 넘는 돈이라는데 그걸 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경제 상황이 조금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힘든 상황 속에 술이라도 마시며 시름을 달래는 것인지 술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술안주로 강민에 대한 이야기가 꽃 피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 빨리 해 줬으면 좋았을 걸 이게 뭐야! 회사는 날아가고 빚은 한 가득이고!”

모든 이들이 칭송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회생 불능에 빠진 이들은 강민을 원망하기도 했다.

IMF가 오기 전 강민이 지금처럼 나서 주었다면 자신의 처지가 이처럼 절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원망이었다.

“이 사람이! 전임 정부가 강민 회장을 죽이려고 그렇게 했던 거 기억도 못해! 아주 죽일 놈으로 만들려고 환장을 했었잖아! 그리고 그 개 같은 새끼들이 강민 회장님 죽이려고 트럭으로 돌진한 건 어떻고! 아직도 그 잘난 권력에 눈이 먼 개새끼들이 있다는 거 아니야! 국민들을 죽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는 개새끼들 말이야!”

“그건 그래! 그때도 분명 과거에 강 회장이 위기 상황이라고 그렇게 경고도 하고 했는데 그걸 묵살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강 회장이라고 별수 있나! 그나마 지금 정부가 강 회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가지고 수습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이런 사달이 난 것이 누구 때문이냐고!”

그 전까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IMF의 충격은 그런 금기를 부수는 데 일조했다.

얼마나 악이 받혔으면 술집마다 전 정권과 전임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욕들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괜히 역대 최악의 지지도를 보였던 것이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지금 현 정부도 그리 잘 하는 건 아니지! 그 광주 놈이 경제에 대해서 뭘 알아! 어! 강민 회장이야 경상도 사람이니까 그래도 경제에 대해서 잘 알아서 망정이지! 안 그래? 그쪽 놈들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강민의 고향이 산청이고 어머니가 함안 사람이라며 강민을 경상도 사람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 좁고 좁은 국토에 지역감정이 무어라 할지 모르겠지만 어느덧 지역감정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꽤나 깊숙하게 심어져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강민 회장 같은 사람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야!”

“그래! 그럼 참 잘 할 것 같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나라님 하시는 일에 예예! 하고 따르면 되는 거야!”

다시금 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하니 문을 닫던 식당들도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터로 나가고 다시 밤이 되면 가정으로 돌아간다.

소시민들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무사히 건사 할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구나 강민과 같이 영웅이나 위인을 꿈꾸기도 하지만 그건 결국 다른 세계의 일이라 치부하고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 소박한 행복을 방해하고 파괴하려고 할 때 그 적개심이 표출이 된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무시를 해 버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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