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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황금의 어스듐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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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그제야 테이슨의 깜짝 방문을 납득한 티노는 씨익 웃었다.

“별일 없었어요. 들킬 뻔하긴 했지만.”

“뭐?!”

테이슨은 놀라서 물었지만 몰래 들어온 입장임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지 목소리 자체는 작았다. 티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침대에 가 앉았다. 단검은 다시 베개 밑의 검집에 넣어 두었다.

“친위대가 공방을 수색했을 때 웨이 선배가 제 짐을 뒤졌더라고요. 자물쇠를 채워 놨었는데 말이죠.”

“네 짐이라면…….”

테이슨도 사진에 생각이 미쳤는지 안색이 흐려졌다.

“다행히 웨이 선배가 잔뜩 흥분해 가지고는, 알아서 일을 망쳐 줘서 대충 넘어가긴 했어요.”

“그래?”

당연한 거지만 테이슨은 티노가 한 말을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저 무사히 넘어갔다는 것만 이해할 수 있었다.

“웨이 선배와 라디 둘이서 원석 수거하게 된 지는 며칠 됐는데, 오늘 보신 거예요?”

“뒤처리로 정신이 없었거든.”

“뒤처리요?”

“아무리 어스듐 라인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독자적인 라인을 갖고 있는 비상용 어스듐까지 이상이 생긴 건 수상하니까. 왕성을 시작으로 대대적으로 조사를 했지.”

“그래서 뭐 건진 거라도 있나요?”

“그래.”

도둑 회로까지 걸린 걸까? 그렇다면 그 도둑 회로의 최종 집결지인 이곳까지 추적망이 뻗어지는 데에 얼마나 걸릴까? 전에 보니, 최종 집결지를 모르도록 상당히 꼬아 두긴 했던데.

하지만 이어지는 테이슨의 말은 티노의 예상 범주를 넘어섰다.

“폭탄의 잔해를 발견했다. 전문가가 그러는데 시한폭탄이라고 하더구나. 그것도 아주 정교한.”

“예?”

“무기 제작 공방, 어스듐 연구소 등 중요한 몇몇 기관들을 살펴봤는데 동일한 폭탄의 흔적이 있었어.”

티노는 이번엔 특별히 꾸미지 않고도 의아한 얼굴로 테이슨을 볼 수 있었다. 수도 전체의 씨드가 끊긴 것은 시문의 연구가 막바지에 달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야 비상용 어스듐까지 끊긴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문득 아르카를 구출한 녀석의 동료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제 막 수도에 왔을 그들이 비상용 어스듐 라인에 대해 꿰고 있을 리 없었다. 하물며 수도 전체의 씨드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한 건 수도 전역에 도둑 회로를 심은 시문뿐일 텐데?

‘어떻게 된 거지?’

그러다 티노 자신이 손본 친위대 감옥의 비상용 어스듐 라인에 생각이 미쳤다. 거기까지 조사를 했다면 다른 곳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작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을 것이다. 폭탄을 설치하면 편한 것을 발목 잡히지 않으려고 복잡하게 머리를 굴렸건만 이래서야 오히려 더 의심받고 말 것이다.

티노는 한숨을 삼키고 알아 둘 것은 미리 알아 두자는 심정으로 물었다.

“감옥의 비상용 어스듐도 마찬가지였나요?”

“그래.”

“예, 역시 그렇……. 예?!”

조금이라도 수상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놀라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테이슨은 황급히 티노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내가 여기 있는 게 들키면 나보다 네가 곤란해.”

“…….”

티노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떡여 답했다. 그러면서도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감옥의 비상용 어스듐에도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그럼 티노가 손본 것들도 전부 날아갔겠군! 아마도 티노가 손댄 것을 보지 못했거나, 보고도 무시하고 폭탄을 설치한 거겠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로 신세졌다. 덕분에 아르카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고, 티노가 꼬리 밟힐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졌으니까. 아, 다행이다!

티노가 빠르게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동안 테이슨은 혹여나 알아차린 자가 없나 주위를 경계하다 어깨에 힘을 뺐다. 그리고 작게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그곳만 폭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게 더 놀랄 일인 거잖아?”

“그야…… 그렇죠…….”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일부러 말 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러다 퍼뜩 그럴싸한 이유를 떠올렸다.

“혹시 그 플로레스라를 구출하기 위해서 벌인 일이 아닐까요? 설마 노블리언의 수도에 플로레스라 한 명만 잠입했을 리 없잖아요?”

“아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 그 타이밍에 탈출했잖아요?”

“수도의 어스듐 라인은 그것을 설치한 사람들조차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거미줄형 미로야. 그것을 기술 체계가 다른 플로레스라가 간파했을 리 없지. 거기다 비상용 어스듐만이라면 모르겠지만 수도 전체의 씨드를 끊는다는 건 불가능해.”

티노가 일부러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을 짓자 테이슨은 어린 동생을 보듯 그를 보며 웃었다.

“그 침입자는 플로레스라를 구출하기 위해 때를 노리다가, 갑자기 씨드가 끊기자 그 틈을 이용한 게 분명하다.”

“하긴…….”

겨우 납득한 양 고개를 끄떡였다. 테이슨은 그런 티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곤 티노가 보고 있던 교재를 집었다. 그리곤 어디까지 공부했는지 체크하듯이 몇 장 넘기며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비상용 어스듐을 파괴한 폭탄의 기술은 우리 쪽 것이었어.”

“……!”

그 말에 새삼 놀란 것은 티노 역시 그와 똑같은 짓을 할까 하고 한때 진지하게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폭탄 잔재로 기술을 재현하면 추적할 수 있지 않나요?”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굉장히 단순한 재료와 단순한 원리를 이용해 만든 폭탄이라더군. 그래서 오히려 역추적이 불가능하다고.”

“그런가요.”

테이슨은 뒤적거리던 교재를 내리며 티노를 쳐다보았다.

“그쪽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 난 전문가가 말하기 전까진 몰랐는데.”

“자잘하게 주워들은 건 많아요.”

내심 뜨끔했지만 뻔뻔함으로 밀고 나갔다. 테이슨도 흘러가는 말로 한 듯 가볍게 넘어갔다.

“그럼 요즘은 공방에서 뭘 하고 지내는 거니?”

“청소요.”

“청소?”

“라디한테 못 들으셨……겠군요.”

티노는 친위대원과 친분이 있다는 것과 수상한 사진이 몇 장 있다는 것만으로 완전히 돌변해 버린 라디를 떠올리며 혼자서 납득했다. 친위대원이라고 해도, 라디 쪽이 더 오래 알고 지낸 테이슨인데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굴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시문 님의 작업실을 청소하고 있어요.”

“시문 님의?!”

테이슨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떡 벌렸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랬듯이 그에게도 놀랍기만 한 일인 모양이다.

“제 생각에는 곁에 두고 감시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시문과 거래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곤란해지는 건 티노라 적당히 납득할 만하게 둘러댔다. 테이슨은 심각하게 신음성을 흘렸다. 그의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자 티노는 손을 내저으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해코지를 하거나 간섭하거나 노골적으로 감시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리곤 진짜 청소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진짜 청소를 해야 할 필요성이 하늘을 찌르는 시문의 너저분한 작업실을 떠올리며 한탄조로 말했다.

“거기다 확실히 청소할 필요는 있는 곳이더라고요.”

“……시문 님이 예전부터 좀 털털하긴 하셨지.”

직원들이 했던 말을 테이슨이 하자 어쩐지 웃겼다. 거기다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있었던 짧은 침묵도. 아마도 테이슨도 시문이 사는 꼬락서니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으니까.

흐릿하게 웃었던 테이슨은 이내 무겁게 한숨을 쉬고 이마에 손을 짚었다.

“나와 계속 가깝게 지내면 네가 위험에 처할 것 같아 일부러 거리를 두려 한 거였는데……. 소용이 없었나 보구나.”

“괜찮아요. 청소 시키는 게 주목적인 것 같으니까요. 다행히 예전에 찍은 사진들은 다 처분하고 새로 찍은 것 몇 장밖에 없었거든요.”

그 상황에서 테이슨이 티노를 쳐 낸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가 그냥 넘어갔다면 이상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다 그것을 아르카를 살린 값이라 생각했기에 일말의 실망감도 깨끗이 털어 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테이슨의 진심 어린 걱정을 듣고 나자 가슴 한쪽이 훈훈하게 데워지는 게 느껴졌다. 죽었다 깨어나도 테이슨의 다정함을 따라할 순 없겠지만, 또 따라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존경할 만한 점이라 생각한다.

‘역시 테이슨 경인 걸까?’

티노는 언젠가 그의 은인이 떨어뜨리고 간 브로치를 옷 위로 지그시 눌러 보았다. 하지만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티노 자신이 스스로에게 좀 더 당당해진 뒤가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내게 알리렴. 영상전송장치 있니?”

“아뇨.”

티노가 깡촌에서 막 상경한 촌뜨기라 없는 게 아니라 집을 나올 때 두고 와서 없는 거다. 램이 그걸 가지고 티노를 추적하진 않겠지만 램 공방의 마크가 있는 걸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럼 하나 갖다 주마. 지니고 있다가 위험해지면 연락…….”

“아니에요. 필요 없어요.”

시문이 몸수색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곤란한 타이밍에 연락이 올 수도 있다. 거기다 역으로 시문의 비밀 작업실이 탄로 날 수도 있고.

티노가 거절하는 이유를 당연히 모르는 테이슨은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상황이 전과는 다르단다. 전에는 네가 의심을 받지 않았고, 하루에 한 번은 밖으로 나왔으니까 내가 네 안전을 확인할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알 수 없어.”

걱정으로 가득한 테이슨의 말은 대단히 고마운 것이긴 했지만 따를 수는 없었다. 거기다 시문은 처음부터 티노와 테이슨 간의 거래를 간파하고 있었으니 새삼 더 위험해질 것도 없었고.

“언제 몸수색을 할지도 모르잖아요. 전에 웨이 선배 일도 그렇고요. 거기다 라디가 요즘 제 행동을 일일이 참견하고 감시하거든요.”

“라디가?”

“예. 사진을 두고 한 변명을 믿지 않더라고요. 하긴 웨이 선배가 알아서 일을 망쳐 주지만 않았으면 다들 의심했을 상황이긴 했어요.”

“그래…….”

테이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마음은 감사드려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될 상황이니 문제지.”

그리곤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테이슨을 보며 티노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지금 티노의 머릿속은 시문의 연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가득했다. 테이슨에겐 미안하지만, 지금 그의 관심과 배려는 방해밖에 되지 않았다.

테이슨은 교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탄식을 하듯 무겁게 말했다.

“사실 이 말을 하지 않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너에게는 차라리 이게 기회일 수도 있겠구나.”

“예?”

“그동안 시문 님의 공방 내부에 나의 정보원이 있다는 것을 동료들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단다.”

그거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문의 공방을 조사 중이던 테이슨이 티노와 종종 만남을 가진데다가 감옥까지 데리고 갔으니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눈치 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친위대 내에 시문 님의 정보원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극도로 조심해 왔었는데……. 감옥에서의 일로 다들 알아 버리고 말았어.”

“그렇군요.”

“때문에 친위대 내부에선 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발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란다. 지금까지는 시한폭탄에 집중하느라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제가 다시 정보원으로 활동해 주길 바라는 건가요?”

이미 한 번 약속을 철회한 테이슨이다. 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했고 그에 대한 감정은 없지만 또다시 같은 거래를 하기엔 신뢰도가 떨어진다. 테이슨 역시 그때와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널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솔직한 마음으로는 네가 거절했으면 싶다.”

그리고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이런 제안조차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어제 대장이 비공식적으로 날 불러 명령하셨어. 네게 이 제안을 하라고.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이 널 찾아오겠지. 친위대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너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와야 했어.”

“제가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 막으려고 오셨단 말씀인가요?”

“그래. 공방으로 직접 오는 건 위험부담이 크니까 전처럼 길에서 만나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그때 라디와 웨이 선배를 보신 거군요.”

테이슨은 무겁게 고개를 끄떡였다.

“네게 이미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지. 무사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건 염두에 두지도 못했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 때문에 생긴 일인데.”

테이슨은 가슴을 긁어내는 듯한 한숨을 푹 내쉬며 답답한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하기 싫지만……. 명령받은 것에 멋대로 사감을 섞으면 안 되겠지. 게다가 네가 어떤 이유로든 시문 님의 작업실에 출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대장도 동료들도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을 테니…….”

신승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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