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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열쇠 6화

신의 열쇠 6화
[데일리게임]

6화

2. 첫 번째 임무(2)

회색의 포장지를 뜯어내자 원통이 나왔고 그 원통을 열자 사극에서나 보던 두루마기 족자가 나왔다.

꿀꺽!

강일은 마른 침을 삼키고서는 조심스럽게 족자를 펼쳤다.

마침내 자신이 어떤 임무를 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건 뭐지?”

강일은 황당하다는 듯이 족자에 적혀진 글자들을 보았다.

―上 : 不可

中 : 不可

下 : 대모산의 산신의 사당을 청소하라.

세 가지의 임무 중에 상과 중이라고 한자로 적인 부분은 불가로 수행을 할 수 없다고 나와 있었다.

무언가 다른 조건이 더 필요하거나 가장 아래 단계의 임무를 완수한 뒤에 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단계의 임무를 할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산신의 사당을 청소하라는 것은 강일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모산이 어디에 있는 거지?”

강일은 조금 생소한 산의 이름에 급히 컴퓨터를 켜서는 대모산이 서울의 강남 아래의 산임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서울 남동쪽에 있는 대모산에 있는 산신의 사당을 청소하라는 거구나.”

강일은 행여 꽤나 어려운 임무가 주어질까 봐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그다지 어렵지 않는 임무인 것 같았지만 이내 산신의 사당이 어디에 있는지 힌트조차 없는 것에 암담해지기 시작했다.

“흐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봐도 안 나오는데.”

강일은 처음에는 쉬운 임무인 줄로만 알았지만 이내 심각해졌다.

산신의 사당이라는 것은 강일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과연 산신의 사당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의문이었지만 자신이 그곳을 잘 찾아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짝!

강일은 그렇게 한참을 두루마기 족자를 바라보다가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소리가 나게 때렸다.

“어차피 물러설 길도 없다. 이대로 그냥 포기할 수는 없어.”

강일은 일단 직접 부딪혀 보기로 했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일단 청소 도구부터 준비를 하고 오늘 바로 끝내 버릴까?”

강일은 생각난 김에 하자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가방에 청소 도구들을 챙겨 넣고서는 간단한 옷가지와 함께 고시원을 나섰다.

다행히 대모산은 지하철 3호선의 일원역에 가까이에 있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일원역의 5번 출구로 나오자 삼성생명의 신축 공사장이 보였다.

가람 아파트와 상록수 아파트 사이의 길로 걸어가서는 일원 장미 공원의 입구까지 도착한 강일은 산책로를 따라 대모산의 정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평일의 낮 시간대라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힐끔거리며 강일을 바라보았지만 강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모산의 정상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작 해발 고도 293m의 높지 않은 산이었고 서울 인근의 낮은 야산과도 같은 산이었기에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강일의 걸음으로 30분도 되지 않아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산신의 사당은 어디에 있는 거지?”

대모산의 정상까지 도착했지만 산신의 사당은 보이지 않았다.

강일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며 돌아다니다가 도무지 찾지를 못하고서는 결국 등산을 하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저, 어르신, 뭐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응? 뭔가?”

공손히 물어오는 강일의 모습에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서는 강일을 쳐다보았다.

“저기, 혹시 이 대모산에 산신의 사당이라는 곳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산신의 사당?”

노인은 강일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인도 몇 차례 대모산을 찾아왔었지만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대모산 인근이 개발 구역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 토박이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노인 또한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 한가롭게 등산하기 위해 왔기에 산신의 사당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글세, 모르겠는데. 처음 들어 보는구만. 그런데 그걸 왜 찾아?”

“예? 아! 예! 학교에서 우리나라 토속 신앙에 대해서 연구를 하기 위해서요.”

강일은 당황하면서도 대충 둘러대었다.

“그런가? 좋은 일을 하는구만. 열심히 한번 찾아보게. 나는 잘 모르겠어.”

“예! 감사합니다.”

하백이라는 강의 신이 시킨 일이라는 것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강일은 등산객들에게 몇 차례 그럴 듯한 핑계를 대며 산신의 사당을 물었다.

하지만 다들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후우! 아무도 모르는 건가?”

강일은 사람들에게 물어 봐야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서는 등산로가 아닌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모산이 그리 큰 산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혼자 길도 아닌 곳을 해매고 다녀도 좋을 정도로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오른편의 구룡산과 이어져 있어 제법 규모가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에 강일은 등산객들이 보이지 않는 순간 길을 벗어나 산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등산로 길과 숲 속 사이를 굵은 밧줄로 구분해 놓았다. 그것은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의미일 터였다.

짹짹.

온통 나무와 풀들로 우거진 길도 없는 산속을 해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산들은 길이 아닌 곳으로는 이동이 상당히 어려운 산들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민둥산이 대다수였던 시절 수많은 국민들이 식목일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나무들을 산에 심는 바람에 그다지 계획적인 식목을 하지 못했다.

심을 당시야 충분히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무들이 20년에서 30년이 지나면서 서로가 공간이 없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그때문에 강일은 꽤나 힘겹게 산속을 해매고 다녀야만 했다.

그나마 천연화의 힘이 강일의 몸 속에 깃들어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후우! 후우!”

하지만 산길을 헤쳐 나가느라 꽤나 체력 소모가 많아지면서 강일도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산신의 사당은 어디 있는 거지?”

하백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기에 분명 대모산의 어디엔가 산신의 사당은 있을 터였다.

하지만 넓은 산속에서 어떤 것인지도 모를 산신의 사당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산속이기에 빙빙 돌다 보면 왔던 곳을 또 지나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던 강일은 결국 산속에서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내가 정말 뭘 하고 있는 건지?”

강일은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심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변한다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하자. 강일. 또 도망을 갈 수는 없어. 지금까지 도망만 쳐왔잖아. 도망을 치고 또 도망을 쳐서 결국 도착한 곳이 절벽이다.”

인생에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도망을 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하지만 한 번 도망을 치면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도망을 치게 된다.

나중에 가서는 도망을 치는 것에 죄책감도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더 이상은 도망칠 곳이 없는 천 길 낭떠러지가 눈앞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인생이었다.

결국 떨어지지 않으려면 설령 앞으로 똑바로 가지 못할지라도 걸어가야만 했다.

강일은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백의 임무는 강일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강일은 그렇게 이토록 나약한 자신을 되돌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강일은 주위가 어두워져 있음을 알고서는 흠칫 몸을 떨었다.

“밤인가? 벌써?”

잠시 눈을 감았다고 생각을 했지만 해는 거의 넘어가서는 주위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어둠은 현대인들에게 그다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자.”

강일은 완전히 어두워지면 서울 인근의 낮은 산이라고 할지라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강일은 자신이 왔던 길 쪽으로 걸어가며 등산로를 찾기로 했다.

사실 대모산은 그리 큰 산이 아니었기에 어느 위치에서든 아래 방향으로 500m 정도만 걸어 내려가면 시내가 보였다.

아니, 나무들 사이로 시내의 조명이 보이기도 했기에 길을 잃을 일은 사실 없었다.

하지만 강일은 왠지 모르게 아무리 걸어도 등산로나 아래의 시내가 보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길을 잃은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정도로 큰 산도 아니고 말이야.”

강일은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었다.

지리산이나 강원도의 깊고 깊은 산이 아닌 이상에야 핸드폰이 안 터질 일은 없었기에 전화로 구조 요청을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일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어? 배터리가 다 된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아침에 꽉 채워 왔는데.”

핸드폰은 다시 켜려고 해 봐도 전원은 요지부동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산속이어서 전원이 빨리 닳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산의 정상에 왔을 때까지도 핸드폰의 안테나는 풀로 차 있었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이거 왜 이래? 아! 미치겠네!”

강일은 발을 동동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사실 별다른 해결 방안은 없었다.

“이봐요! 누구 없어요! 이봐요! 사람 살려요!”

강일은 결국 고함을 질러서는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았기에 등산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대모산의 바로 아래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주거 지역이었기에 저녁때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강일은 고함을 질렀지만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반응이 오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하! 정말 길을 잃은 거야?”

기가 막히게도 강일은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문제는 절대 길을 잃을 수가 없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등산로를 따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니, 빠르게 걷거나 뛴다면 10분이면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조건 아래로만 내려가면 되는 산이었다.

그런데 마치 빙글빙글 돌듯이 아무리 걸어도 출입구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설마?”

강일은 혹시 하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의 신인 하백처럼 산신의 사당이라는 것이 정말로 산신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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