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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4화

원래 이런 보고는 조장의 몫이었지만, 조장이 전사하는 바람에 그가 대신 대답했다.

“……그렇군. 좋은 녀석이었는데.”

카일은 어두운 낯빛을 했다.

부대에 애정이 남다른 그로선 병사들의 죽음이 안타깝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켈은 무려 7년간 클로버 보병대에 소속되었던 고참병 중 한 명이었다.

싸움에 능숙한 고참병의 죽음은 특히나 타격이 클 수밖에. 냉정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전쟁터에서는 동료의 죽음에 일일이 슬퍼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하루하루 슬픔에 젖어 살았다간 폐허처럼 마음이 피폐해질 테니까.

“조장을 잃은 조는 16조가 유일하군. 본래 조장의 임명권한은 내게 있으나, 먼저 그대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

카일은 고심에 빠진 기색이었다.

겉으론 그렇게 보였어도 사실 그의 마음은 거의 굳혀진 상태였다. 다만 먼저 조원들의 생각을 파악해 두고 싶었다.

병사들은 서로를 힐끔거리며 분위기를 살피기 바빴다.

“그대들은 누가 조장의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카일의 시선이 재희를 향해 잠시 머물렀다.

무의식중의 행동이었으나 이는 그의 의중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였다.

재희에게 조장의 자격은 충분하다. 더군다나 그는 며칠 안 되어 조원들과 원활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대인관계에 딱히 문제는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원만한 편이다.

브록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요즘 들어 잠잠한 걸 보니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이었다.

부대 전원을 구해 준 공적치고는 초라한 보상이다.

러너를 혼자서 때려잡은 불세출의 인재가 고작 1개조의 조장이라니.

물론 누군가에겐 평생 오를 수도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적어도 5년 이상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남은 고참병들에게 주어지는 자리였으니까.

부하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리더십도 겸비하고 있어야만 했고.

마음 같아선 당장 부관 직을 내어주고 싶지만, 고작 며칠 만에 병사에서 부관급으로 승격하다니.

전례가 없는 사례다.

더군다나 대개 부관들은 이름 있는 가문의 일원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물론 평민 출신 부관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는 굉장히 드물다.

그만큼 신분의 벽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훌륭한 인재가 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다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신분을 제외하고서라도 부관은 지나치게 갑작스럽다. 그가 이 부대에 합류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지위나 명예에 목숨을 거는 타입도 아닌 듯하다. 적어도 카일이 보기엔 그랬다.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재희가 출세를 원했다면 진즉에 이 부대를 떠나 왕궁을 찾아갔을 거다.

이 청년은 강하다. 그것도 굉장히.

실력으로는 카일조차도 아득히 뛰어넘는 실력자라는 사실도 조금 전 증명되었다.

전투력만으로 따지면 이미 골든 나이트를 넘어섰다.

‘더군다나 마법을 사용하기까지 했지.’

카일은 재희가 러너를 지하에 파묻었던 장면을 떠올랐다. 그건 분명 마법이다. 마법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주문을 전혀 외지 않았다는 거다.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재희가 이런 보병대에서 썩을 인재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일 재희가 부대를 떠난다고 한다면 아쉽지만 붙잡을 방법이 없다. 용이 비좁은 연못에 갇혀 있는 꼴이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 전까지는…….’

한 가지 다행인 건 아직까진 재희에게선 부대를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가능한 한 그가 오래도록 이 부대에 남아 주길 바랄뿐.

“전 제이가 이 조장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병사 하나가 눈치를 보더니 쭈뼛쭈뼛 말했다.

“하긴, 제이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우린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

“네가 조장을 맡아준다면 16조에 굉장히 큰 보탬이 될 거다.”

가장 먼저 입을 열었던 병사를 시작으로, 하나둘 재희를 지지하는 발언을 꺼내기 시작했다.

‘순조롭군.’

슬슬 부대 내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은 겨우 일개 조장이지만, 그의 행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제 막 부대에 들어온 제가 조원들을 통솔하는 건…….”

재희는 짐짓 겸양을 떨었다.

16조의 새로운 조장은 이미 결정된 분위기 같았지만, 그렇다고 날름 받아들이는 것도 좀 그랬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짬이 밥 먹여 주냐? 군대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곳이라고!”

재희가 거절하려는 걸로 받아들인 동료 하나가 침까지 튀겨가며 열변을 토했다. 조원들로서도 능력 있는 자가 조장을 맡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유능한 조장 아래에 있으면 생존율은 물론이고 그 덕을 볼 가능성이 높으니까.

병사들이 보기에도 재희는 조장으로서 모든 자질을 갖춘 자였다.

재희가 어중간하게 강했다면 그들도 이렇게까지 재희를 지지해 주진 않았으리라.

하지만 브록을 가지고 논 것도 모자라, 이번엔 러너를 제거하는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다.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다. 제이. 우리 모두가 너에게 목숨을 빚졌어. 넌 충분히 우릴 이끌 자격이 있다.”

병사들은 작심하기라도 한 듯, 한마음이 되어 재희의 등을 떠밀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감이 있지만, 다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재희는 마지못해하는 척 제안을 받아들었다.

“그럼 결정됐군.”

카일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잖아도 그는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여론이 형성되길 바라던 차였다.

“지금부터 제이를 16조의 새로운 조장으로 임명한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재희는 조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봐, 제이. 이젠 네가 우리들의 조장이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조원들에게 존칭을 쓸 거야?”

“그러는 너는 왜 아직도 조장님한테 반말을 찍찍 내뱉는 건데?”

“푸하핫!”

병사들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키득거렸다.

“그래도 나이도 어린 제가 갑자기 여러분들께 하대를 하는 것도 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군대는 계급사회. 조장이 되기로 결정된 이상, 조장님이 중심을 잡으셔야 합니다.”

“아무렴요. 서로 편한 대로 할 순 없죠. 조장님이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면 다른 조원들이 우습게 여길 거라고요.”

조원들은 벌써부터 존칭이 자연스러웠다.

싸움꾼들의 특성상, 비록 거칠긴 해도 한번 인정한 상대에겐 군말 없이 복종하는 우직한 구석도 있었다.

“흐음.”

재희는 잠시 고민하는 체 뜸을 들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의 나이는 수백 살.

늙지 않았다 뿐이지, 여기 있는 조원들 모두의 나이를 합친 것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였다.

“좋아. 앞으로 잘 부탁해.”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조원들이 쾌활한 음성으로 새로운 조장을 환영했다.

“이거 정말 듬직한 조장을 모시게 됐는데?”

“안 그래도 지나가다 11조 녀석들을 봤는데, 다들 16조에 들어가고 싶다고 푸념하다가 그쪽 조장한테 걸려서 얼차려 받고 있더라니까?”

“뭐? 푸핫!”

병사들은 좋다고 떠들어 대고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재희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늘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는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도 차츰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11조장이라는 자는 지금쯤 분명 재희를 무척이나 원망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긴.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지금껏 그를 시기했던 자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이 거대한 동굴을 가득 메우고도 부족할 거다.

‘저 녀석.’

잡담을 나누는 조원들 뒤로, 심각한 얼굴로 혼자 동떨어진 한 녀석이 보였다. 다름 아닌 브록이었다.

‘아직도 내가 맘에 안 드는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브록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으나,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으로 모순적인 거라서, 섣불리 다가가면 마음의 문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되려 관심을 주지 않으면 환심을 사기 위해 얼쩡거리는 부류도 존재한다.

지금껏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지내왔고, 개중에서는 브록과 유사한 성격의 소유자들도 적지 않았다.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들이 지금은 녀석을 내버려 두는 편이 나을 거라며 충고했다.

‘뭐,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동굴 바깥으로 보이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재희는 생각했다.

오늘 밤까지 린데일에 도착하겠다는 계획은 예상외의 전투로 어긋났다.

더군다나 추가로 매복해 있을 하울링들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야간행군을 감행하는 건 지극히 위험한 행위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되었다.

막사 주변에 피워 올린 모닥불들이 동굴 내부를 벌겋게 밝혔다.

사실 동굴 곳곳에 핀 야광화들 덕분에 밤에도 주변이 어둡진 않았으나, 혹시 모를 하울링들의 침입 때문에라도 불을 피워놓는 편이 안전하다.

“하. 따뜻한 물에 마음껏 목욕할 수만 있게 해준다면 영혼이라도 바칠 수 있을 것 같아.”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를 내는 모닥불에 손을 쬐던 라미로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했다.

누렇게 말라붙은 피와 땀자국으로 얼룩진 그는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목덜미와 얼굴을 닦아 냈다.

막 이 행성에 도착한 재희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꽤 오랫동안 야영을 해 왔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병사들이 도시에 환장했던 거겠지.’

며칠 전부터 병사들은 도시, 도시, 아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젠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그런데 부관님.”

“응?”

“혹시 4등급 하울링도 존재합니까?”

3등급까지 발견된 마당에 4등급 개체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4등급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라미로는 몸서리를 쳤다.

“현재까지 하울링은 3등급까지만 분류되어 있는 상태야. 러너보다 강한 놈도 존재하지만, 등급을 따로 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모양이야.”

“그것참 다행이군요.”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긴 일러.”

라미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처음 하울링이 출몰했을 땐 지금의 1등급 개체인 노멀밖에 없었거든.”

“그렇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로군요.”

일단은 모르는 척 맞장구를 치긴 했으나, 수백 년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언제 4등급 개체가 등장할지 모를 노릇이니 마냥 안심할 순 없겠어.’

러너까지는 무난하게 해치울 수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4등급부터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상태창을 응시했다.

레벨 : 37

칭호 : 유능한 조장

명성 : 598

근력 : 55+25

민첩 : 55+25

체력 : 50+20

감각 : 50+30

마력 : 20+10

물리 저항 : 5%

마법 저항 : 5%

현재까지 획득한 패시브 스킬은 블런트, 스피어, 컴뱃, 소드, 보우, 레더 아머, 매직 마스터리, 그리고 회피술.

정민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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