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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8화

인벤토리의 큐브가 100개.

재희가 만들어 낸 주괴는 33개다.

얼핏 보면 100개의 공간은 굉장히 협소해 보이나 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동일한 아이템일 경우, 한 개의 큐브 안에 겹칠 수 있으니까.

최대 100개까지 아이템을 겹칠 수 있으니, 개수로 따지면 무려 1만 개의 아이템을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휴우.”

22개의 니그룸 주괴와 11개의 희귀한 니그룸 주괴가 각각 큐브 하나씩을 차지했다.

‘그만 돌아갈까.’

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브록, 그 녀석이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아무리 자유가 주어졌다는 해도 명색이 조장인데 조원들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날따라 린데일의 번화가는 시끌벅적했다.

“건배!”

브록을 비롯한 16조의 조원들은 요란하게 술잔을 부딪쳤다.

“키야! 시원한 벌꿀술을 마셔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커다란 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비운 브록은 입가를 훔쳤다.

주점 테이블은 16조 이외에도 클로버 보병대 소속 병사들이 한가득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평소 한산했던 주점은 병사들 덕에 한창 성황을 누리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우리의 새 조장님은?”

술을 홀짝거리던 병사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러게. 이런 중요한 자리에 16조의 간판스타가 빠져서야 쓰나! 어떻게 된 거야? 브록.”

조원들의 시선이 브록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번화가를 출발하기 직전까지 브록은 재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글쎄. 어디 들를 곳이 있다고 하시던데.”

재희의 행방을 모르는 건 브록 역시 마찬가지였다.

“쩝. 아쉽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주량으로는 조장님을 이길 수 있을 텐데.”

“하긴. 나이로는 우리보다도 한참 어리니까 주량으로 따지면 여기서 제이 조장이 최약체겠네.”

대화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자, 조원들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 어린 나이에 대체 뭘 하고 다녀야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한 번 재희의 얘기가 화두에 오르자,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그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게 말이다. 정말 의문투성이란 말이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제이 조장이 우리 목숨을 구해줬고, 어엿한 16조의 조장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브록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긴.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런 사람이 16조의 조장이 된 건 정말 행운이야.”

병사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브록의 말에 동조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차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차에, 조원 한 명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조장이랑 렌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렌은 저번에 브록도 단숨에 때려눕혔었잖아.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누, 누가 누굴 때려눕혔다는 거야!”

쓰라린 기억에 브록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16조에는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조원 한 명이 더 있다.

지금은 카일의 명령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렌은 클로버 보병대보다 앞서 타바린으로 떠났다.

임무 지역에서 난동을 부리는 하울링 떼를 소탕하고 무사히 복귀 중임을 8군단에 앞서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비록 단순 보고라고는 해도, 하울링들이 득실거리는 요즘 같은 때에 혼자서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랬기에 카일도 그를 믿고 타바린으로 보냈으리라.

렌과 브록은 보병대 내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는 콤비였다.

특히 렌은 무력으로만 따지면 카일 다음으로 인정받을 정도다. 렌이 일반 병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굉장히 뛰어난 무인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일대일로 겨루면 카일과도 비벼볼 만하지 않을까, 라는 게 전반적인 병사들의 의견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조장은 못 이기지. 러너를 가지고 놀던 거 못 봤어? 제아무리 렌이라도 일대일로 러너는 힘들걸? 카일 부대장님도 당해 내지 못했던 놈이잖아.”

“그런가…….”

“누가 누굴 이긴다는 건데?”

조원들의 추측이 재희 쪽으로 점점 기울 무렵, 누군가의 음성이 불쑥 비집고 들어왔다.

“렌!”

“다들 어딜 갔나 했더니, 이런데서 내 뒷담화를 나누고 있었네.”

“야, 이게 얼마만이냐?”

“보고 싶었다, 렌!”

“저리가. 징그러우니까.”

동료들의 격한 반응과는 별개로, 렌은 특유의 무심함으로 일관했다.

렌은 그리 나이가 많아보이진 않았다.

스무 살 언저리로 보이는 앳된 얼굴. 외관상으로는 재희와 연령대가 비슷해 보였다.

명성이 자자한 것과는 별개로, 렌은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덩치 브록과는 대조적이다.

생김새도 무척이나 곱상한 미청년이었다.

이렇듯 병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여리해 보였으나, 뜻밖의 창 솜씨를 지니고 있어서, 클로버 보병대의 에이스로 통하는 그였다.

“다들 죽지 않고 살아 있었네. 운 좋게도.”

특유의 무심한 말투. 카일의 병사버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말 다했다.

하지만 그런 무심한 말투와는 달리,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는 렌의 표정에는 약간의 안도감이 보였다.

“그런데 한켈 조장은? 이런 술자리를 마다할 위인이 아닌데.”

죽은 한켈의 이야기가 나오자, 16조의 분위기는 자연스레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구나. 코고는 소리가 요란했던 걸 빼면 꽤 좋은 사람이었는데.”

한켈의 부고를 전해들은 렌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자자, 렌. 그러지 말고 너도 앉아. 모처럼 16조끼리 한 잔 해야지?”

브록이 일부러 표정을 밝게 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무마했다.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다.”

나머지들도 브록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줬다.

“뭐.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부대장님께는 이미 보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참이었으니까.”

렌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켈 조장을 위하여.”

16조원들은 죽은 한켈을 기리며 다시 한번 건배했다.

“그나저나, 16조의 새 조장은 누구지? 브록, 네가 우리들의 보스인가?”

술잔을 반쯤 비워 낸 렌이 질문을 던졌다.

“흐흐. 그게 말이지.”

렌을 바라보는 조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개구지게 보인다.

“네가 타바린으로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새로운 조원이 들어왔었거든.”

“그래서?”

“놀라지 마. 그 사람이 지금 우리들의 새 조장이야.”

“뭐?”

아닌 게 아니라, 렌은 진심으로 놀란 얼굴이었다. 당연히 브록이 새로운 조장이 될 줄 알았다.

자신은 조장직을 원하지 않는다며 몇 번이고 카일에게 당부했었으니까.

그렇다면 차기 조장직은 브록이 되는 게 맞다.

그런데 부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참이 조장이라니?

그간 재희의 활약상을 모르는 렌으로선 이해되지 않을 수밖에.

“브록. 괜찮겠어?”

렌은 가장 먼저 브록의 눈치를 살폈다.

녀석은 출세욕이 강했으니까.

새로 굴러들어온 녀석에게 조장직을 빼앗겼는데도 납득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뭐, 그렇게 됐다. 지금은 제이 조장이 우리들의 새로운 보스야.”

순순히 그 사실을 납득하는 브록을 보며, 렌은 다시 한번 놀랐다.

‘자존심 센 브록이 인정할 정도라면 정말 꽤 하는 작자인가 본데? 며칠 만에 조장 자리에 앉았다면 실력이야 더 말 할 것도 없을 테고. 모두가 이렇듯 스스럼없이 조장으로 떠받들 정도니, 며칠 사이에 부대에 잘 섞여 들어왔다는 건데.’

렌으로선 제이라는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새 조장이라는 분은 어디 있기에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야?”

“아. 그게 그러니까…….”

“다들 여기 있었군.”

브록이 입을 열려던 찰나, 누군가가 빈자리를 자연스레 차지하고 앉았다.

“제이 조장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이제야 오셨구먼.”

“주인공이 이렇게 자리를 비워서야 되겠습니까?”

은근슬쩍 자리에 합석한 재희를 보며, 병사들이 일제히 환영했다.

“자, 다들 건배하자! 누구 덕택에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건지는 다들 잘 알겠지?”

“제이 조장을 위하여!”

틈만 나면 건배 제의를 해 대는 브록이었다.

“그런데 이쪽은 누구시지?”

뒤늦게 렌을 발견한 재희가 물었다. 부대 내에서도 못 보던 얼굴이다.

“에이스끼리의 만남이 드디어 성사되었군요.”

재희와 렌, 당사자들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조원들이 더 신이 났다.

서로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들은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잘 부탁해.”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겉보기에는 무덤덤하니 인사를 나눴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던지는 눈빛은 의미심장해 보였다.

‘러너를 쓰러뜨렸다고?’

‘브록보다 한 수 위라고 했겠다.’

두 사람은 서로를 탐색하기라도 하듯 상대방을 눈으로 훑었다.

‘어디 볼까?’

렌과는 달리, 재희에게는 말 한 마디 섞지 않고도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

렌의 정보를 관찰하던 재희의 눈동자가 커졌다.

[렌 아네르]

레벨 : 58

칭호 : 아네르 창법의 계승자

명성 : 601

잠재력 : A

근력 : 79 +18

민첩 : 80 +17

체력 : 54 +10

감각 : 80 +10

마력 : 17 +10

‘이 녀석 봐라?’

의문점이 한둘이 아녔다.

렌의 능력치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중에서도 가중치가 굉장히 우수한 편이었는데, 이를 합치면 단순 수치만으로는 카일을 웃돌 정도다.

아무래도 ‘아네르 창법의 계승자’라는 타이틀에 의한 효과인 듯싶었다. 이는 아네르라는 창법이 상당히 뛰어남을 의미할 공산이 크다.

‘저 창도 꽤 좋은 장비 같군.’

재희의 시선이 렌의 등에 매달린 창에 닿았다.

[천둥 쐐기 (네임드 고급)]

[내구도 : 320 / 1500]

[공격력 : 380]

[힘 +8, 민첩 +7]

[공격 적중 시, 낮은 확률로 적 마비. 전격 속성 추가 피해 5%]

디텍트 아이는 아이템을 일반, 고급, 희귀, 에픽, 전설, 아티팩트 등급으로 분류한다.

렌이 소지한 천둥 쐐기는 중간 단계의 ‘고급’ 등급이었다. 그중에서도 네임드다.

네임드 장비는 동급의 장비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같은 고급 등급이라도 네임드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희귀 등급의 무기와 비견될 만하니, 그 차이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짐작할 만하다.

힘과 민첩을 상승시켜 주는 것도 모자라, 추가 옵션까지. 전격 속성까지 부여된 그의 무기는 일반 병사가 소지할 만한 물건은 아니다.

‘게다가 성이 존재한단 말이지.’

다른 병사들처럼 달랑 이름만 있는 게 아니다.

렌이 아닌 렌 아네르다.

마치 귀족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아네르 창법은 이 녀석의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급 같은 건가?’

가문 명과 창법 명이 동일하니 그런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일정 수준의 마력도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마법사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혀 마법사답지 않은 스텟만 봐도 짐작이 가능한 사실이다.

정민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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