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밀착취재] 쌍둥이 형제 복수용달에 탄 날

안녕하세요. e스포츠에서 화제의 중심인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입니다. 앞으로 ‘밀착취재기'를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선수, 게임단의 이벤트, 다양한 사건들을 체험한 뒤 독자 여러분들께 생생히 전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취재를 떠난 곳은 요즘 ‘복수’라는 화두로 e스포츠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온게임넷 프로그램 ‘복수용달’ 제작 현장이었습니다. 일단 용달차 안에서 게임을 한다는 독특한 컨셉트에서 시작한 복수용달은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해가고 있는데요. 이번 4회 주인공이 쌍둥이 형제인 하이트 박명수와 KT 박찬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대체 두 선수에게 무슨 사연이 있길래 복수를 신청했는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벌써 작년 일이네요. 2009년 12월 27일 갑작스러운 폭설에 온 서울 교통이 마비가 됐던 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룩스 히어로 센터에서는 하이트와 KT 경기가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일산의 한 창고에서 복수용달을 찍는 다는 소식을 접한 저는 프로리그 취재 후 쌍둥이 형제들과 일산까지 가는 차 안에서 더블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죠.

경기가 끝난 뒤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차가 밀려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복수용달 담당 피디의 전화를 받은 박명수-박찬수 형제와 저는 아래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두 선수와 함께 할 하루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감했습니다. 박찬수가 팬에게 커피 선물을 받아 이미 마시고 있는 것을 본 저는 커피 2잔만 시키려고 했는데 박찬수가 “그런 것이 어디 있냐. 나도 빨리 먹을 테니 내 것도 사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박찬수는 단번에 팬이 준 커피를 마셨고 저는 무척 억울(?) 하게 커피 3잔을 사야 했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이 피디가 왔고 남은 커피를 싸가기 위해 저는 뚜껑을 찾았습니다. 마침 바로 옆에 뚜껑이 있길래 밀봉을 하고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는데 박찬수가 저를 매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박찬수 커피에도 뚜껑이 없었는데 제 커피잔 뚜껑만 챙겨 온 것을 보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습니다. 계속 서운함을 표시하던 박찬수는 결국 “괜찮아요. 제 커피에는 눈이 들어가도 되요. 저 눈 먹는 것 좋아해요”라며 저에게 직격탄을 날리더군요. 참 무서운 쌍둥이 형제입니다.

차 안에서 재미있게 더블 인터뷰를 진행할 동안은 저와 쌍둥이 형제는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겨울에 그것도 폭설이 내리고 난 뒤 야외 촬영이 얼마나 힘든 것인 것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차 안에서 펼쳐진 더블 인터뷰는 6일 업로드 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해주시기 바랍니다.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일산의 한 창고에 내린 박찬수와 박명수 형제 그리고 저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날씨가 정말 추웠고 정말 창고 안에서 용달차 두 대를 놓고 촬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따뜻한 실내나 대기실, 난로를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수용달은 촬영 징크스가 있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복수용달 촬영 일자가 잡히면 갑자기 추워진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스태프들과 출연진인 성승헌, 엄재경 해설은 내복은 기본, 옷을 6겹씩 껴입은 매우 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쌍둥이 형제와 저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볼을 스치는 추위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복수용달을 촬영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난방이 아예 되지 않는 창고 안은 내린 눈으로 인해 얼음 창고가 돼 버렸고 복수에 사용될 용달차는 동작대교에서 눈 때문에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주변에 아무런 편의시설도 없는 창고에서 그렇게 몇 시간 촬영을 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보며 프로그램 하나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을 뛰어간 박찬수. 박명수와 둘이 박찬수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도대체 형에게 왜 복수를 신청했냐는 말에 박명수는 “찬수형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졌다”며 털어놓더군요.



“형이 스파키즈에 있을 때 일이에요. 사실 그때는 제가 개인리그 성적이 더 좋아서 제가 개인전을 담당했었어요. 그런데 형이 팀플레이를 정말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급하게 제가 팀플레이를 하게 됐고 찬수형이 개인전을 뛰게 됐죠. 나중에 찬수형은 개인리그에서 승승장구했고 저는 긴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됐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찬수형이 일부러 팀플레이를 못한 거고 연습도 안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너무 속상한 거에요. 팀플레이에 바쳤던 1년이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형제가 왜 복수용달을 해야 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박명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그래도 착한 박명수는 박찬수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형이 잘 되면 자신도 기쁘다는 박명수는 “이번 복수용달을 통해 복수에 성공한다면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사이 화장실에 갔던 박찬수가 돌아왔고 다시 두 선수는 어색한(?) 사이가 됐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박찬수와 박명수는 전혀 어색한 사이가 아닙니다. 단지 말이 별로 없을 뿐이고 서로 이야기를 할 때는 쉴새 없이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모습이 외부로 알려진 적이 없기 때문에 어색한 사이라고 소문이 난 것뿐입니다. 저와 더블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영락없는 쌍둥이 형제였고, 수다쟁이였고, 20대 초반 꿈 많은 친구 같은 사이였습니다.



따로 복수의 방에 들어갔던 예전 회와는 달리 이번 회는 형제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동시에 복수의 방에 들어갔는데요. 처음에는 화기애애하게 복수의 방으로 들어갔던 선수들은 다시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복수에 성공하겠다는 박명수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또한 볼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두 선수는 어떤 영상을 봤기 때문에 이렇게 전투 게이지를 상승 시켜 돌아온 것일까요. 정말 궁금해 지는군요.



복수의 방에 들어가기 전 사실 두 선수의 몰래 카메라가 진행됐습니다. 두 선수를 한방에 두고 정말 말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보기 위한 몰래 카메라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시게 될 겁니다.

복수용달의 안방마님(?) 성승헌 캐스터와 엄재경 해설 위원의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두 분은 선수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사전 녹화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3회나 촬영했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인지 처음 간 저와 형제들보다 훨씬 노련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달려가시는 것을 보고 따라가 보니 화장실 옆 작은 창고가 그나마 따뜻해 그곳에서 몸을 녹이고 계시더군요.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무런 대비 없이 평소에 입던 대로 입고 갔었기 때문에 너무 추워 촬영 중반에는 밀착 취재고 뭐고 당장 콜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었습니다. 담당 피디님도 “기자님, 오늘은 그냥 들어가시는 게 어떻겠어요”라며 걱정해 주셨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 버린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온게임넷 스태프들의 열정이 부러우면서도 그 열정을 조금이라도 담아내야 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복수를 위한 용달차가 도착했고 박명수와 박찬수의 복수혈전이 시작됐습니다. 무뚝뚝하던 형제들 인터뷰에 들어가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예능감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형제들의 입심에 배꼽 잡고 웃으며 잠시나마 추위를 날릴 수 있었습니다.

첫 경기는 몸풀기 경기. 박명수는 테란을 박찬수는 프로토스를 선택해 '투혼'에서 경기를 펼쳤는데요. 과연 누가 승리했을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경기는 매우 일방적으로 끝났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된 복수의 시간. '단장의능선'에서 펼쳐진 두 선수의 저그전 경기는 매우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특히 복수를 신청한 박명수의 표정은 정말 진지해 보였습니다. 공식전 상대 전적 1대1로 팽팽했던 두 선수. 그동안 복수를 신청한 선수들이 모두 복수에 실패했던 복수용달에서 박명수는 최초로 복수에 성공한 선수가 될 수 있을지 매우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경기에 앞서 두 선수의 벌칙 제안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박명수는 “찬수형이 지면 복수용달이 끝난 뒤 용산에서 열리는 경기에 상투를 틀고 나와라”고 주문했고 박찬수는 “너는 교X 치킨을 우리 팀원들과 스페셜포스 선수들 모두에게 쏘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벌칙은 두 형제와 제가 1시간을 고민해서 만든 벌칙이었는데요. 박찬수는 처음에 “닭 10마리만 쏘면 되지”라는 발언을 해놓고 막상 녹화에 들어가니 스페셜포스 선수들까지 들먹이며 20마리를 쏘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방송을 보시면 아마 박찬수가 그 말을 할 때 ‘이건 뭐지?’라며 일그러지는 박명수의 표정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벌칙을 만들고 난 뒤 저는 간절하게 박명수의 승리를 바랐습니다. 박찬수의 상투 튼 모습을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저는 '이소라의 저주' 수법까지 써가며 박명수를 응원하기 시작했죠. 제가 내기를 걸면 진다는 기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이소라의 저주'를 박찬수에게 쏟아 부으며 박명수의 승리를 기도했습니다. 오직 박찬수의 상투 튼 모습을 봐야 한다는 일념에서 현장에 있던 대다수 스태프들도 박명수의 승리를 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혈전이 모두 끝이 나고 복수용달 촬영이 마무리가 됐습니다. 결과가 궁금하시다고요? 온게임넷에서 5일 오후 9시에 방영되는 복수용달을 보시면 이 모든 이야기를 보실 수 있답니다. 저도 이번에는 ‘본방사수’를 할 생각입니다. 편집이 됐는지 안됐는지 알 수 없지만 슬쩍 지나가는 영상에서 제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과연 박찬수가 상투를 틀까요? 아니면 박명수가 교X 치킨을 쏠까요?

복수를 신청한 자가 그동안 100% 패했던 복수용달. 추위와 싸워가며 힘들게 촬영에 임하지만 너무나 즐겁게 일하는 복수용달 스태프들의 열정과 노력이 e스포츠를 즐기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복수는 누가 어떤 사람에게 신청하게 될 지 더욱 기대가 되는 복수용달. 개인적으로는 한상봉과 송병구의 복수용달을 꼭 보고 싶네요. 만약 기자도 신청할 수 있다면 저도 하이트 이경민 선수에게 족구로 복수를 신청해볼 생각입니다(물론 농담입니다). 아니면 오늘 저에게 커피로 굴욕을 안겼던 박찬수에게 ‘팬들에게 커피사기’ 내기로 복수 용달을 신청할까요?

앞으로 복수용달 밀착 취재기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복수용달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복수심에 불타있는 두 선수의 재미있는 이야기들,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럼 e스포츠 화제의 중심에 늘 함께하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는 물러갑니다. 6일 업로드 될 박찬수-박명수 ‘형제의 수다’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사진,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