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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화승 오영종 "공군 에이스는 인생 최고의 경험"

[피플] 화승 오영종 "공군 에이스는 인생 최고의 경험"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화승 팀워크 살리는데 온 힘 기울이겠다"

"사신의 귀환!"

지금의 화승이 존재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 선수의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될 것이다. 2005년 혜성같이 등장해 임요환을 제압하고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가을의 전설을 쓴 '사신' 오영종이 그 주인공. 만약 오영종이 없었다면 어렵게 팀을 꾸려 나가던 플러스가 당시 르까프라는 팀으로 창단하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오영종은 2008년 돌연 공군 에이스 입대를 선언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공군 에이스는 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선수가 입단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군에 입대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오영종. 다사다난했던 공군 생활을 끝마친 오영종은 새로 모든 것을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화승에 돌아왔다.

이제 막 민간인이 된 오영종.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이제는 민간인 오영종을 만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공군 에이스는 나의 힘…박정석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
케스파 랭킹 7위의 선수가 갑자기 공군에 입대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쏟아 냈다.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를 만큼 오영종에 대한 루머는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공군으로 도망간 것일 수도 있어요. 그 선택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공군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제 인생을 바꿔놓은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었습니다. 지금도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공군 에이스에서 군 생활을 했다는 것이 일생의 자랑입니다.”

오영종은 평소 존경하던 게이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것 만으로도 좋은 인생 공부가 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동기인 박정석을 보면서 오영종은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대부분 선수들이나 연예인들도 이미지와 실제 성격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하지만 (박)정석이형은 달랐어요. 왜 바른 생활 사나이로 불리는지 알겠더라고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사람들을 아우르는 포용력,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적극성 등을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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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오영종은 박정석과 많이 티격태격 했다고 고백했다. 아무래도 군대 동기지만 사회에서는 박정석이 한참 위 선배였기 때문이다. 이병, 일병 시절에는 별 것 아닌 일로 많이 싸웠단다.

“처음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는 소대가 달라 하루라도 빨리 (박)정석이형과 함께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대배치를 받고 나니 많이 싸우더라고요(웃음). 저도 고집이 센 편이거든요. 하지만 병장이 된 뒤 조만간 사회를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석이형 밑으로 바짝 엎드렸죠(웃음). 제대 후에도 (박)정석이형과 (홍)진호형과는 자주 연락하며 지내기로 했습니다.”

오영종 마음속에 박정석은 동기 그 이상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형이자 멘토이자 닮고 싶은 사람이었던 박정석. 배울 것이 많은 박정석이 있었기 때문에 공군 에이스 생활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밝힌 오영종은 또 한 명의 ‘박정석 예찬론자’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2년
오영종은 2년이라는 세월이 이처럼 길다는 것을 이제동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오영종이 공군에 입대할 무렵 이제동은 형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열심히 게임을 하는 게임을 조금 잘하는 ‘막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영종이 공군에서 돌아온 2년 후 이제동은 어느새 팀의 고참이 돼 ‘주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었다. 오영종 입장에서는 신기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어요(웃음). 아마 (이)제동이가 영원히 막내일 것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때는 그저 귀여운 동생이었고 많은 것을 알려줘야 하는 아이였는데 지금은 그때 제가 했던 역할을 제동이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뿌듯하면서 신기하더라고요(웃음). 전 아직도 제동이가 귀여운데 말입니다(웃음).”

하지만 오영종은 이제동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고. 팀의 성적을 책임지고 있는 에이스가 주장을 겸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이 오영종의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오영종이 보아 온 이제동은 게임만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100% 제 실력을 낼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이제동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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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 단순히 경기를 잘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에요. 팀워크를 맞추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해요. 팀 에이스가 주장을 맡게 되면 에이스 역할도 못하고 주장 역할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주장을 잘 해낼 수 있는 선수와 에이스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가지나 짐이 많은 제동이에게 주장의 짐까지 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영종은 화승에 복귀하자 마자 가장 먼저 이제동의 주장 완장을 자신이 가져오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제동의 부담을 덜어줘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자신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좋은 선수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화승을 이끈 것은 팀워크
오영종은 플러스 시절부터 에이스도 없이 전전긍긍하던 상황에서 임요환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프로리그에서도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때를 떠올렸다. 화승이 우승할 당시에는 이제동도 지금의 포스를 뿜어내지 못했고 오영종 역시 스타리그를 우승했을 때의 포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하위 팀에서 우승을 일궈내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것은 팀워크라고 잘라 말했다.

“어떻게 보면 화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 없어요. 비스폰 팀들 중 저희처럼 못했던 팀도 그리고 저희처럼 빨리 정상을 밟은 팀도 없죠. 그 원동력은 저도 (이)제동이도 아니에요. 바로 팀워크였습니다. 힘든 시절을 함께했던 선수들이 그간의 설움을 딛고 한번 해보자는 굳은 의지와 한마음으로 달려왔고 결국 우승을 한 것이죠. 지금 화승에는 없는 바로 그 팀워크 말입니다.”

오영종은 09-10시즌 화승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쉬움에 가슴을 쳤다. 팀워크가 무너진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오영종은 자신이 제대하면 무너진 팀워크를 바로 잡아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화승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었다고 한다.

“예전 레알 마드리드로 불렸던 KT가 단 한번의 우승을 일궈내지 못했던 것은 바로 팀워크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공군 에이스도 팀워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선수들의 실력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에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아요. 팀워크라는 것은 화승이라는 최하위 팀을 우승시키기도 하고 우승자들이 모인 최고의 팀을 우승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오영종은 앞으로 주장으로서 그리고 맏형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낼 생각이다. 개인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화승에서 자신에게 바라는 역할은 그뿐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오영종은 예전 우승할 때의 하나된 모습으로 팀을 조금씩 바꿔나갈 예정이다.

◆화승 프로토스 이미지 바꾼다
오영종은 공군 에이스에서 가장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봤던 것이 바로 화승 프로토스였다. 특히 지난 시즌 2승을 기록해 최약체 종족으로 평가 받았으며 ‘화토’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김태균을 보면서 오영종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한번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계속 패하는 김태균의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공군 에이스 시절 경기를 보면서 ‘이 선수는 정말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선수가 김태균이에요. (홍)진호형이나 공군 에이스 선수들 대부분 (김)태균이만 나오면 응원하곤 했다니까요. 그래도 제가 몸담았던 화승 프로토스 라인인데 12개 게임단 세 종족 중 가장 최약체로 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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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지 오영종은 다행히 김태균이 어느 정도 살아난 상황에 팀에 합류하게 됐다. 김태균은 현재 이번 시즌 3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다섯 라운드를 합쳐 2승했던 김태균이 아직 1라운드도 채 끝나기 전에 3승을 거둔 것이다. 오영종 입장에서는 기특할 수밖에 없다고.

“제가 오니 잘하는 군요(웃음). 제가 너무 무책임하게 팀에서 빠진 것은 아닌가 고민한 것도 화승 프로토스 라인을 보면서부터였어요. 잘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성적은 좋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시즌 확실히 달라 졌더라고요. 이제 막 날아 오르려는 선수에게 저는 제트엔진을 달아줄 생각입니다. 화승 프로토스 라인이 얼마나 강한지 보내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우승을 향한 전진
오영종이 화승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느낀 부분은 팀이 어수선하다는 것이었다. 1군 선수들이 워낙 착해 나쁜 소리를 못하는 상황에서 질서가 없다는 느낌을 받은 것. 오영종은 이대로 가다간 팀워크가 점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을 확 잡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번 시즌에는 나서서 그런 역할을 담당할 겁니다. 지금 확실히 화승이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에요. 하지만 결국 시즌 끝에서는 웃는 팀이 되게끔 노력할 겁니다. 지금 저에게는 이 일이 너무나 간절하고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영종은 몇 달 동안 피나는 연습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 개인적인 성적을 욕심 내기 보다는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팀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오영종은 컨디션을 끌어 올림과 동시에 팀을 우승할 수 있는 전력으로 업그레이드 하게끔 코칭 스태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 둘 고쳐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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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다녀온 뒤 팬들이 많이 떠나감을 느꼈어요(웃음). 대신 우리 때는 거의 없었던 팀 팬들이 생겨난 것 같아요. 커뮤니티를 돌아보니 화승 팬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것도 당장의 몇 십 승이 아닌 선수들을 잡아주는 역할이더라고요. 떠나갔던 팬들도 돌아오게 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팬들을 위해 화승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오영종, 다시 한번 사신이 부활해 오영종의 다크템플러만 보면 벌벌 떠는 선수들이 많아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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