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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오영종이 쏘아올린 작은 공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공군 에이스라는 팀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2006년 공군이 전산특기병으로 프로게이머를 선발한다고 했을 때 논란이 일었다. 게임밖에 할 줄 모르는 프로게이머를 과연 전산병으로 쓸 수 있을지, 스타크래프트가 워게임과 전혀 다른데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했다.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프로게이머들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는 쪽으로 이해했고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공군이 과연 프로게이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해 10월 임요환까지 공군에 입대했고 뒤를 이어 상당히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공군 팀에 모였다. 2007년이 되자 공군은 에이스라는 이름의 프로게임단을 창단했고 프로리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12번째 프로게임단의 참가였고 이제 화두는 공군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의 성적으로 변했다.

공군은 언제나 꼴찌였다. 단일 리그로 치러진 2008년 시즌을 제외하고 가장 아래쪽에 이름표를 붙였다. 전성기 때는 개인리그에서 우승도 차지하고 프로리그에서 다승 상위권에 올렸던 선수들이지만 팀에서 설 자리가 없는-퇴역군인 같은-프로게이머들이 모였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공군은 프로리그에서 두 자리 연패를 밥 먹듯 했고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인 18연패를 09-10 시즌에 기록하기도 했다.

게다가 프로리그 10-11 시즌을 앞두고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공군이 과연 1승이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기존의 5전3선승제가 아닌 7전4선승제로 변했다. 3승을 따내지 못해 18연패를 했던 공군에게 1승을 더 따내라는 제도의 변화는 가혹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공군은 20일 기준으로 전체 순위 9위에 랭크돼 있다. 무려 6승이나 따냈다. 최근에 거둔 승리는 1위인 SK텔레콤 T1을 잡아내고 승수를 보탰다.

공군 에이스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선수가 있다. 바로 오영종이다. 2008년 9월 공군에 입대한 오영종은 박정석, 한동욱과 함께 공군이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신병 훈련을 마친 이후 팀에 합류하자마자 프로리그에 출전했던 오영종은 제대하기 던까지 32승을 따내면서 역대 공군 전역병 가운데 에이스 소속으로 이주영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따냈다.

공군에서도 실력을 갈고 닦은 오영종은 제대 이후 화승에 돌아와서도 여전한 기량을 선보였다. 손찬웅, 김태균 등이 주전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오영종은 내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았다. 화승의 프로토스 라인이 약하기 때문에 오영종에게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생각했지만 그래도 오영종은 2라운드에서 5번이나 출전 기회를 잡았다.

여느 공군 전역병과 마찬가지로 소속팀 복귀 후 첫 경기를 공군 에이스전에서 치른 오영종은 이성은을 시원하게 격파하면서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웅진 박상우와 위메이드 김준호에게 패배했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박상우전에서는 전진 건물 전략을 통해 위협을 가했고 김준호전에서는 60% 가량 경기를 잡았으나 히드라리스크 러시를 막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20일 MBC게임 염보성과의 경기에서 오영종은 대박을 터뜨렸다. 초반부터 염보성을 압박했고 아비터를 확보한 이후 맹공을 퍼부으며 염보성을 제압했다. 12월 현재 KeSPA 랭킹 4위인 선수를 꺾은 것이다.

염보성을 잡아내면서 오영종은 또 하나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공군 전역병 출신으로 프로리그에서 2승을 거둔 선수는 없었다. 임요환이 1승3패 이후 종목을 바꿨고 박대만도 1승만 거둔 뒤 해설자로 자리를 옮겼다. 현역 선수 생활을 하면서 프로리그에서 2승을 거둔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오영종의 분전은 화승 뿐만 아니라 공군 에이스에게도 존재의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공군 에이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전역한 선수들 가운데 대부분은 현역 복귀를 하지 않았다. 코치 자리가 들어왔기 때문에 후임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품고 선수를 그만 둔 사람들도 있지만 학업이나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e스포츠 업계를 떠난 선수들도 많다.

전역병들의 이러한 행태는 공군 에이스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논리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영종이 프로리그에서 두 번째 승리를 거둔 것에 거창한 의미를 두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부 경쟁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프로리그에서 가능성을 찾으려 했던 임요환이 후배들을 이기지 못하고 종목을 변화한 것과 비교했을 때-물론 임요환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전향했다고 했지만 후배들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오영종은 노력을 통해 팀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 화승의 프로토스 라인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주전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출전해서 승리했다.

오영종은 공군이 단순히 병역을 해결하기 위한 곳이 아님을 몸소 증명했다. 선수 생활을 늘릴 수 있고 돌아와서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줬다.

오영종이 쏘아 올린 공은 작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공을 쏘아 올린 사례는 없었다. 남은 일은 오영종을 비롯해 박정석 등 현역에서 뛰고 있는 공군 전역병과 공군 후배들이 이 공을 더 높이 쏘아 올리는 것이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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