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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後에] 사람냄새 나는 '콩라인' 뒷 이야기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데일리e스포츠가 신년 특집 인터뷰로 기획한 홍진호, 송병구, 정명훈의 2인자 인터뷰, 일명 ‘콩라인’ 인터뷰는 선수들의 면모를 살펴 보면 알 수 있듯 차마 기사에 모두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오늘은 인터뷰가 끝난 뒤 따뜻한 순대 국밥을 먹으며 나눴던 더 재미나는 뒷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함께 세 선수가 나눴던 수위 높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시죠.

◆진정한 콩라인은 이제동?
‘콩라인’인 홍진호와 송병구, 정명훈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콩라인'의 다음 주자였습니다. 정명훈, 허영무 이후 '콩라인'에 들어올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콩라인의 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세 선수는 머리를 모아 콩라인의 다음 주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개인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를 하나씩 꼽아보다 세 선수는 한 명의 이름을 동시에 말할 수밖에 없었죠. 바로 ‘폭군’ 이제동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제동이가 워낙 우승을 많이 해서 그렇지 준우승 경력만으로는 우리 콩라인에 들어올 자격이 충분하네요(웃음). 나도 하지 못한 한 선수에게 세 번 연속 준우승이라는 대 기록을 세웠으니 말이죠(웃음). 게다가 종족도 저그고 준우승을 했던 경기들 모두 테란에게 졌고. 저랑 가장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데요(웃음)?”



홍진호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럴듯하더군요. 이상하게 ‘콩라인의 후예’에는 테란, 프로토스는 있지만 저그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홍진호 입장에서는 진정한 수제자가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던 찰나 2010년 이제동이 개인리그에서 이영호에게 내리 세 번을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콩라인’ 영입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홍진호는 이제동의 우승 경력이 너무나 화려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던 송병구와 정명훈 역시 “준우승 경력은 ‘콩라인’에 들어오기 충분하지만 우승 경력을 본다면 ‘콩라인’에 들어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콩라인 수장 홍진호를 말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동이에게 한번 물어봐 주세요. ‘콩라인’에 가입할 생각이 있는지(웃음). 아무리 봐도 준우승 경력이 아쉬운데…”

홍진호의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고 콩라인의 다음 주자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홍진호는 “아무리 (이)제동이가 우승을 많이 했다고 해도 2011년에 준우승을 두 번만 더한다면 영입을 적극 고려할 예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더군요. 홍진호는 ‘콩라인’ 저그 회원이 그렇게 갖고 싶은 모양입니다.

◆콩라인의 걸 그룹 사랑
만약 송병구와 정명훈이 이번 박카스 스타리그 2010 결승전을 치른다면 어떤 걸 그룹을 초대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송병구는 레인보우를 꼽았고 정명훈은 아이유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 결론을 내리기까지 콩라인의 걸 그룹 이야기는 10분이 넘게 지속이 됐는데요. 홍진호는 송병구의 발언에 ‘멱살’을 잡기도 했을 정도로 세 선수의 걸 그룹 이야기는 치열했습니다.

처음 말 문을 연 것은 역시 군대에서 막 제대한 홍진호였습니다. 그동안 개인리그 결승전에 초대됐던 걸 그룹을 하나씩 꼽으면서 그 면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특히 소녀시대가 나왔다는 말을 하자 입을 다물 줄 모르더군요.

[인터뷰 後에] 사람냄새 나는 '콩라인' 뒷 이야기


“군대에서는 소녀시대가 아니라 ‘소시느님’이라고 불려요. 소녀시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군인들은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소녀시대가 곧 법이고 믿음이에요. 정말이지 그들은 사람이 아닌 군인들을 살리는 여신이라니까요.”

홍진호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아직까지 군대에 가보지도 않았고 소녀시대를 실제로 두 번이나 본 적이 있는 송병구와 정명훈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송병구와 정명훈이 “소녀시대를 실제로도 본 적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라는 말을 하자마자 홍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송병구의 멱살을 잡고 말았죠. 군대에서 제대한 지 열흘도 안된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다 보니 소녀시대를 신으로 모시고 살았던 버릇이 아직 남아 있었나 봅니다. 송병구의 멱살을 놓아주면서 홍진호가 내뱉은 말을 잊을 수가 없네요.



“감히 소녀시대에게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하다니. 내가 완전히 사회에 적응하기 전까지 내 앞에서는 소녀시대를 욕하지 말라고.”

역시 대한민국 군인들을 이끄는 힘은 걸 그룹에 있다는 것이 사실임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송병구와 정명훈 역시 홍진호의 소녀시대 사랑에 맞장구 쳐주기 시작했고요. 처음에는 반발하던 송병구도 이내 소녀시대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우리의 예비역 홍병장은 만족하는 웃음을 짓더군요.

◆콩라인 최고의 식신은?
e스포츠가 인정하는 식신 엄재경도 그 앞에서는 항복을 선언했죠. 누구나 다 인정하는 e스포츠계 최고의 '식신' 바로 송병구가 그 주인공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KT 연습실 아래에 위치한 순대국밥 집을 찾은 세 선수. 과연 송병구가 얼마나 잘 먹을지 내심 기대하고 지켜봤지만 의외의 복병은 따로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밥도 한 그릇 다 먹지 못할 것 같이 마른 체형의 정명훈이 주인공입니다. 정명훈의 식신 본능은 송병구를 능가했습니다. 부산 출신 프로게이머답게 순대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 뒤 정명훈은 식사에 집중했습니다. 홍진호와 송병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정명훈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순대국밥을 떠넣기 시작했죠. 나중에 보니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뚝배기를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뒷처리까지 해버린거죠. 홍진호와 송병구는 정명훈의 식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른 체형에 입이 짧아 보였던 정명훈이 세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뚝배기를 깔끔하게 비우는 것을 보고 '식신' 송병구도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외의 복병이었던 정명훈은 “원래 잘 먹는데 살이 찌지 않을 뿐”이라며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송병구는 옆에서 한숨을 쉬며 “누구는 다이어트 하느라 힘들게 운동하고 식사 조절하는데 누구는 양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는데요. 그 말에 심히 공감한 기자는 송병구와 함께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죠. 정명훈과 체형을 바꿀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며 우스개 소리를 나누던 사이 벌써 시계는 8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경로우대라는 원칙 때문에 홍진호가 속한 KT 연습실 앞에서 모였던 세 선수. 가는 길에도 송병구와 정명훈은 ‘수장’ 홍진호에게 예를 다해 인사하고 인터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선후배의 교류가 실종되고 팀끼리 교류가 점차 단절돼 가는 e스포츠계의 상황에서 이 같은 모임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스포츠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니까요.

사람냄새 물씬 나는 ‘콩라인’이 그래서 팬들에게 더욱 인기가 많은가 봅니다. 앞으로 ‘콩라인’이 단순히 준우승자들의 모임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 되길 바라봅니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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