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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MBC게임 김재훈 "FA 대박 터뜨린다"

[피플] MBC게임 김재훈 "FA 대박 터뜨린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프로 6년차 뒤늦게 핀 꽃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이하 FA) 제도는 프로 자격을 갖고 활동하는 선수들에게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FA 자격을 얻고 원소속팀과 연봉 협상을 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팀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몸값을 높일 수 있어서 프로 선수들은 F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가 아직 연봉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e스포츠 업계에도 FA 제도가 있다. 2009년 첫 시행된 이 제도를 통해 일부 선수들은 몸값을 올렸다. 아직 FA를 통해 팀을 이적한 사례는 없지만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2011년 FA 자격을 얻는 MBC게임 히어로 김재훈은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는 마음 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08-09 시즌, 09-10 시즌 4할에도 미치지 않았던 승률을 10-11 시즌에는 6할로 바꿨고 '공포의 외인구단'이라 불리는 MBC게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테란이었다?
김재훈의 종족은 프로토스다.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다른 종족으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으니 김재훈의 종족은 프로토스다. 그렇지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그는 테란으로 플레이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김재훈은 임요환의 경기를 보면서 테란이 최강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임요환의 테란과 김재훈의 테란은 격이 달랐고 승리에 목 말라하던 차에 박정석이 임요환을 꺾는 경기를 TV 화면을 통해 지켜본 김재훈은 당장 프로토스로 종족을 바꿨다.

"2002년이었던 것 같아요.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박정석 선수가 병력을 뽑아 임요환 선수를 마구 몰아치는데 '로망'을 느꼈어요. 그리고 나서는 최고의 종족이 프로토스라고 인식을 바꿨죠."

프로토스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김재훈은 2005년 MBC게임(당시 POS)의 연습생으로 입단했고 2006년 4월 프로 자격을 땄다. 2006년 후기리그에서 팀플레이를 통해 데뷔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난 뒤 김재훈은 이윤열을 꼭 이겨보고 싶었다. 박정석이 이윤열과 결승전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0대3으로 무너진 뒤 막연하게 박정석의 복수를 하고 싶었단다. 2006년 프로 자격을 얻은 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김재훈은 2008년 신한은행 프로리그에서 이윤열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패배. '우상' 박정석의 복수를 하는데 실패했다.

"'카트리나SE'에서 경기했는데 4분만에 끝이 났어요. SCV와 머린이 러시를 왔고 당황한 나머지 유닛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해 허무하게 졌죠. 공식전에서 개인전에 처음 나갔던 때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소심한 A형
김재훈은 경기를 마친 뒤 승자 인터뷰에서 '방송 무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연습실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지만 경기석에만 앉으면 벌벌 떨면서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SK텔레콤 T1 정명훈을 위너스리그 마지막 세트에서 잡아낸 뒤에도 그는 "방송 무대 적응이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데뷔한 지 얼마 안되어 프로리그에 출전할 때는 팀플레이를 주로 했어요. 선배들이랑 호흡을 맞추니까 전혀 떨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개인전에 출전하다 보니 패배에 대한 공포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기라고 내보낸 경기에서 어이없는 패배를 자주 당해서 그런가봐요."

경기석에 앉으면 '오늘은 어떻게 이길까'가 아니라 '어떻게 질까'가 먼저 떠오르면서 무대 공포증이 생겼다는 김재훈에게 A형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어떻게 아셨어요?"였다. A형의 특징으로 지적되는 소심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답변이다.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6할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는 지금도 떨리냐고 물었더니 "떨림은 변함이 없지만 요즘은 내 실력에 대한 믿음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답했다. 배포가 없고 멘탈이 약했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연습량을 충분히 늘리면서 신뢰가 생겼다는 의미다. A형의 선천적인 소심함을 무던한 노력으로 극복했다고나 할까.


◆상대를 영웅으로 만드는 재주(?)
김재훈은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더 임팩트가 큰 선수로 알려져 있다. 속칭 '버뮤다 리콜'과 '2000번째 명승부 연출자'가 팬들이 기억하는 김재훈의 모습이다.

프로리그에서 웅진 박상우(당시 이스트로)를 만난 김재훈은 유리한 상황에서 리콜을 시도했다. 아비터의 특수 기능인 리콜은 정해진 지역에 배치된 병력을 한 번에 소환하는 기능으로, 어지간하면 한 부대 이상의 병력을 데리고 올 수 있다.

테란전에서 자주 쓰이는 이 기술은 경기를 끝낼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박상우와의 경기에서 김재훈은 리콜을 시도했지만 옵저버 한 기만 상대 진영으로 데리고 왔다.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박상우가 뒷심을 발휘하며 김재훈을 꺾었고 팬들은 버뮤다 삼각 지대에 병력을 버리고 왔다는 뜻에서 '버뮤다 리콜'이라 김재훈을 비꼬았다.

공군 이성은(당시 삼성전자)과의 스타리그 2000번째 경기에서도 김재훈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개인리그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여서 온게임넷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던 이 경기에서 김재훈은 이성은과 난타전을 치렀다. 이성은의 조이기를 피하기 위해 아비터를 뽑았고 리콜 작전을 성공하며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만드는 듯했지만 이성은의 벌처를 막지 못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저를 유명하게 만든 명경기이긴 하지만 잊고 싶어요. 아직도 제가 리콜을 하려고 하면 해설자들이 '버뮤다 리콜'이 될까요라는 멘트를 하고 유리한 상황에서 작은 실수만 해도 '작가 정신이 발휘되나요'라는 멘트가 나오거든요. 제가 영웅이 되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다른 선수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정작 저는 희생양이 되어 왔어요."


◆FA 통해 대박내고 싶은 이유
09-10 시즌이 끝난 뒤 김재훈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으려 했다. 2006년 프로게이머가 된 뒤 4년 동안 인생을 걸었지만 남을 영웅으로 만들었을 뿐 김재훈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재훈은 다른 일을 해보기 위해 1주일 넘도록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등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도 했다. MBC게임과의 계약도 하지 않으려 했다.

"카드 영업직을 해보려고 했어요.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던 때처럼 하루 10시간 이상 영업을 하러 다닌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혼신을 다해 준비한 결과가 4할에 미치지 않는 초라한 성적이라면 더 이상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팀을 떠날 마음을 먹었을 때 MBC게임의 사령탑이 바뀌면서 김재훈은 은퇴의 뜻을 꺾었다. 하태기 감독과 이운재 코치가 떠나고 성학승 수석코치, 박지호 코치 체제로 전환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성 코치의 이야기가 김재훈의 은퇴를 막은 결정적인 계기였다. 지금까지 흘린 땀이 있는데 1년만 더 해본 뒤에 그만 둬도 되지 않느냐는 설득이었고 김재훈은 받아들였다.

"이대로 물러선다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1년 더 뛰어보자고 결심을 굳히고 나니 리그 시스템도 바뀌었더라고요. 7전4선승제가 되면서 출전 기회가 보장됐고 위너스리그도 한 라운드가 늘어나면서 제게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10-11 시즌 MBC게임은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6명의 주전 선수로 엔트리를 구성하고 있다. 김재훈은 능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출전할 기회가 생겼고 14승9패를 기록하면서 MBC게임 안에서도 다승 상위에 랭크되며 달라진 기량을 뽐내고 있다.

"혹자는 내년에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냐고 말씀하실 수 있을 거에요. 일정 부분 FA가 분발하는데 작용한 요소이긴 해요. 그렇지만 은퇴까지 마음 먹었던 선수가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주셨으면 합니다. 10대 후반에 쏟았던 정열을 모두 백지로 만들고 새로 시작하려 했던 20대 청년의 마음이 담긴 경기라는 진정성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김재훈이 4할대에 머물던 승률을 6할로 바꿔 놓은 이유를 박지호 코치는 연습량을 꼽았다. 하루 10시간으로 잡혀 있는 기본 연습에 경기를 앞둔 날이면 새벽 4시까지 보충 연습을 하는 성실함 덕분에 승과 패가 뒤바뀐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 데뷔 이래 꾸준함으로는 MBC게임 선수들 사이에서 인정받았던 김재훈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한 연습과 성실한 훈련을 통해 노력과 땀의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박지호 코치의 칭찬을 받은 김재훈은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프로리그에서 더 활약해서 MBC게임을 최고의 팀의 반열에 올려 놓고 개인리그에서도 다전제까지는 가봐야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재훈은 "프로게이머 6년차인 제가 뒤늦게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 연습생으로 뛰고 있는 후배들에게 게임은 천재성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 힘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어요. 연습은 배신하지 않거든요."


thenam@dailyesports.com

◇김재훈 프로필
소속 : MBC게임 히어로
종족 : 프로토스
아이디 : n.die_Jaehoon
생년월일 : 1989년 9월21일
고향 : 울산 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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