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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부러운 대만 e스포츠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대만 출장을 다녀온 기자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과연 우리는 지난 일년간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며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발전하지 않았던 지난 일년 한국 e스포츠를 돌아보면서 말이다.

2010년 3월 한-대만 스페셜포스 인터리그를 취재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한 뒤 일년 만에 다시 찾은 대만 e스포츠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과연 내가 일년 전에 봤던 대만의 모습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 큰 것들까지 대만은 정말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만 e스포츠 협회 로버트 황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한국 e스포츠 기자로서 부러움에 몸이 떨렸다. 로버트 황 회장은 단순히 e스포츠를 마케팅 도구로만 보지 않았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자부심, 자신들을 믿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한 선수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기 위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황 회장의 모습이 한국 e스포츠 협회장과는 너무나 달랐다. 바쁜 와중에도 선수들의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숙소와 식단까지 꼼꼼히 챙기는 등 조그마한 일부터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 간 황 회장의 철학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로버트 황은 현재 '화이'라는 회사의 대표다. 화이는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으며 한국의 스페셜포스, 그라나도 에스파다, 열혈 강호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화이가 서비스 하고 있는 게임이 아닌 카트라이더 등 다른 게임들도 종목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황 회장은 자사의 이득만을 취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e스포츠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e스포츠 협회장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치 넥슨이 스페셜포스 팀을 창단한 것과 같은 이치니 말이다.

황 회장의 이 같은 생각과 배려로 대만 e스포츠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황 회장의 확고한 책임의식과 열정이 e스포츠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열심히 뛸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그리고 사소한 노력들 하나가 모여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에 대만 e스포츠 종사자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부러웠다. 우리 나라 사정과 비교해 보면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서로 협회장이라는 책임을 떠미는 게임단들, 협회장이라는 간판만 달고 있을 뿐 결승전 시상대에 올라설 때만 얼굴을 들이미는 SK텔레콤, 게다가 SK텔레콤은 이번 이사회에서 없는 예산을 기어코 줄여 몇 가지 계획한 사업마저 무용지물로 만드는데 앞장 섰다고 한다. 대만 e스포츠 협회장과는 너무나 다른 행보다.

물론 우리의 잘못도 있다. SK텔레콤 김신배 회장이 협회장을 하던 시절 많은 투자와 열정으로 e스포츠를 한층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그를 욕하기 바빴다. 팬들이건 관계자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김신배 회장을 욕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냥 냄비 근성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배 회장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게임단들이 협회장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e스포츠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몇 년째 정체돼 있는 e스포츠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책임 있고 열정적인 협회장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허울뿐인 협회장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어느 광고처럼 고객 만족을 위해 발로 뛰는 대만 e스포츠 협회 스티브 황 회장 같은 협회장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SK텔레콤에게 부탁한다. 나서는 게임단이 없어서 억지로 다시 협회장을 맡는 것이라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 나중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억지로 한 협회장'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지 말라는 말이다. 이름을 빌려 줬다고 만족하고 박수치는 협회장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대만 e스포츠 규모가 작고 협회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황이 한국에 비해 작은 규모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변명하는 게임단은 제발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것은 돈과 규모의 문제가 아닌 열정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년에는 대만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협회장을 보며 부러워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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