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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G 위기 왜 왔나?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세계 최대 게임축제 월드사이버게임즈(WCG)가 국내 조직과 해외 파트너 축소로 대회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사태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외견상 WCG는 세계 최대 e스포츠 올림픽으로 성장한 데다 해외서는 디지털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서는 WCG 위기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우선, 삼성전자가 대회를 주도하면서 대회 주관사가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주도하는 스포츠 축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e스포츠계나 미디어와 협업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던 탓에 국내서는 이렇다할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회 주관사 월드사이버게임즈(구 ICM)는 지난 10년 동안 자력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다. 특히 WCG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이 수차례 변경되면서 대회 정체성 확립에도 실패,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

초기 WCG는 2000년 시범 대회 성격의 WCG 챌린지로 막을 올렸다. IT와 게임 등이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가 벤처사업팀을 꾸렸고 운종용 부회장이 일선에 나섰다. 당시 이재용 상무가 추진하던 e삼성의 프로모션 모델이 WCG의 모태가 됐다. 게임을 통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 사이버 세상의 올림픽을 e삼성이 주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출범 당시 대회 개최 취지에 걸맞게 WCG 조직위원회 위상도 높았다.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문화관광부 장관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정부에서도 WCG 개최 취지를 인정해 수년 동안 매년 5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용의 e삼성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면서 WCG는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됐다. 삼성 내 주관부서도 e삼성 사업의 백업 라인이었던 벤처사업팀에서 전자 홍보실로 바뀌었다. 이 때부터 WCG는 삼성 내 '업동이'로 전락, 이 부서 저 부서를 떠돌게 된다.

담당 부서가 홍보실에서 해외 영업 부서로 바뀔 때만해도 WCG가 삼성전자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툴로 자리매김하는가 싶었으나, 이후 삼성이 점차 손을 떼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도저도 아닌 모양으로 변했다. 실제 지난해까지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 해외 마케팅 도구로 활용됐지만 최근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로 권한이 넘어가면서 WCG는 다시한번 위상 변화를 겪어야할 상황이다.

2000년 당시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이라는 회사로 시작했던 월드사이버게임즈 주관사 역시 삼성전자 주무 부서 변동에 따라 심각한 파고를 겪어야 했다. 최근엔 삼성이 지원 계획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이사를 포함해 50%가 넘는 직원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직 자체가 와해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WCG는 지난 10년 동안 e스포츠 국제 대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지만, 정작 이 대회를 후원해 왔던 삼성전자 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실상 WCG 주인이었지만, 또 주인이 아닌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대회의 성장과 정체성 확립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삼성의 이 같은 행동 이면에는 WCG를 글로벌 공공재로 '독립'시키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실패한 e삼성의 유산을 떨어 내고 싶은 '정서'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삼성전자 우산 속에서 성장해 온 WCG는 삼성에 준하는 또 다른 후원자를 찾을 수 없었고, 다른 기업들 역시 삼성이 주도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기에 결국 WCG는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e스포츠협회 최원제 사무총장은 "최초의 e스포츠 국제대회라 할 수 있는 WCG는 10년여만에 세계 70여개국 수천만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e스포츠 올림픽으로 성장했다"며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으나 정작 삼성전자는 WCG를 계륵으로만 보고 있는 듯 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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