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유명 e스포츠 해설 위원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게임이나 e스포츠 방송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엄재경 온게임넷 해설 위원이 지상파 아침 정보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변신을 선언했다. 엄재경 해설 위원은 지난 22일부터 SBS의 아침 프로그램인 '모닝 와이드'에서 '엄재경의 한 컷'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았다.◆묘한 타이밍과 묘한 인연엄재경 해설 위원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게임 방송의 e스포츠 해설 위원으로 일하고 있고-e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다-원래는 만화 작가였다. '까꿍'이라는 만화의 작가를 맡으면서 유명세를 얻은 엄재경 해설 위원은 1999년부터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해설자로 변신했다. 최근 들어서는 아내 최경아와 함께 '크레이지 커피 캣'이라는 웹툰을 연재하면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만화 작가 일이나 게임 방송의 해설 위원이라는 자리는 '저녁형 인간'으로 구분되기에 엄재경 해설 위원을 아는 주위 사람들은 "아침 방송에 출연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묘한 타이밍에 섭외가 왔어요. 손에 건선이라는 질병을 얻으면서 의사가 술은 끊어야 하고 고기는 줄여야 한다고 처방을 내리더라고요. 늦게 일이 끝나면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10년 넘도록 해왔는데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니 멀리하게 됐죠."늦은 시간에 음식물을 섭취하는 일을 자제하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전환된 삶을 살려고 마음 먹은 타이밍에 SBS로부터 출연 의뢰가 왔다. 아침 8시30분에 새로운 코너를 오픈하려고 하는데 엄재경 해설 위원이 맡아달라는 뜻이었다."왜 나를 섭외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사흘 정도 촬영을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외주 제작사들의 피디들이 젊어서 그런지 e스포츠 세대였던 거죠. 그리고 중간 간부 피디 가운데 한 명도 2000년에 e스포츠 대회를 중계했던 사람이었어요. e스포츠 해설자라는 경력이 섭외에 도움을 준 케이스죠."묘한 타이밍이라고 여길 만한 일이 또 있다. 10-11 시즌 내내 맡아 왔던 프로리그 해설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준 것. 박용욱 김창선 등과 함께 프로리그 중계를 해왔던 그는 오는 26일 위너스리그 준플레이오프부터 프로리그 해설 자리를 박태민, 김정민 등 전역하고 복귀한 후배들에게 내줬다. 또 스타리그 개막일이 늦춰진 것도 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아침 5시부터 준비모닝와이드라는 프로그램은 아침에 방송된다. 엄 해설 위원이 맡은 부분은 8시30분부터 3~5분 정도 진행되는 '한 컷'이라는 코너다. 조간 신문 가운데 눈을 끄는 사진들을 화면에 보여주고 관련 기사를 간단히 정리해서 전해주는 컨셉트다. 이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엄 해설 위원은 새벽에 방송국으로 향한다."조간 신문이 4시30분에 도착하면 피디와 작가가 미리 스크랩을 하고 있어요. 저도 새벽같이 준비해서 방송국에 5시20분까지 도착합니다. 사진을 선별하고 관련 내용을 몇 문장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7시30분까지 마치죠. 한 시간 정도 외우고 나면 방송을 진행합니다."만화 작가 생활을 하면서 글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의 경력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담당 작가, 피디와 함께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짧은 말 안에 사진이 갖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시사적 인간엄재경 해설 위원에게 아침 방송의 정보 프로그램 진행은 새로운 영역이다.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지만 게임 방송이나 만화 작가 역할을 해왔던 그는 시사나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만화 작가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받아들여 녹여내야 해요. 꼬박꼬박 뉴스를 챙겨보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양태도 지켜봐야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죠."엄재경 해설 위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웹툰을 그려 잔잔한 감동을 준 적도 있을 정도로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 e스포츠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혜안을 보여준다."시사 코너를 진행한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뜻 깊은 것 같아요. e스포츠를 더 알릴 수 있기도 하고요. 아직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구수한 입담을 선보일테니 애정과 관심 보여주세요."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