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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돌아온 '해변김' 김정민 "기다려준 모든 분들께 감사"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만족할만한 해설 하고 싶다"

"왕의 귀환!"

그의 복귀를 두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왕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그가 팬들이나 관계자들에게 해설자로 쌓은 신뢰는 오히려 그가 없을 때 더욱 빛이 났다. 그리고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해설자 변신을 했다는 평가와 현존 최고의 해설자라는 극찬을 동시에 받았던 온게임넷 김정민 해설 위원이 21개월 군복무를 마치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짧은 머리로 말이다.

아직은 사회에 적응조차 하지 못하고 이제 막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가입해 세상과 소통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김정민을 만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순식간에 지나버린 2년
김정민이 군 입대 전 마지막 방송을 한 지난 2009년 5월 26일.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나 보내며 눈물을 흘렸고 그 역시도 눈물을 보였다. 그날을 두고 김 해설은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 말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군 입대가 결정되고 난 뒤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돌아 올 자리가 있을지 걱정도 됐고 군대에 들어가있는 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면 어쩌나 고민됐죠. 그런데 그날 저를 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 아쉬워해준 팬들 등 많은 사람들을 보며 힘이 났어요. 돌아와도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힘이 저를 지탱시켜 준 것 같습니다."

군대 안에서의 하루 하루는 생각보다 길었다. 김 해설은 많은 나이에 군대에 가 전투병으로 근무하며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쏙 빠진 얼굴 살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2년이 모두 지난 지금 김 해설은 "2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신기해 했다. 하루는 길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짧았던 것일까.

"밖에서의 시간은 확실히 군대에서의 시간보다 빠른 것 같아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며 '벌써 제대할 때야'라고 물어보더군요(웃음). 막상 저는 시간이 가지 않아 죽을 뻔했어요(웃음). 그리고 e스포츠로 빨리 돌아오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다행인 2년
김정민이 군에 입대하면서 자신이 없는 2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에 두려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제대한 뒤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점점 자신감도 사라지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밖에서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들보다 뒤쳐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잖아요. 많은 것이 변하게 되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2년이 늦는 것이고 그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어요. 군대에서 그런 생각이 들면 갑자기 무서워 지더라고요."

하지만 다행히도 2년이 지났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여전히 '택뱅리쌍'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고 스타크래프트1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정민이 생각하는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 해설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직도 '택뱅리쌍'이 e스포츠 중심에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얼마나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면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인지 연구하고 싶어 진다니까요(웃음). 더군다나 (이)영호는 예전보다 더 잘하더라고요. 소름 돋습니다(웃음)."

◆기다려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휴가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빨리 와라'였어요(웃음). 군 입대 전에는 내 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웠는데 오히려 군대에 다녀온 뒤 제 자리게 확고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그가 없는 동안 온게임넷은 해설진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승엽과 서경종을 발굴하고 이승원이 건제한 MBC게임에 비해 온게임넷은 상대적으로 프로리그 간판 해설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김정민을 그리워했고 그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온게임넷은 가족과도 같은 존재에요. 그런 곳이 욕 먹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어요. 차라리 내가 욕을 먹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지켜보는 내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상황을 지켜본 김정민은 빨리 그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신이 많은 것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비난은 듣지 않게끔 중심을 잡아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병장 때부터 그는 복귀 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떨어진 감을 찾는데 주력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준 많은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는 잘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큰 기대와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이런 기대를 받으니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오히려 그래서 문제죠(웃음)."

쏟아지는 기대와 사랑이 부담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큰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김 해설은 "방송인은 관심으로 먹고 살잖아요"라며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용욱과 박태민, 새로운 조합에 대한 고민
김정민에게 가장 큰 변화는 막내에서 최고참이 됐다는 사실이다. 군입대 전 김정민은 온게임넷 막내 해설자였고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금의 위치에 섰다. 그런데 제대하자마자 김정민은 졸지에 프로리그 최고참 해설위원이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박)태민이가 해설로 합류한지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제대 후 변화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긴 했지만 이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웃음). 가장 최고참이 됐다는 사실이 일단 어색하고요(웃음). 잘 이끌어가야겠죠?"

다행인 점은 박용욱과 박태민 모두 김정민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금방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김 해설은 자신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박)용욱이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빨리 함께 해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얼마 전에 말년 휴가를 나와 (박)용욱이와 (박)태민이랑 연습을 해본 적이 있는데 괜찮았어요. 조금만 더 다듬으면 충분히 좋은 해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 주세요."

김정민은 새로운 조합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온게임넷 프로리그 해설진이 젊은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온 몸을 불사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만족할만한 해설 하고파
김정민은 그동안 해설을 하면서 100% 만족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지긴 했지만 어휘 선택도 세련되지 못했고 풍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분이나 재미있는 해설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군대에서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사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거의 읽지 않았거든요(웃음). 더 많은 지식을 알게 되면 어휘도 세련돼지고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군대에서 1년 반 동안 읽은 것이 제 평생 읽은 책보다 많을걸요(웃음)."



해설 하는 것이 쉽다고 느껴지는 순간 도태되는 것임을 깨달은 김정민은 그날 이후 단 하루도 경기를 보고 분석하며 책을 읽는 것을 거른 적이 없다. 김 해설은 계속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 두 해 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라면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해요. 엄재경 해설 위원 등 충분히 나이가 들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셨잖아요. 저도 40대가 돼서도 계속 마이크를 잡고 해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4월 2일 플레이오프 경기부터 해설자로 복귀하는 김정민. 설레는 마음과 함께 두려움도 앞서지만 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2일은 스튜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하겠지만 다음 주인 9일은 결승전 현장에 서겠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네요. 다시 돌아올 곳을 만들어 주시고 계속 끊임 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용기를 준 많은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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