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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조양자의 고사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조양자가 신치목자를 시켜 적을 치게 했다. 싸움에 이겨 좌인, 중인의 두 고을을 빼앗은 신치목자는 전령을 보내 전과를 보고했다. 마침 밥을 먹고 있던 양자는 그 말을 듣자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하루 아침에 두 성을 취하셨으니 기뻐하셔야 마땅하지만 왜 우울해 하십니까?"

양자가 말했다. "양자강이나 황하에 일어나는 조수가 아무리 커도 사흘을 넘지 못기지 못하고, 회오리 바람이나 폭우가 아무리 사나워도 아침 나절을 더 가지 못하고, 대낮도 따지고 보면 잠깐의 낮에 불과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 조씨로 말하면 더 쌓은 것도 별반 없이 두 성을 항복 받았으니 재앙이 내게 미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일세."

공자가 이를 듣고 말하기를 "조씨는 잘 되겠구나. 무릇 근심하는 자는 창성하고, 기뻐하는 자는 망하는 법이니 승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 어려운 것은 그 승리를 유지해가는 일이다."


이외수가 쓴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라는 책에 등장하는 고사다. 조나라의 양자가 한 번에 두 가지 목적을 이룬 뒤 어떻게 지킬까를 고민하는 대목이다.

화무십일홍이고 권불십년이라 했다. 세상사를 보면 영원히 왕좌를 지킨 이는 없다. 스포츠 분야는 더욱 생명이 짧다. 평생 갈 것 같았던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왕조'도 결국에는 무너졌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도 요즘 보면 한풀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의 이름이 여전히 오르내리는 이유는 누구보다 오랜 세월 왕위를 지켰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은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농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뒤 야구 선수로 전향했지만 다시 돌아와 시카로 불스를 또 다시 왕위에 올려 놓았다. 타이거 우즈도 지난해 세간을 뒤흔드는 스캔들을 일으키며 명성에 먹칠을 했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서서히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

4월초 e스포츠계에도 빅 이슈가 터졌다. 13개월 동안 KeSPA 랭킹 1위를 지켜온 KT 롤스터 이영호의 집권이 막을 내리고 SK텔레콤 T1 정명훈이 새로운 왕좌를 차지했다. 불과 9.5점 차이이지만 정명훈은 이영호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기자는 내심 정명훈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를 바랐고 지금도 바라고 있다. 정명훈을 편애한다든지, 이영호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계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1년 이상 이영호가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강자라는 감탄사가 나왔지만 누군가 뒤집어주길 바랐다. 이제동이나 송병구, 김택용 등이 이영호를 1위에서 끌어내리기를 기원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선수라면 더욱 좋다고 생각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경쟁 구도는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1위는 1위에게는 최강, 최고 등의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다른 이들의 경쟁 의식을 떨어뜨리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영호가 최강이라는 자리에서 물러난 지금, 정명훈이 이영호의 강력한 라이벌로 입지를 굳힌다면 스타크래프트를 보는 새로운 재미가 팬들에게 선사될 것이라 생각햇다.

정명훈의 랭킹 1위는 권불십년은 커녕, 한달 천하가 될 전망이다. 4월에 열린 위너스리그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정명훈은 1승도 따내지 못했고 공식전인 ABC마트 MSL 32강에서도 1승2패로 탈락했다. 오는 21일 이영호가 MSL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정명훈의 랭킹 1위 자리는 말 그대로 좌불안석이다. 이영호가 MSL에서 떨어지면 모르겠지만 16강에 오를 경우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인용한 조나라 양자의 말을 정명훈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승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승리를 유지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 정명훈이 '택뱅리쌍'의 라이벌 구도를 깨고 합류하거나 넘어서기 위해서는 꼭 새겨야 하는 문구라 생각한다.

오는 23일 재개되는 프로리그 5라운드 경기를 통해 정명훈이 상승세를 되찾아 1위 자리를 놓고 이영호, 이제동 등과 치열한 경합을 펼치기를 바란다.

단지 개인이나 팀의 승패를 떠나 매월 바뀌는 타이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겠나.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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