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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두 번째 비상 꿈꾸는 STX 김윤환

[피플] 두 번째 비상 꿈꾸는 STX 김윤환
모든 선수가 인터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주목 받는 것에 대해 짜릿함을 느끼는 선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해 부담스러워 하는 선수도 있다. 선수들의 성향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하나다. 성적이 잘 나왔을 때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위해 STX 소울 연습실을 찾았을 때 김윤환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인터뷰를 해야 할 타이밍인지 고민한 눈치였다.

"현재 별다른 이슈도 없고 제가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인터뷰를 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어제 하루 종일 고민했습니다. 과연 내가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지를요."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우승 후에도 우리는 김윤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고 갑자기 부진에 빠졌을 때도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인지 김윤환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늘어갔다. 2년 전 아발론 MSL 우승 이후 그가 왜 성적이 떨어졌고 어떤 생각을 하고 지냈는지 그리고 그가 꿈꾸고 있는 미래는 어떤 것일지. 말이 없어 도통 알 수가 없는 김윤환의 생각을 지금부터 팬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려고 한다.

◆말이 없는 김윤환
한 번의 개인리그 우승. 팀 내 프로리그 최다승. 2년 넘게 케스파 랭킹 상위권 유지. 지속적인 개인리그 본선 진출. 이 정도의 커리어라면 어디에 내 놓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커리어만 놓고 봤을 때는 같은 팀 김구현보다 단연 월등하다. 그러나 김윤환은 김구현보다 알려진 바가 없다. 워낙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습성도 있지만 말이 별로 없는 성격도 한 몫 한다.

"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어렸을 때도 그랬고 평소에도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미디어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우선 방어 본능부터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니까요."

완벽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김윤환은 자신의 치부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기를 원한다. 그것이 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은 김윤환의 다른 이야기도 듣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김윤환도 가끔은 자신의 속내를 꺼내고 싶지만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가 없는지 자꾸만 망설여 진다고 고백했다.

[피플] 두 번째 비상 꿈꾸는 STX 김윤환


"노홍철에게 어느 날부터 하루에 10분 이상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 아마 미쳐버릴 것이라 생각해요(웃음). 저에게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해보라는 것은 그것과 같은 고통입니다(웃음). 23년을 그렇게 살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부담스럽고 어색하기만 해요. 그래서 저를 다가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윤환.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허용할 수 없는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는 과연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까?

◆한계에 부딪힌 지난 2년
2009년 아발론 MSL 우승 이후 김윤환은 FA 대박을 쳤다. FA 시장에 나왔던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 인상률을 기록했고 그해 프로리그에서는 40승을 기록하며 당당히 다승 4위에 올랐다. 김윤환의 상승세가 이대로 계속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그가 나락으로 빠졌다. 프로리그 다승 상위권에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개인리그에서도 주춤한 모습이었다.

김윤환의 몰락에 대해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우승자 징크스'를 꼽았다. 이후 그의 우승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김윤환은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김윤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김윤환은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은 내가 엔트리 예고제라는 폭풍을 맞으니 돛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는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승자였고 다승 4위까지 올라갔던 선수가 자신의 입으로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솔직한 말인지 아실 겁니다(웃음). 제 별명이 브레인이지만 이건 결코 좋은 별명이 아니에요. 그만큼 한 경기, 한 경기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엔트리 예고제가 폐지되고 난 뒤 소위 말하는 '맞춤'이 불가능해 졌죠. 이후 성적은 말 안 해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내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생각이 들어 무척 속상했어요."

말이 없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내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김윤환이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놨다는 것은 이야기를 하기 전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때가 된 것이라 결론 지은 듯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 것이리라.

"우승 이후 단 한번도 노력을 게을리 한 적이 없어요. 이건 정말 자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거에요. 답답하고 서글펐어요. 노력이 발휘되지 않게 되면 쉽게 무너지게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한번 더 해보자'라며 스스로를 다잡았어요. 2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서서히 무언가가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김윤환은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했다. 누가 보면 이제 막 들어온 연습생이라 말해도 믿을 정도로 그는 코치들이 시키는 일은 모든 다했고 가장 먼저 연습실에 나와 가장 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그 노력은 진행형이에요. 조금씩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김윤환이라는 이름이 주는 포스가 있었는데 그 시절보다 더 강한 포스를 주기 위해 더 노력할겁니다. 김윤환이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 지켜봐 주세요."

◆40대 프로게이머 문제 없다
동료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김윤환의 자기 관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자신의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손도 대지 않는다. 연습이 끝난 뒤 숙소에서 TV를 보는 일도 없다. 피곤한 몸에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건강에 필요한 음식을 섭취한 뒤 곧바로 수면을 취한다. 그가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피플] 두 번째 비상 꿈꾸는 STX 김윤환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프로라고 볼 수 없죠. 단지 저는 남들에 비해 체력이 달린다고 생각해 그렇게 행동할 뿐입니다. 프로게이머가 앉아서 게임만 하기 때문에 편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연습을 끝내고 나면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소모된 에너지를 채우지 않으면 다음 날 연습을 할 수가 없어요. 언제나 늘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할 것이라고."

남들이 볼 때 김윤환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윤환은 그래야 자신이 프로게이머로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만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김윤환의 지론이다.

"30대 프로게이머요? 저는 자기 관리만 철저히 하면 40대 프로게이머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체력도 머리도 많이 달리겠죠. 하지만 지금 어떻게 하냐에 따라 40대 프로게이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도약을 꿈꾼다
김윤환의 올해 목표는 하나다. 개인과 팀 모두에게 우승컵을 안겨 주는 것. 모두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김윤환은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한때 '택뱅리쌍' 구도를 깰 선수로 저와 김정우, 김명운 등 '삼김(三金)이 주목 받았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다들 비웃을지도 모르겠어요. 김윤환은 이제 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요. 지금 당장 무언가를 이뤄내겠다는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두고 보세요. 어느 새 김윤환이 다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김윤환은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환은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팀플레이가 없어지며 설 자리를 잃었을 때도 그는 이를 악 물고 노력해 처음으로 팀플레이에서 개인전으로 전환한 성공 사례를 기록했다. 모두들 최고의 선수인 이제동을 이길 수 없다고 평가할 때도 묵묵히 빌드를 연구해 다전제에서 이제동을 제압한 첫 저그로 기록됐다. 그에게 불가능은 없다. 모든 것을 노력 하나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저는 분명 천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천재에게 절대 없는 끈기와 노력, 인내심과 열정이 있습니다. 그것 하나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어요. 처음부터 잘한다고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지만 어느 새 여기까지 올라온 선수가 됐습니다. 진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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