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e만사] '미녀와 야수' 정소림-온상민 중계진 콤비

[e만사] '미녀와 야수' 정소림-온상민 중계진 콤비
어떤 스포츠든 맛깔나게 중계를 하는 콤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축구에서는 송재익 아나운서와 신문선 해설 위원이 예전에 큰 사랑을 받았고 야구는 한 때 허구연 해설 위원과 송인득 아나운서가 최고의 야구 중계 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e스포츠에도 많은 중계진 콤비가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소림 캐스터와 온상민 해설 위원은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녀가 함께 중계한다는 조합의 특이성 때문에 주목을 받은 두 사람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모도 시선을 모은다. 그리고 FPS 게임 가운데 프로리그를 진행하는 스페셜포스 종목을 담당하고 있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두 사람의 조합은 e스포츠계에서 '미녀와 야수'로 불린다. '민머리'라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에 거친 입담의 소유자 온상민 해설 위원과 아름답고 우아하며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보 전달 능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정소림 캐스터는 스페셜포스 리그를 매 시즌 함께 중계하면서 이제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걸어온 길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지만 그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가 된 '미녀와 야수'. 잠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그들만의 대화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먼지'같은 인지도를 돌로 만들어 준 은인
두 사람에게 던진 첫 질문은 너무나 전형적이었다. 더블 인터뷰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질문. 바로 "온상민 해설 위원에게 정소림 캐스터란?"이었다.

질문이 평범했기 때문에 대답도 평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온상민 해설 위원의 첫 대답은 이미 주변을 초토화 시키기 충분했다.

"먼지 같은 저의 인지도를 바위로 만들어 준 사람이죠. 변방 해설자가 무슨 인지도가 있겠어요. 그저 빡빡머리라고 기억만 해줘도 감사할 따름이었죠. 그런데 (정)소림이 누나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누나가 워낙 인지도가 높잖아요. 먼지가 바위가 되는 과정을 보니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물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자신의 인지도를 '먼지'라 표현하며 정소림 캐스터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온 해설 위원. 그만이 가지는 분위기 전환 방법인가 보다. 자신을 깎아 내리지만 비굴하지 않게, 그리고 상대를 띄워주지만 어색하지 않게. 그렇게 온 해설 위원은 정소림 캐스터와 인연을 쌓아갔다.

그렇다면 정소림 캐스터에게 온상민 해설 위원은 어떤 존재일까. 자신을 '은인'이라 표현한 온 해설 위원에게 정 캐스터는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말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온 해설 위원은 "사람들 있으니까 겸손한 척 한다"며 공격했지만 정 캐스터는 연신 웃기만 했다.

"지금 보셨죠? 온 해설 위원은 저에게 엔도르핀 같은 존재에요. 함께 있으면 유쾌해져서 스트레스 받던 일까지 잊게 된다니까요. 사실 여성으로 방송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고 마음 고생도 많아요. 온 해설 위원과 일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도 같이 일하면서 이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어요.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듯 옆에 있는 사람도 즐겁게 해주는 비타민이라니까요."

[e만사] '미녀와 야수' 정소림-온상민 중계진 콤비


정 캐스터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온 해설 위원은 갑자기 땀을 닦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폭탄급 발언이 돌아온다.

"도대체 얼마를 요구할지 몰라서요. 저를 이렇게 칭찬할 사람이 아닌데 이런 극찬을 하는 것을 보니 분명 나중에 돈을 많이 요구할 것 같아요. 통장 잔고가 거의 없는데 큰일이네요. 밤에 대리운전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한 마디를 해도 옆에 있는 사람이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는 언변으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 온 해설 위원. 정소림 캐스터가 왜 그와 함께하는 작업을 유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다.

◆미녀와 야수만의 에피소드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정소림 캐스터. 두 종목의 중계를 모두 들어본 사람은 그가 두 종목에서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두 해설자의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스페셜포스 리그를 진행할 때 그는 완전히 달라진다.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동참하고 개성을 드러낸다.

"온 해설 위원과 함께 중계를 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웃음).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솔직히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어떻게 맞받아 쳐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몇 번 호흡을 맞춰보니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고 끌려 들어가고 있어요. 온 해설 위원의 마력 아닐까 생각해요."

정 캐스터가 생각하는 가장 아찔한 순간은 온 해설 위원의 소위 말하는 '19세 이하 금지' 이야기가 터져 나올 때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부드럽다는 표현을 하면서 온 해설 위원이 갑자기 '10대'에 비유하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뒤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잘 몰라 눈이 동그랗게 변해 쳐다봤는데 자기도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민 머리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라고요(웃음). 온 해설 위원이 잘 수습하고 난 뒤 나중에 물어보니 자신도 모르게 '10대 소녀들의 피부'라는 이야기를 할 뻔 했다고 이야기 했어요. 얼마나 웃었는지 배가 다 아플 지경이었죠(웃음)."

정 캐스터는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나 보다.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웃느라 이야기가 몇 번 중단됐다. 덕분에 온 해설 위원의 민 머리에는 그때만큼의 땀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야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야한 동영상(이하 야동)도 정말 좋아하죠(웃음). 휴대폰에 몇 개는 넣고 다녀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야기가 잘 안 풀릴 경우 보면서 활력을 얻곤 하죠(웃음). 농담이고요. 그만큼 야한 이야기를 평소에 잘해요. 그래서 방송 때 저도 모르게 19세 이하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을 하곤 해요. 말을 꺼내 놓고도 하고도 저도 깜짝 놀라요(웃음)."

[e만사] '미녀와 야수' 정소림-온상민 중계진 콤비


야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정 캐스터는 온 해설 위원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됐다. 온 해설 위원은 혹시나 자신이 중계 때 실수를 할 까봐 정 캐스터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줬고 이후로 정 캐스터는 온 해설 위원이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능력을 발휘했다.

정 캐스터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도저히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던 정 캐스터를 대신해 온 해설 위원은 대신 입을 뗐다.

"제가 '사당동 정자왕'이래요(웃음). 아이를 가지기 위해 검사를 했는데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웃음).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그 이야기를 정 캐스터에게 했는데 계속 웃더라고요."

"아니 솔직히 그렇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옆에 사진을 찍던 남자 기자가 자랑할만한 일이라고 말해주자)그런가요? 여자들은 그런 것 잘 모르거든요. 저는 온 해설 위원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을 처음 봐서요(웃음). 정말 웃겼어요(웃음)."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벌써 한 시간이 넘게 흘렀다. 차마 기사에 쓰지 못한 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어쩌랴. 비보도용인 것을. 궁금하신 분들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물어보시기 바란다.

◆재미와 진중함을 모두 추구한다
그들의 중계가 재미있지만 가볍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소림 캐스터와 온상민 해설 위원은 스페셜포스 리그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호흡 맞추고 전적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리그 전 일찍 현장에 도착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토의를 마친 뒤 중계에 임한다.

"재미있는 중계를 추구하지만 가벼워지기 시작하면 그냥 우리가 웃고 떠드는 것일 뿐 방송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항상 애쓰고 있습니다. 다들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온 해설 위원이 재미있게 말한다고 해서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에요.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처음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연구하고 고민한 뒤 재미있는 비유를 생각하고 말하는 겁니다.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정 캐스터의 이야기에 온 해설 위원은 "아니야, 나 생각 없이 막 하는 건데?"라며 응수했다. 물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를 웃기기 위해 던진 장난 섞인 멘트다. 분위기를 유쾌하게 하기 위해 던진 한 마디를 오해해 듣는 사람들은 온 해설 위원이 그저 가볍기만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정 캐스터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 캐스터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고맙네요(웃음). 진짜 오늘 돈 좀 많이 써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좋게 봐주신 것이지 제가 그렇게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에요(웃음). 해설을 하기 전에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더 쉽게 스페셜포스를 접근할 수 있을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를 말이죠. 그 정도의 고민은 해설자로서 해야 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미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온 해설 위원의 철학이 정 캐스터의 중계 철학과 맞물려 두 사람이 이뤄내는 중계는 그렇게 재미있나 보다.

◆"인생은 40세부터" vs "집 사!"
인터뷰 마지막에 서로에 대한 덕담을 한마디씩 하라는 주문을 했다. 온 해설 위원의 돌아온 대답은 "인생은 40세부터"였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정소림 캐스터는 발끈했다. 아직 40대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난 해 데일리e스포츠 2주년 대담에서 제 나이가 40대로 나갔더라고요. 기사를 쓴 남윤성 기자에게 전화해서 따졌어요. 나는 40대가 아니라고(웃음). 여자는 나이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냐고요!"

온 해설 위원은 정 캐스터를 진정시키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e만사] '미녀와 야수' 정소림-온상민 중계진 콤비


"최근 정 캐스터가 '나는 이제 더 이상 매력 있는 캐스터가 아닌 것 같아 고민'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저는 그 말을 반박하기 위해 40대라는 단어를 쓴 것이에요. 초반 정 캐스터를 만났을 때는 정도를 걷는 딱딱하고 도도한 캐스터였지만 지금은 여유와 노련미가 넘치는 최고의 캐스터가 됐어요. 그런 장점은 40대에 가장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점을 상기시켜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온 해설 위원의 설명을 들은 정 캐스터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역시 여자에게 나이는 민감한 부분인가 보다. 정 캐스터는 한동안 "난 아직 30대"를 주장했다.

"온 해설 위원이 이번 해에는 더 많이 일해 돈도 많이 벌어서 집도 사고 아이도 낳았으면 좋겠어요. 온 해설 위원 닮은 아이 낳아서 머리 밀고 안경 쓰고 같이 다니면 정말 귀여울 것 같아요(웃음). 우리 둘 다 이번 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유쾌하다 못해 하도 웃어 배까지 아플 지경이었던 두 콤비와의 인터뷰. e스포츠를 대표하는 '미녀와 야수' 콤비로 계속 팬들을 만나게 되기를, 서로 바라는 일이 모두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글=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T store와 함께 더 스마트한 생활(www.tstor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