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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코치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

"어디 코치할 만한 사람 없나요?"

얼마전 한 프로게임단을 방문했다. 감독, 코치와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코칭 스태프의 숫자와 프로게임단 성적이 비례한다는 사실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질문을 던졌다. "왜 이 게임단은 코칭 스태프 숫자를 늘리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사람이 없어요"라고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구하려고 백방으로 수를 써봤지만 할 만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2010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스타크래프트계는 두 차례의 큰 파고를 거치면서 코치를 할 만한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첫 번째 이유는 고참 선수들의 승부 조작으로 인해 선수들이 줄어든 것. 마재윤을 필두로 명성을 떨친 선수들이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 파문에 휘말리면서 코치를 할 만한 선수들이 줄어든 것.

팀에서 중견 이상으로 활약하던 이 선수들은 각 팀이 애지중지하면서 키워왔던 선수들이다. 영예롭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은퇴했다면 코치부터 차근차근 밟아 가며 지도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지만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해 영구제명되면서 연루된 팀들은 허리가 잘리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또 하나의 파도는 스타크래프트2의 런칭이다. 임요환을 비롯해 이윤열, 박성준 등 일부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치 생활을 할 만한 자원들도 이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 STX 소속이었던 박상익이나 화승에 있었던 김성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군에 다녀온 뒤 복귀를 꿈꾸던 이들은 스타크래프트2 업계를 개척하겠다며 새로이 보금자리를 펼쳤다. 선수로 활동하기에는 나이가 들었고 지도자 수업을 받아야 할 인재들이었지만 새로운 일터를 찾아 떠났다.

외적인 이유를 굳이 들자면 두 가지 사례를 찾겠지만 내적으로도 코치를 기피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처우 때문이다.

선수 시절 높은 연봉을 받았던 선수들은 굳이 코치를 하려 들지 않는다. 선수로 활동할 때보다 할 일은 많고 들이는 시간도 늘어났지만 대우는 그리 좋지 않다. 팀이 우승을 하고 선수들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야 연봉 상승을 꾀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는 일부 게임단에 국한될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치는 "은퇴를 결심한 선수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코치할 생각이 없냐'라고 물었을 때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선수는 거의 없다"며 "이유를 물어보면 낮은 연봉과 빠듯한 일정 때문에 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프로게임단에서 코치의 역할은 다종다양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맞벌이를 하는 어머니의 역할만큼이나 많다.

일단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하는 생활 공동체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스포츠 코치의 역할도 하지만 고민과 고충을 공유하는 상담사, 나아가서는 형 역할도 해야 한다.

상대 팀 전적을 정리하고 분석까지 하는 전력 분석관이기도 하고 인터뷰나 방송 스케줄에 따라 언론이나 매체를 관리해야 하는 홍보 담당까지도 맡는다. 운전기사를 따로 두는 게임단도 있지만 대개는 코치가 선수들의 스케줄을 따라 수행까지 해야 하니 연예 기획사의 매니저를 떠올리게 한다. 이름은 코치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1인 5역 정도 된다.

업무 강도가 상당히 세지만 코치들이 받는 임금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초봉이 약하고 상승 요인도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신경 쓸 부분이 많지만 팀 성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박하다는 평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치들과 함께 생활했던 선수들은 은퇴하고 나서 고민에 빠진다. 후배를 육성하며 게임단의 성장에 기여한 뒤 기회가 되면 감독까지 꿈꿨던 선수들이지만 하는 일의 양과 연봉 상승률을 감안하면 기피하기 마련이다.

방송 출연이나 해설자 제의가 들어오면 선수들이 일단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5~6년 가량 한 선수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준비만 어느 정도 하고 나면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방송국에서 제안이 오면 대부분 코치 생각을 접고 그 쪽으로 가게 된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박태민이나 서경종, 홍진호가 코칭 스태프로 남지 않고 방송을 택한 것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10-11 시즌 프로리그 성적을 보면 코칭 스태프 진용을 탄탄하게 갖춘 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을 보면 코치는 더 이상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현실만 놓고 보면 구하기 어려운 직종이다.

게임단의 과감한 투자를 통한 코칭 스태프의 처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무 분담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인재를 받아들여야만 제2의 도약을 꾀할 수 있다. 성적을 내지 않아도 좋으니 명맥만 유지해달라는 요청보다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줄테니 우승컵을 가져다 달라는 식의 진취적인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현역 지도자들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프로게이머로 현역 활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미래의 코치, 미래의 감독 등 지도자라는 꿈은 뿌리조차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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