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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삼성전자 송병구 "유명해질 이유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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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칸 송병구에게 10-11 시즌은 잊지 못할 한 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프로리그에서 40승 이상을 달성하며 진정한 삼성전자의 대표 선수로 우뚝 섰다. 박카스 스타리그 2011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토스 선수들 가운데 김택용과 함께 쌍두마차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가뜩이나 인기 많은 송병구는 '뱅리건'이라 불릴 정도의 열성적인 팬들을 몰고 다니며 프로토스의 새로운 중흥기를 열었다.

그러나 송병구는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더 유명해져야 한다는 사명감이나 책임 같은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도 충분히 유명한 송병구가 왜 이런 마음을 먹게 됐을까.

◆"신고도 안 받더라"
송병구는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8강에서 염보성을 2대0으로 완파하고 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나를 욕하는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욕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이버 수사대에 조사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송병구는 사이버 수사대에 관련 자료를 모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악플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이버 수사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뭐 그리 대단하길래 신고까지 하느냐'는 태도였다고 송병구는 회상했다.

2010년 연말을 사이버 수사대와의 기싸움으로 보낸 송병구는 수사 요청을 포기했다. 진정성을 갖지 않은 공무원들의 반응에 지쳐 버렸다. 엉뚱한 곳에 진을 빼기 보다는 연습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얼마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e스포츠와 관련된 유명 연예인이 네티즌들과 게시판에서 '키보드 싸움'을 벌인 것이 기사화됐고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요청하자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

송병구는 "그 기사를 접하고 나서 '나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 사람을 지켜낼 수 있을 정도로 더 유명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욕이 불끈 솟았습니다."

◆인생을 바꾼 임성춘과 이영호
송병구는 중학교 3학년 때 프로게이머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학교의 반대가 너무나 심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 교육 기간이기에 수업을 빠질 수 없다는 논리였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송병구는 하루라도 빨리 프로게이머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 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로 시점을 늦췄다.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한 송병구는 또 한 번 시련을 맞았다. 학교측에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좋지 않게 받아들인 것. 결국 송병구는 미용고등학교로 전학했고 그제서야 삼성전자 소속으로 데뷔했다.

"2005년에 데뷔했지만 주위에서 도움을 주셨더라면 2003년부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최연소 우승 기록도 제가 세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상상이지만요."

초창기 에피소드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송병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프로토스를 선택한 이유가 임성춘 해설 위원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한참 연습하고 있을 때 송병구는 테란을 주종족으로 삼았다. 성적도 좋아서 여러 선수들과 대결을 펼치던 가운데 송병구는 커다란 벽을 만났다. 임성춘이었다.

"프로토스전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임성춘 선배의 정면 돌파 전략을 못 이기겠더라고요. 테란의 한계를 느꼈고 동시에 프로토스의 강력함에 매료됐죠. 그래서 종족을 바꿨고 프로게이머도 프로토스로 하게 됐어요."

임성춘으로 인해 종족이 바뀐 송병구는 테란에 의해 프로게이머 커리어가 꼬인 케이스다.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물을 먹은 유일한 선수가 되어 버렸다. 만약 송병구가 테란 종족을 계속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영호의 기록을 제가 먼저 갈아치웠을 거에요. 테란 종족을 유지하면서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했다면 우승자 명단에 먼저 올랐을 것 같아요. '갓'병구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송병구의 테란 능력은 우리 팀 선수들 대부분이 알아주거든요."

테란을 택했더라면 2인자로도, 콩라인으로도 불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송병구의 생각은 '역사에 가정은 없다'라는 명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송병구는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다. '배넷 어택'이나 '신애와 밤샐 기세'와 같은 e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서 테란전 실력을 보여준다고 하니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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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대명사
송병구는 2005년 데뷔 이래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부침이 있었고 리그마다 성적이 들쭉날쭉한 적도 있지만 계속 상위권에 랭크됐다. MSL에서는 준우승까지 차지했고 프로리그에서는 삼성전자 칸을 2회 연속 광안리 결승전 우승팀으로 올려 놓은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WCG에서 금메달을 따오면서 한국의 대표 선수로 군림하기도 했다.

송병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경력은 스타리그 최다 진출자라는 타이틀이다. 10년이 넘는 스타리그의 역사에서 16회 본선 진출을 성공한 선수는 송병구 뿐이다.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등이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하면서 명맥이 끊어졌기 때문에 송병구의 독주를 막을 자는 없다.

최다 진출도 대단한 기록이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2007년부터 햇수로 5년째 스타리그 16강에 진출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2007년 다음 스타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랭크된 송병구는 진에어 스타리그 2011 16강까지 무려 12개의 대회에서 16강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영호와 함께 이 기록을 지켜내고 있는 송병구는 스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도록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게임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운 좋게도 데뷔 시절부터 누군가와 엮여 있었어요. 일부 팬들은 제가 묻어가는 캐릭터라고 하지만 선후배들과 끊임 없이 경쟁을 펼치면서 기량을 유지했거든요. 뒤떨어지기 싫었어요."

2005년 스타리그 본선에 올라오면서 송병구는 오영종, 박지호와 함께 '신3대 프로토스.로 꼽혔다. 박용욱, 박정석, 강민의 뒤를 이을 유망주 대열에 들어섰고 2008년 프로토스의 중흥기에는 김택용, 김구현, 허영무, 윤용태, 도재욱 등과 함께 '육룡'이라 불리면서 강호로 인정받았다. 이후에는 김택용, 이영호, 이제동과 함께 '택뱅리쌍'으로 군림했다.

"요즘 들어 저를 택뱅리쌍에서 제외하고 '뱅덴참(송병구 이름의 중간자인 병을 '뱅'이라 부르고 정명훈의 별명인 '빈라덴'에서 '덴'을 따온 뒤 신동원의 별명인 참치저그에서 '참'을 따온 말)'에 넣으시더라고요.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저는 어딘가에 속해 있기 때문이죠. 이영호를 제외하면 이 선수들은 최근에 스타리그와 MSL에서 결승에 오른 선수들이잖아요. 꾸준하다는 평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팬덤과 내성
송병구를 응원하는 팬들은 유별나다. 부부젤라라는 응원 도구를 들고 경기장에 출석해 응원 도구 규제와 관련한 규정을 만들게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룡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송병구를 위해 공룡 옷을 입고 나와 코스튬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하고 송병구의 소속팀인 삼성전자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는 등 기를 불어 넣고 있다.

송병구는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로 팬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박카스 스타리그 2011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팬들의 응원 목소리 덕분이었다고 수 차례 밝힌 송병구는 "팬이 없다면 프로게이머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확언했다.

"공부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었고 박수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제가 누군가로부터 응원을 받고 환호성을 듣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차기 시즌부터는 획기적인 세리머니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힌 송병구는 한 가지만 부탁했다.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질타와 비난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7년 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많은 욕을 들어왔어요. 제 성적이 떨어지거나 못난 행동을 했을 때에는 당연히 받아들이죠. 애정 어린 질책이니까요. 그렇지만 이유 없는 욕설과 대안 없는 비난을 받을 때는 가슴 아프더라고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지만 참을 수 없을 때도 있어요. 트위터를 그만 둔 것도 그런 이유에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지만 비난의 도구가 되더라고요.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팬들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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