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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은퇴 박재영 "제2막의 성공 사례 쓸게요"

프로게이머 생활하며 성공과 실패 경험
프로그래머라는 제2의 삶에 도전장


KT 롤스터 박재영이 은퇴를 선언했다. 22일 KT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박재영의 은퇴와 관련한 서류를 제출했다. 은퇴 작업이 공식적으로 진행된 당일, KT는 박재영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KT의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입는 박재영의 표정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프로게이머로 5년 동안 치열하게 살 수 있던 둥지와 같은 곳을 떠난다는 입장에서는 어두울 수 있지만 그려 놓은 미래의 비전이 확실했기에 웃을 수 있었다.



◆KT에서 사회를 배우다
박재영은 KT 롤스터 프로토스의 유망주였다. 19살에 팀에 들어온 그는 강민, 박정석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했다. 특히 강민은 박재영 인생의 멘토라고 할 정도로 강한 영향을 끼쳤다. 손만 빨랐던, 생산만 잘하던 아마추어 게이머가 전략성을 띈 프로게이머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프로토스 이영호, 우정호와 함께 강민 선배의 지도를 받았어요. 박정석 선배가 있었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강민 선배로부터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 옆에서 2년 동안 직접 지도해주셨으니까요. 전략과 운영, 타이밍 등 프로게이머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줬어요."

사회 생활도 KT 롤스터에 들어오면서 배웠다. 단체 생활이라고는 생전 해본 적이 없는 박재영에게 KT는 낯설기만 한 곳이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홀어머니 슬하에서 큰 박재영은 고집 센 아들이었다. 아마추어 때에도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했던 그에게 선배들이 즐비한 게임단은 군 생활이나 다름 없었다.

"처음에는 답답했죠.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계셨던 곳이잖아요. 화면에서 보던 선배들과 같이 게임하고 밥 먹고, 자는 생활은 신천지 같았어요. 막내 생활을 해도 즐거웠고 연차가 올라가면서 직급이 높아지는 것도 흥미로웠죠. 즐거운 군 생활한 것 같아요."

[피플] 은퇴 박재영 "제2막의 성공 사례 쓸게요"


◆만약에...
박재영의 프로게이머 인생에는 두 번의 기회가 존재했다. 2009년 초에 열린 로스트사가 MSL 16강전이 첫 기회였다. 32강에서 SK텔레콤 정명훈만 두 번 꺾고 16강에 오른 박재영은 이윤열을 만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윤열을 제압한다면 박재영은 데뷔 후 처음으로 개인리그 8강에 진출하며 시드권을 얻는다. 게다가 이윤열은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던 시기였고 정명훈을 잡아내면서 올라온 박재영이었기에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3전2선승제로 진행되는 첫 경기에서 졌어요. 경험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1주일 뒤에 다시 열리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2세트를 따내면서 희망이 생겼지만 3세트를 내주면서 전체적으로는 패했죠. 만약 그 때 제가 이겼다면 세상이 달라졌을 거에요."

두 번째 기회는 10-11 시즌 초반이었다. 09-10 시즌 부산 광안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SK텔레콤 이승석을 잡아내며 KT의 4대2 우승에 기여한 박재영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당시 파격적인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KT 팬들은 박재영을 강민과 박정석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프로토스로 점찍기도 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박재영은 개막과 함께 7연패에 빠지면서 'KT의 프로토스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엄청나게 좋은 기회였어요. 팀의 숙원인 프로리그 우승을 이끌어냈고 저도 이기면서 주목을 받았죠. 치고 나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고 팀에서 출전도 자주 시키면서 디딤돌을 주셨어요. 그런데 제 발로 차낸 거죠. 그러면서 5라운드나 되어서야 다시 기회를 받았어요. 가장 아쉬운 순간이죠."

두 번의 기회를 날린 박재영은 믿음을 잃었다. 웃으며 넘기려 했지만 자신에 대한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피플] 은퇴 박재영 "제2막의 성공 사례 쓸게요"


◆둥지를 떠나며
박재영은 시원섭섭하다고 표현했다. 5년 동안 KT 롤스터라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기에 떠나는 발걸음을 딛기 어려웠다. 은퇴를 마음 먹는 과정에서도 수 차례 흔들렸다. 이제 막 알려지고 실력도 올라가고 있는데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그러나 박재영은 결심했고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발표했다.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시간이 5년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5년이 되면 걸음을 걷고, 말을 하는 시간이고, 중학교 1학년이 5년 뒤에는 고3이 됩니다. 제 인생으로 돌아봤을 때에는 20대의 전환점을 맞이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10-11 시즌을 마치면서 박재영은 긴 휴가를 받았다. 팀의 공식 행사에는 얼굴을 비췄지만 고향과 서울을 오갔다.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겠다고 말했고 코칭 스태프도 박재영의 장고(長考)를 기다렸다.

"제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초등학교 때 막연하게 꿨던 두 가지 꿈이 생각나더라고요. 프로게이머와 프로그래머였어요. 일단 프로게이머가 됐고 5년 동안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어요. 이제 프로그래머의 길을 가보려 합니다. 스물네살에 공부를 다시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군에도 다녀와야 한다는 관문이 남아 있지만 도전하려고 해요."

박재영은 진로를 프로그래머로 잡았다. 많은 지식과 경험, 창의력,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종이지만 덤빌 만한 매력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우선 순위는 딱히 두지 않았다. 군에 다녀온 뒤에 공부를 해도 되고 공부를 하면서 대학에 들어간 뒤 군에 가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목표를 세웠고 추진할 만한 동기를 갖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례들을 많이 봤어요. 이지훈 감독님부터 코칭 스태프들, 이영호, 김대엽 등 성공한 선수들의 모습을 머리와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기에 제 인생의 2라운드에 적용해보려 합니다. 죽어라 뛸 것이고 2라운드에서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꿈을 꾸기만 해서는 절대로 현실로 만들어낼 수 없다.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한 번 이뤄낸 박재영은 5년간의 투자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맛봤다. 제2막을 여는 박재영에게 프로게이머라는 경험은 성공을 현실로 이어주는 가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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