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LOL BACK] 불길은 커지기 전에 잡아라

[LOL BACK] 불길은 커지기 전에 잡아라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핫식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챔피언스 서머 2013이 올 여름을 더욱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부터 시작한 8강전은 KT 롤스터 불리츠와 CJ 엔투스 블레이즈가 포문을 열었는데요. 첫 8강전부터 블라인드 모드까지 가는 대접전이 펼쳐졌죠.

이 경기에는 많은 LOL 팬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상단 담당으로 올라선 '플레임' 이호종과 이번 시즌 포지션을 변경한 '인섹' 최인석의 맞대결부터 시작해 비공식전까지 포함해 KT 불리츠에게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CJ 블레이즈가 천적 징크스를 깨고 5연속 4강 진출 금자탑을 쌓아올릴지 여부 등 이들의 경기는 8강전 중 가장 빅매치로 꼽혔습니다.

최인석의 안정감있는 플레이와 '스코어' 고동빈의 쿼드라 킬이 돋보였던 1세트, '헬리오스' 신동진이 펄펄 날았던 2세트, '캡틴 잭' 강형우의 신들린 듯한 무빙과 함께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던 3세트, '카카오' 이병권의 '신'급 엘리스 플레이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4세트 등 매 세트 명경기가 펼쳐졌지만 이번 'LOL BACK'에서는 블라인드 모드로 진행됐던 5세트를 재조명 해보겠습니다.

5세트에서 KT 불리츠의 운영은 완벽했습니다. KT 불리츠는 후반을 지향하는 CJ 블레이즈의 조합을 보고 곧바로 약점을 파악한 뒤 초반부터 압박을 가해 이득을 챙기면서 '스노우볼'을 굴려나갔습니다.

역전의 대명사 CJ 블레이즈가 고개조차 들지 못하도록 경기 내내 경기를 주도해 나가는 KT 불리츠의 경기력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KT 불리츠는 5세트에서 완승을 거두고 CJ 블레이즈에게 NLB행 티켓을 선사했죠.

◆조합의 이점 제대로 살린 KT 불리츠
KT 불리츠의 조합을 먼저 살펴보면 쉔, 엘리스, 제드, 트위치, 소나입니다. 제드, 트위치 암살 콤비와 최상급 정글 챔피언으로 평가받는 엘리스, 안정감 있는 라인전과 스플릿 푸시 운영이 가능한 쉔, 안정적인 아군 원거리 딜러 서포팅과 함께 궁극기인 크레센도로 대규모 전투 기여도가 높은 소나 등 KT 불리츠의 조합은 탄탄했습니다.

최인석은 보직 변경 후 치른 첫 경기에서 쉔을 꺼내 MVP에 선정됐을 정도로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병권은 이번 시즌 엘리스를 선택해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습니다. 또 4세트에서 엘리스로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고요. 암살자형 챔피언을 특히 잘 다루는 '류' 류상욱은 적재적소에서 킬을 따내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고동빈은 4세트에서 분위기가 좋았던 트위치를 다시 한 번 꺼냈고 소나는 '마파' 원상연의 베스트 카드죠.
KT 불리츠와 CJ 블레이즈가 챔피언 선택을 마친 모습.
KT 불리츠와 CJ 블레이즈가 챔피언 선택을 마친 모습.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조합을 선보인 KT 불리츠에 반해 CJ 블레이즈는 노골적으로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을 꺼냈습니다. CJ 블레이즈는 블라디미르, 리 신, 카서스, 애쉬, 소나를 선택했는데요. 전형적인 후반 캐리형 챔피언인 블라디미르와 카서스로 '2AP' 조합을 짰고 원거리 챔피언으로는 궁극기로 전투 개시와 함께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애쉬를 골랐습니다.

블라디미르, 카서스, 애쉬는 어느 정도 성장을 해야 제 역할을 하는 챔피언입니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그 틈을 메우기 위해 CJ 블레이즈가 선택한 정글 챔피언은 리 신입니다. 라인 습격이 강하고 라인 커버에 용이한 리 신으로 초반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고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였겠죠. CJ 블레이즈는 '뮤즈' 김범석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소나를 끝으로 조합을 완성했습니다.

조합만 놓고 보면 막상막하입니다. KT 불리츠는 제드로 점멸을 빼면 생존기가 없는 상대편의 애쉬를 항상 위협할 수 있고 쉔의 광역 도발과 엘리스의 고치로 인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전투를 열 수 있습니다. 또 쉔과 엘리스가 맷집 역할을 하는 사이 트위치의 무차별 난사로 피해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CJ 블레이즈는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날아가는 애쉬의 궁극기 '마법의 수정화살'을 활용해 강제로 교전을 열 수 있고 블라디미르에게는 흡혈 능력으로 인한 탁월한 전투 지속력, 혈사병에 의한 아군 데미지 극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대규모 전투시 부패를 켜고 상대 진영 한 가운데 들어가 진영 파괴와 함께 강력한 데미지를 가하는 데다가 죽은 뒤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상대 전원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궁극기, 진혼곡을 가진 카서스의 존재는 상대에게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닙니다. 잘 성장한 카서스는 상대로 하여금 극도의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죠. 리 신 또한 MVP 오존 '댄디' 최인규가 보여줬듯 용의 분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후반에도 활용도가 매우 높은 챔피언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가정은 팽팽한 경기가 30분 넘도록 지속됐을 때 맞아 들어갑니다. KT 불리츠는 세 명의 메인 딜러가 모두 후반 지향형 챔피언인 CJ 블레이즈를 초반부터 압박해 성장을 철저히 저지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애쉬를 선택한 강형우는 경기 중반 골드를 추가해주는 아이템인 탐욕의 검을 구입했겠습니까.

CJ 블레이즈는 애쉬를 선택하면서 확실한 이니시에이터를 확보했지만 제대로 성장을 시키지 못하면서 결국 게임을 내줬습니다.

◆'운영의 블레이즈'를 운영으로 눌렀다
KT 불리츠의 운영을 논하기 전에 CJ 블레이즈 조합의 핵심인 애쉬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온게임넷 김동준 해설위원에 따르면 애쉬는 결코 라인전이 약하지 않습니다. 과거 애쉬가 라인전이 약하다고 평가 받았을 때는 타릭, 레오나, 코르키, 그레이브즈처럼 앞으로 한 번에 파고들어 폭발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챔피언들이 쓰이던 시절이었죠. 김 해설위원은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무난한 라인전이 펼쳐진다면 결코 애쉬가 약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KT 불리츠는 라인을 계속 전환하면서 애쉬의 성장을 저지했습니다. 고동빈, 원상연 듀오는 상단으로, 최인석이 하단으로 이동한 것이죠. 라인전 상성만 따지면 블라디미르가 쉔에게 우위에 있고, 애쉬-소나 조합은 트위치-소나 조합에게 크게 밀리지도 않습니다. KT 불리츠는 라인 전환을 통해 초반 라인전의 불리한 상성을 상쇄한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KT 불리츠는 빠르게 포탑을 철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병권의 엘리스가 더블 버프만 획득한 뒤 곧바로 듀오와 함께 포탑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요. 신동진의 리 신이 커버하기 위해 왔지만 수적 우위를 점한 KT 불리츠의 포탑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초반부터 타워 철거에 집중하는 KT 불리츠.
초반부터 타워 철거에 집중하는 KT 불리츠.

맞습니다. KT 불리츠는 라인전을 길게 끌고 가야 유리한 CJ 블레이즈를 상대로 타워 철거 전략으로 맞선 것이죠. 4분대에 CJ 블레이즈의 상단 1차 타워를 파괴한 KT 불리츠는 라인을 정상화해 4분 뒤에는 하단 1차 타워를 철거했습니다.

상·하단 1차 타워 파괴로 맵 장악이 수월해진 KT 불리츠는 상대 정글까지 손아귀에 넣었고 전 라인을 밀면서 강하게 압박, 11분만에 글로벌 골드를 3,000차이로 벌렸습니다. KT 불리츠의 빠른 포탑 철거에 CJ 블레이즈는 대처하지 못했죠.

또 포탑을 빨리 파괴하면서 KT 불리츠가 얻은 가장 큰 이점은 상대 정글러인 리 신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리 신은 강력한 라인 습격과 우수한 라인 커버 능력으로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빛을 발하는 챔피언입니다. 하지만 KT 불리츠는 라인전을 빠르게 끝낸 뒤 일찌감치 맵을 장악했고 리 신의 움직임을 모두 간파했습니다.
아군 정글 지역에서 상대에게 쫓기는 '헬리오스' 신동진.
아군 정글 지역에서 상대에게 쫓기는 '헬리오스' 신동진.

5세트 내내 신동진은 한 게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할 게 없었지요. 아군 정글에서 상대에게 쫓겨 전사하기도 했고 라인 커버를 위해 이동했지만 이도저도 아닌 선택이 되버린 장면도 있었죠. 이는 신동진이 못했다기보다는 KT 불리츠가 리 신의 역할을 애초에 봉쇄해버렸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KT 불리츠는 처음부터 자신들이 선택한 조합의 이점을 살리고 CJ 블레이즈 조합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면서 한 번 잡은 승기를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스플릿 푸시에 용이한 쉔과 제드를 적극 활용하며 CJ 블레이즈를 궁지에 몰아넣은 KT 불리츠는 마지막 교전을 완벽히 승리하며 두 시즌만에 4강 진출의 기쁨을 맛봤죠.

KT 불리츠는 CJ 블레이즈를 잡는 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블레이즈의 특성도 잘 알고 있었죠. '불길'을 뜻하는 블레이즈는 말 그대로 후반으로 갈수로 퍼져 나갑니다. 자그마한 성냥불이 커다란 산 하나를 모두 태우는 불길이 될 수 있죠. 조기 진화가 되지 않는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KT 불리츠는 불길이 타오를 기반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성냥불 단계에서 저지하면서 힘을 빼놓았습니다.

4강에 오른 KT 불리츠의 다음 상대는 CJ 프로스트, 혹은 나진 실드입니다. 만약 CJ 프로스트가 나진 실드를 잡고 4강에 진출한다면, KT 불리츠는 CJ 프로스트와 격돌하게 되는데요. 과연 KT 불리츠가 이번 시즌에 CJ 형제팀을 모두 잡고 결승에 올라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큰 흥미거리일 것 같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