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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전설이 되어 버린 김택용의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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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를 빛낸 스타들을 꼽았을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선수가 몇 명 있습니다. 김택용도 그 중 한 명이죠. 아직까지 프로토스 선수 가운데 그의 명성과 커리어를 뛰어 넘은 선수는 없습니다. 김택용만큼 많은 관심과 이슈를 끌어낸 선수도 없었죠. 김택용은 '포스트 임요환'이라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전설'이 됐습니다. 얼마 전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은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본의 아니게 잠수(?)를 타게 됐죠. 최고의 선수였던 김택용이 은퇴했지만 어떤 곳에서도 그의 심경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은퇴 후 숱한 인터뷰가 매체를 통해 나갔던 선수들과는 또 다른 행보였습니다.

그렇게 꽁꽁 숨어 있던 김택용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평소에도 인터뷰를 즐겨 하지는 않는 성격인 데다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은퇴 인터뷰를 바로 하는 것을 김택용은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줬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김택용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의외로 김택용의 목소리는 담담했습니다. 인터뷰를 응하는 기자의 물음에 "알았다"며 흔쾌히(?) 허락(!)을 해줬습니다. 은퇴 직전 숱한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던 김택용이었지만 이대로 팬들에게 아무런 이야기 없이 그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퇴가 공식 발표되고 3주 정도 시간이 흘러서일까요. 마음이 많이 가벼워진 듯 김택용은 인터뷰 내내 말문이 막히지 않았습니다. 술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고 오히려 기자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김택용을 인터뷰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지요.

'업'되어서인지, 아니면 은퇴했기 때문인지 e스포츠를 향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e스포츠를, 팬들을 사랑하고 아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억만을 이야기 하기는 싫었어요"
김택용이 은퇴와 관련한 인터뷰를 거절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스타2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때의 이야기만 추억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인터뷰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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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가 현재를 말하지 못하고 먼 과거 이야기만을 추억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좋게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추억만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이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잖아요. 미래에 대해서도 현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했고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김택용은 은퇴 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워하던 팬들의 목소리를 모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 보냈던 몇 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그에 대한 생각의 정리도 필요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그에게는 절실했습니다.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웃음). 물론 제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하고 오해한 부분이 있을 텐데 일부러 잠수를 탄 것은 아닙니다. 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야기해야 할지 고민했던 것뿐이에요. 물론 그 고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형식적이고 정형화된 인터뷰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 김택용. 어느 때보다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존심 강한 그가 전하고자 한 진심은 팬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팬이 떠나니 마음이 떠나더라고요"
김택용은 스타1을 누구보다 좋아했습니다. 게임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프로게이머가 됐던 김택용에게 어쩔 수 없이 스타2로 전향해야 했던 상황은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택용이 힘들었던 것은 하나둘 떠나는 팬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고마웠어요. 팬들이 가득 찬 경기장에 들어서면 가슴이 뛰었고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경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희열감에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었습니다. 팬들은 제 심장을 뛰게 해주는 연료와도 같은 존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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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타2로 전향하면서 팬들은 너무나 빠르게 프로리그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한 달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현장을 찾는 팬들은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김택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였겠죠. 텅 빈 경기장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게임 할 맛이 나지 않더라고요. 아무도 봐주지 않는데 게임을 열심히 할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팬들이 이렇게나 빠르게 외면할 것이라고는 김택용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김택용은 초반에는 어느 정도 팬들이 빠져 나갔다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그대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팬들이 떠난 상실감은 가장 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던 선수들에게 오히려 더욱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팬들이 계속 떠나가기만 하는 곳에 남아서 게임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요. 마음이 텅 빈 느낌이었어요. 스타1 시절을 경험한 저로서는 허전함이 가시지 않았어요. 더 이상 프로게이머를 하는 것이 제 심장을 뛰게 하지 못하더라고요."

김택용은 메아리로조차 돌아오지 않은 외침을 끝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서 은퇴를 조금씩 염두에 뒀습니다. 김택용에게는 프로게이머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팬들의 응원이었던 것을 본인 조차도 이제서야 깨달았던 것입니다.

◆'택뱅리쌍'으로서의 부담감은 '상상 이상'
재미있는 사실은 김택용이 은퇴한다는 결심을 전했을 때 '뱅리쌍'의 반응이 모두 같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왜"냐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왜 은퇴를 결심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세 명이었기에 김택용을 말릴 수도 설득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이)영호나 (송)병구형이 은퇴를 선언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고요. 그만큼 저희들이 받았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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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택용이 연습생 신분이었거나 팀의 주전 정도의 위치였다면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김택용에게는 e스포츠 최고의 선수라는 '택뱅리쌍'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고 일거수 일투족을 관심 있게 지켜 보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했습니다.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 한 경기만 패해도 느껴지는 중압감과 좌절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라는 예상은 제 마음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어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데 압박감은 계속 심해지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남모르게 한숨도 많이 쉬었습니다. 자기 뿐만 아니라 현재 '뱅리쌍' 모두 같은 고민일 것이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습니다. 김택용은 팬들이 '택뱅리쌍'이라는 이름만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짐을 짊어지고 미래를 해쳐 나가야 하는 그들의 아픔과 괴로움을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저는 그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은퇴를 했지만 남아있는 선수들은 더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팬들도 그것을 바라겠죠? 다만 지금은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보다는 응원의 말 한마디를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팬들의 사랑이야말로 프로게이머들이 살아가는 이유니까요."

◆"나도 행복할 테니 e스포츠도 팬들도 행복했으면"
눈물이 별로 없는 김택용이지만 은퇴를 결정하고 난 뒤 관계자들이나 동료들이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눈물이 왈칵 났다고 합니다. 김택용은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이나 e스포츠 관계자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니 큰일이에요(웃음). 어떻게 갚죠? 보은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방송도 시작했어요. 팬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만나고 호흡한 뒤 헤어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프리카 방송을 통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1을 플레이하면서 행복 바이러스를 전달한다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택용은 아직까지 스타1에는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예전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해 계속 실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수준에 올라오게 된다면 김택용은 소닉 스타리그에 도전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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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실력으로 리그에 나간다면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것 같아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연습한 뒤 팬들이 '힐링'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아프리카 방송을 하는 이유에요. 남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제 진심만 전해진다면 그렇게 비난한다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시작할 때 김택용은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 하기에는 낯부끄럽고 최근 스타2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해 놓은 것이 없어 인터뷰 분량이 나오겠느냐"며 걱정했지만 인터뷰 내내 김택용은 자신의 현재 생각을 차분히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진솔한 그의 이야기에서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그의 '진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기억을 안고 떠날 수 있게 돼 기뻐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 받고 갑니다. 제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아마 프로게이머 김택용이었던 순간은 추억으로 저와 함께 하겠죠. 그것을 잊지 않고 살렵니다. 팬들도 제가 행복하다는 소식 들으며 같이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게요. 다시 소식 전하는 날까지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를 아껴주셨던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김택용의 못다한 이야기는 10월 1일 또다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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