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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SC2] 경기 순서가 바뀌었다면?

CJ 엔투스 신동원
CJ 엔투스 신동원
CJ 신동원, 진에어 하재상의 모선 체제 대처 못해 역전패
뒷 경기선 삼성 신노열이 멋진 납치 스킬 활용으로 승리





◇진에어 하재상과 CJ 신동원의 '우주정거장' 대결(출처 유튜브)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2014년을 맞아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는 'IF' 코너로 두 번째 인사를 드립니다. 2회차에서 되돌아볼 경기는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진에어 그린윙스의 프로토스 하재상과 CJ 엔투스의 저그 신동원의 대결입니다. 경기를 보신 분들은 결과에 대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재상이 신동원과의 장기전 끝에 승리했죠.

하재상이 모선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프로리그 1라운드 2주차에서 프로토스 선수들은 저그를 만나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저그의 군단숙주 조이기 이후 가시촉수 방어선 형성, 감염충 활용, 타락귀와 무리군주 조합으로 이어지는 군락 체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프로토스로 꼽히는 정윤종도 한지원과의 장기전에서 무너졌고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의 저그의 최고 테크트리 체제에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장기전을 선호하는 CJ 신동원을 상대로 하재상이 선택한 유닛은 바로 모선핵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모선이었습니다. 자유의 날개 시절 모선은 저그와의 장기전에서 반드시 써야 하는 유닛이었습니다. 모선이 제공하는 은폐장을 활용해 병력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클로킹이라고 하죠) 기능이 있고 대규모 소환(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의 리콜이라 불렸던 기능)까지도 쓸 수 있었요. 그리고 가장 '사기적인' 스킬인 소용돌이가 저그전에 매우 유용했습니다.

그렇지만 군단의 심장으로 버전이 바뀌면서 모선은 쓸모 없는 유닛으로 바뀌었습니다. 모선의 핵심인 모선핵이 생겼고 대부분의 기능들이 축소되어 모선핵으로 이전됐지요. 그래서인지 모선은 2013년에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진에어 하재상이 모선핵을 모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진에어 하재상이 모선핵을 모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하재상이 모선을 택한 이유?
신동원과의 경기에서 하재상은 모선을 사용했습니다. 가격도 비싸고 모선핵에서 변화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신동원의 군단숙주를 활용한 압박을 수월하게 막기 위해서였죠.

저그의 군단숙주는 사기 유닛으로 불립니다. 특히 프로토스에게는 압박 그 자체입니다. 번식지 단계에서 감염충둥지를 지으면 생산할 수 있는 군단숙주는 공짜 유닛인 식충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식충은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면 생존 시간이 길어지고 공격력도 좋아지기에 프로토스로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닛입니다. 광전사나 추적자로는 잡기 어렵고 거신 정도가 나와야 제거할 수 있지만 식충에게 맞기 시작하면 실드가 계속 깎이기 때문에 직접 상대하기 싫어지죠. 그래서 프로토스는 공허포격기를 택하면서 공중 유닛으로 체제를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공중 유닛을 통한 식충 제거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상에 지어 놓은 건물의 실드가 깎이는 것을 막기까지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거신도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요.

결국 하재상은 은폐장을 제공하는 모선으로 생각을 돌렸습니다. 갖추기 어려운 유닛이지만 가만히 있다가 또는 막기만 하다가 패배의 수순을 밟을 수는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그리고 이 선택은 신동원을 흔들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모선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신동원은 당황했습니다.

진에어 하재상이 모선의 은폐장 휘하에 병력을 배치하고 CJ 신동원의 병력과 싸우는 모습. 신동원의 시야로 보면 제대로 보이는 프로토스의 병력이 없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진에어 하재상이 모선의 은폐장 휘하에 병력을 배치하고 CJ 신동원의 병력과 싸우는 모습. 신동원의 시야로 보면 제대로 보이는 프로토스의 병력이 없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했어야
신동원은 하재상의 모선을 보고 나서 곧바로 전투를 시도했습니다. 무리군주와 타락귀, 군단숙주, 감염충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자신만만하게 대결했지요. 9시 부화장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선택으로 인해 신동원은 유리한 경기를 잃었습니다.

왜 졌을까요? 시야를 확보해줄 유닛이나 건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신동원이 9시 지역에서 전투를 펼칠 때 감시군주가 없었습니다. 모선의 은폐장 휘하에 있는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신동원이 싸운 것이지요. 아마 신동원은 감염충의 진균번식을 통해 병력을 묶어놓고 감시군주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려고 했겠지만 하재상의 화력이 엄청났기에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9시 부화장은 날아갔고 가시촉수와 포자촉수 방어선도 무너졌죠. 그리고 군단숙주도 다수 잃으면서 승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CJ 신동원이 살모사의 납치 스킬을 활용해 진에어 하재상의 모선을 자신의 병력 근처로 끌어 당긴 모습(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CJ 신동원이 살모사의 납치 스킬을 활용해 진에어 하재상의 모선을 자신의 병력 근처로 끌어 당긴 모습(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신경기생충 또는 납치
모선을 확인했을 때 신동원의 선택은 두 가지였을 것입니다. 살모사의 납치를 활용하든지, 감염충의 신경기생충을 쓰는 것이죠. 납치는 해당 유닛을 자신의 위치까지 끌어 당기는 기술이고 신경기생충은 해당 유닛을 자신의 유닛으로 잠시 활용하는 기능입니다.

자유의 날개 시절 모선이 등장했을 때에는 후자가 많이 쓰였습니다. 감염충의 신경기생충 기능을 통해 모선을 저그의 유닛으로 만들면 부가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용돌이였죠. 소위 '빨대'라고 불리는 신경기생충 기능은 유닛을 잠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 뿐 아니라 해당 유닛의 스킬도 마나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괴할 수도 있고요. 신경기생충 기술로 모선을 자신의 유닛으로 만든 뒤 소용돌이를 쓰면 프로토스의 병력이 일거에 블랙홀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 타이밍에 저그가 밀어붙인다면 교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졌죠. 블랙홀에서 프로토스 유닛이 빠져 나오더라도 인구수에서 밀리면서 저그가 각개격파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군단의 심장에서는 감염충의 신경기생충 스킬이 별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신경기생충 스킬에 대한 너프 때문도 있지만 모선의 핵심 스킬이었던 소용돌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저그의 유닛으로 만든다고 해도 소용돌이처럼 대박 기술을 쓸 수 없기에 감염충의 신경기생충 스킬 활용은 거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동원도 살모사의 납치를 사용하긴 했습니다. 하재상이 모선을 앞세워 위풍당당 치고 나올 때 중앙 지역 하단 전투에서 신동원이 모선을 납치한 뒤 파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추가적인 전투가 벌어지지 않으면서 하재상이 모선을 다시 한 번 확보할 시간을 벌었지요.

◆신노열이 만들어낸 해법
신동원이 하재상의 모선에 의해 무너졌지만 저그 종족 안에서 해법이 나오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경기인 삼성 갤럭시 칸과 KT 롤스터의 대결에서 삼성 신노열은 KT 김대엽의 모선 체제를 맞아 살모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승리를 따냈습니다.

신노열은 김대엽과의 대치전이 예상되자 살모사를 4기까지 보유하면서 적극적으로 모선을 끌어 당겼습니다. 김대엽이 무려 세 차례나 끌려갔지만 귀환을 통해 본진으로 살리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결국 신노열은 김대엽의 모선을 파괴했을 때 군단숙주와 감염충, 타락귀, 무리군주 등 병력을 동원해 프로토스의 병력을 줄였고 승리했습니다.

만약 프로리그 경기 순서가 바뀌었다면 신동원도 하재상의 모선 체제에 대해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신동원이 신노열의 살모사 활용법을 먼저 봤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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