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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LOL] KT 불리츠의 치명적 실수

[IF LOL] KT 불리츠의 치명적 실수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SK텔레콤 T1 K와 KT 롤스터 불리츠의 판도라TV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2013-14 4강전은 SK텔레콤 K의 3대0 완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이 백중세를 예상했지만 KT 불리츠는 SK텔레콤 K와의 경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온게임넷 김동준 해설위원과 잠깐 대화를 나눴습니다. 김 해설위원은 KT 불리츠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KT 불리츠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는데요.

비록 0대3으로 대패했지만 KT 불리츠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1세트와 3세트에서 말이지요. 이번 'IF LOL' 코너에서는 두 세트 중 1세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기세 싸움인 다전제에서 1세트를 내주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KT 불리츠는 1세트에서 SK텔레콤 K와 팽팽히 균형을 유지했지만 시나브로 득점을 빼앗기면서 무너졌는데요. '1세트 무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KT 불리츠가 1세트를 내준 것은 분명 4강전에서 가장 뼈 아픈 실책이었습니다.

경기 내 사소한 판단 실수, 핵심 딜러인 '스코어' 고동빈의 소극적 플레이, 조합상 문제 등 KT 불리츠는 1세트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카직스 정글, 필요했나
KT 불리츠가 1세트에서 선보인 조합은 '인섹' 최인석의 리 신, '카카오' 이병권의 정글 카직스, '류' 유상욱의 그라가스, '스코어' 고동빈의 시비르, '마파' 원상연의 알리스타였습니다.

순간이동을 든 리 신으로 변수를 노리는 한편 최근 추세에 맞게 탱커로 성장시키면서 알리스타와 더불어 2탱커 라인을 형성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앞선에서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카직스, 시비르, 그라가스가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경기 내용을 보면 이병권의 카직스는 16분 드래곤 전투가 펼쳐질 때까지 아무런 득점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주구장창 정글 사냥에만 집중했죠. 카직스처럼 도마뱀 장로의 영혼 테크트리를 타야하는 공격형 정글러는 초반에 킬이나 어시스트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고대 골렘의 영혼 빌드의 정글러와 비교해 후반 기여도에서 크게 밀립니다.

이 전투에서 이병권은 '공허의 가시' 한 번 쏘고 체력이 빠져 곧바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이 전투에서 이병권은 '공허의 가시' 한 번 쏘고 체력이 빠져 곧바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병권은 정글링에 주력하면서 공격 아이템을 갖췄습니다. 대규모 전투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르블랑을 마크하면서 킬을 내기도 했죠.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카직스가 날뛸 수 있는 조건은 초반 킬 획득으로 아이템면에서 우위에 섰을 때, 아군 탱커들이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CC기를 빼놓은 상태에서 접근해 킬 혹은 어시스트를 기록해 도약을 계속해서 쓸 수 있을 때 입니다.

KT 불리츠와 SK텔레콤 K의 1세트 경기를 보면 전투 상황에서 이병권이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낮은 체력으로 주위를 배회하는 장면이 많이 보입니다. 아군 탱커 라인이 든든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약으로 들어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길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병권은 2킬 4데스 2어시스트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KT 불리츠의 정글 카직스 선택은 이어 할 시비르 이야기와도 이어집니다.

◆채광진 앞에만 서면 고동빈은 왜 작아지는가
1세트에서 블루 진영이었던 KT 불리츠는 첫 번째 챔피언으로 시비르를 택했습니다.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고동빈은 최근 대회에서 시비르를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솔로랭크에서의 승률 역시 좋은 편이 아닙니다. 자신의 장기인 이즈리얼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시비르를 택했어야 할까요. 아니, 꼭 첫 픽으로 시비르를 가져가야 했을까요. 또 상대편에 시비르를 내주지 않기 위해 뺏어왔다고 보기에는 '피글렛' 채광진의 챔피언 폭이 넓습니다.

고동빈은 4강전을 치르기 전까지의 10세트에서 이즈리얼을 무려 8번이나 택했고, 7승1패의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안전지향주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동빈에게 이즈리얼은 꼭 맞는 챔피언이었지요. 하지만 시비르는 특별한 생존기가 없습니다. 주문 방어막과 궁극기를 생존용으로 쓸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죠.

어쨌든 선택을 했으니 게임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1세트에서 고동빈은 그동안 보여줬던 기량의 절반도 펼치지 못했습니다. 시비르의 카운터인 베인과 맞라인전을 서지 않았음에도 CS에서 뒤쳐졌고, 정상 라인전 상황에서는 채광진의 베인에게 솔로 킬까지 내줬습니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대규모 교전에서의 소극적 플레이에 있습니다.

'피글렛' 채광진에게 무기력하게 킬을 내주는 '스코어' 고동빈.
'피글렛' 채광진에게 무기력하게 킬을 내주는 '스코어' 고동빈.

팽팽한 경기가 지속되다 29분경 내셔 남작 앞에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KT 불리츠는 바론 버프를 내줬지만 SK텔레콤 K 챔피언들의 체력 상황도 좋지 않았기에 충분히 해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투 지속력이 승패를 갈랐습니다. 최인석의 리 신이 앞에서 적들의 공격을 다 맞아주고 있었지만 고동빈은 우왕좌왕할 뿐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알리스타, 그라가스도 체력이 바닥나면서 카직스가 날뛰기도 힘들었죠.

'인섹' 최인석이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는 KT 불리츠.
'인섹' 최인석이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는 KT 불리츠.

최인석이 전사하자 후퇴하는 고동빈.
최인석이 전사하자 후퇴하는 고동빈.

38분에 벌어진 전투는 더 아쉬웠습니다. 바론을 두드리던 SK텔레콤 K의 뒤를 덮친 KT 불리츠는 원상연의 알리스타가 분쇄로 4명을 띄웠고 그라가스의 술통 폭발이 고루 들어가면서 해볼만한 상황에서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임팩트' 정언영의 쉬바나가 시비르를 물었고, 각 챔피언들의 체력이 바닥나자 고동빈은 전장을 이탈해버렸습니다. 고동빈 혼자만 체력이 가득차 있었지요. 그리고는 바론을 두드리던 SK텔레콤 K 근처에 갔다가 베인에게 걸려 비명횡사했습니다.

'스코어' 고동빈 혼자만 체력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스코어' 고동빈 혼자만 체력이 가득 차 있는 모습.

KT 불리츠는 정글 카직스의 장점도, 시비르의 강한 라인전과 폭발적인 누킹도 살리지 못하고 1세트를 내줬습니다. 만약 카직스가 아니라 올라프 같은 단단한 정글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리 신과 함께 베인을 물어 전장에서 이탈시키거나 잡아내면서 좀 더 유리한 전황을 맞지 않았을까요. 혹은 리 신, 올라프, 알리스타 3탱커 라인으로 고동빈이 안정적으로 자유로운 공격을 하게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고동빈이 시비르가 아닌 이즈리얼을 가져갔다면 어땠을까요? 강력한 생존기인 비전 이동을 갖고 있을 때의 고동빈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자신감 넘치는 무빙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고동빈은 자신이 죽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몸을 사렸고, 생존기가 없는 시비르는 고동빈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결국 고동빈은 자신의 역할을 절반도 수행하지 못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습니다.

◆사소한 판단 실수가 불러온 나비효과
앞서 언급한 29분경 바론 전투는 승부의 향방을 갈랐던 중요한 교전이었는데요. 이 전투에서 SK텔레콤 K는 바론을 획득하고 승기를 잡게 됐습니다. SK텔레콤 K가 마음놓고 바론 사냥에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입니다. 시비르가 하단 라인에 있었다는 점, 그라가스의 술통 폭발이 빠졌다는 점입니다.

유상욱은 블루 버프를 챙기기 위해 몸통 박치기로 벽을 넘어 블루 골렘 쪽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정언영이 블루 골렘을 사냥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버프를 뺏기지 않기 위해 유상욱은 술통 폭발을 블루 골렘에 사용했고, 버프는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직후 SK텔레콤 K가 내셔 남작 사냥에 나설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요.

이 술통 폭발 하나가 이후 경기 흐름을 바꿨습니다.
이 술통 폭발 하나가 이후 경기 흐름을 바꿨습니다.

SK텔레콤 K가 바론을 두드리는 것을 보고 하단 라인을 푸시하던 고동빈이 부랴부랴 기수를 돌렸고 나머지 KT 불리츠 선수들도 바론 쪽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병권의 카직스가 스틸을 위해 후방에 대기하고 있었고, 원상연의 알리스타가 분쇄로 상대 셋을 띄웠지만 '벵기' 배성웅이 공중에서 강타를 쓰면서 바론 버프는 SK텔레콤 K에게 주어졌습니다.

지난 나진 실드와 제닉스 스톰의 8강전에서 확인했듯 술통 폭발은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자랑합니다. '꿍' 유병준은 술통 폭발 데미지만으로 바론 스틸에 성공하면서 팀 승리를 견인했죠. 만약 유상욱이 블루 버프를 내주더라도 술통 폭발을 아꼈다면 강타 싸움에서 KT 불리츠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않았을까요. 또 스틸이라도 했다면 이후 벌어진 대규모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KT 불리츠가 됐을 것입니다.

1세트를 내준 KT 불리츠는 2세트에서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졌는데요. 기세 싸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전제에서 KT 불리츠가 1세트를 따냈다면 이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ro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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