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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SC2] 스타1의 향수를 불러온 전태양

KT 롤스터 전태양.
KT 롤스터 전태양.



◇KT 롤스터 전태양이 스타1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경기력을 보여준 SK텔레콤 김민철과의 대결(출처 유튜브).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 대한 소식들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9차 소닉 스타리그가 막을 올렸고 곰TV에서도 플랫폼을 바꾸면서 스타1 리그를 개최하겠다는 이야기가 공식화됐지요. 2012년 8월 이후 스타1 공식 리그가 사라지고 나서 1년 5개월 정도 지났는데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듯합니다.

스타1으로 일가를 이뤘던 선수들은 스타크래프트2를 접하고 난 뒤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스타1과 스타2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렸죠. 스타1에서 쓰던 습관까지 모두 버리느라 많은 애로 사항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열린 프로리그 대회에서 스타1을 연상시키는 경기가 펼쳐진 적이 있습니다.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1라운드 3주차 KT 롤스터와 SK텔레콤 T1의 3세트 전태양과 김민철의 대결이었는데요. 스타1 시절 '로스트템플'에서 보여질 듯한 전략적 운영이 멋드러지게 발휘됐던 경기였습니다.
KT 롤스터 전태양이 김민철의 앞마당 부화장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3개의 벙커 라인. 삼각 편대처럼 구성되어 있어 저그가 일순간에 파괴하기가 어렵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KT 롤스터 전태양이 김민철의 앞마당 부화장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3개의 벙커 라인. 삼각 편대처럼 구성되어 있어 저그가 일순간에 파괴하기가 어렵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임요벙'의 스타2식 해석
전태양과 김민철의 경기에서 전략적인 패턴은 초반부터 엇갈렸습니다. 전태양은 전진해서 2개의 병영 건설하면서 초반부터 압박을 시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김민철은 앞마당에 부화장을 지으면서 중반전을 도모했습니다.

두 선수의 생각이 달랐던 이유는 스타1 시절 테란과 저그가 갖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1에서 임요환이 홍진호를 상대로 벙커링을 시도했을 때 임요환은 "테란이 저그를 내버려두면 중후반전에서 이길 수가 없으니 초반부터 괴롭혀야 한다"며 벙커링이라는-당시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당연히 앞마당에 해처리를 펼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저그의 패턴이었고 임요환은 이를 예리하게 파고 들었죠.

스타2에서도 벙커링은 존재합니다. 따지고 보면 과거보다 더 좋아졌죠. 다 지어진 벙커를 광물로 회수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건설 시간이 스타1보다 길어지면서 테란이 대놓고 벙커링을 시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태양은 계단식 벙커링을 시도했습니다. 김민철의 앞마당 확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벙커를 일단 하나 지으면서 베이스 캠프로 삼았지요. 그리고 부화장이 펼쳐지기 전에 부화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위치에 2개의 벙커를 짓습니다. 벙커가 완성되고 부화장을 때릴 때 쯤 벙커 하나를 추가했고 보급고로 입구도 좁혀 놓았지요. 김민철이 맹독충과 저글링으로 벙커 라인을 무너뜨리더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래 쪽에 있는 벙커는 1차 공격 라인이 무너졌을 경우 아래 쪽에서 버티면서 저그의 병력이 삽시간에 몰아치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였습니다.

전태양이 보여준 벙커 건설 방식은 전부터 나왔던 모습입니다. 스타1에서 벙커링이 선을 보인 이후 스타2 자유의 날개에서도 벙커링은 간혹 사용됐고 테란 선수들이 조금씩 개량하면서 지금의 모습까지 왔고 전태양이 최적화된 배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KT 롤스터 전태양이 김민철의 12시 부화장을 파괴하기 위해 의료선 2기를 동원한 모습. 해병이 타 있던 의료선에서 건설로봇 한 기가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KT 롤스터 전태양이 김민철의 12시 부화장을 파괴하기 위해 의료선 2기를 동원한 모습. 해병이 타 있던 의료선에서 건설로봇 한 기가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이윤열식 언덕 탱크
김민철의 앞마당 부화장을 파괴한 전태양은 2차 작전을 시도합니다. 의료선이 생산되는 타이밍에 견제를 시도한 것인데요.
김민철의 저글링과 맹독충 역습을 상대로 앞마당에 병영 2개, 사령부 하나를 지으면서 물샐 틈 없는 심시티를 보여준 전태양은 본진에서 공성전차와 해병을 몰래 모았습니다. 그리고 의료선 2기가 생산되는 타이밍에 공성전차와 해병을 태워서 11시 지역으로 날아갑니다.

전태양의 의료선이 확인됐을 때 해설위원들은 12시 아래에 있는 좁은 지역에 내려 놓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김민철이 저글링과 맹독충 등 지상 유닛 중심으로 병력을 편성했기에 전태양이 언덕 아래 좁은 곳에 드롭할 경우 두드릴 유닛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태양의 선택은 11시 언덕 지역이었습니다. 사신을 보내 11시가 명당임을 확인한 전태양은 공성전차 2기를 내리면서 자리를 잡았고 해병이 탄 의료선에서 건설로봇 한 기를 떨구고 미사일 포탑을 짓기 시작합니다. 남은 7기의 해병으로는 12시에 지어진 저그의 부화장을 두드리기 시작하지요.

언덕 공성전차는 12시의 개스 하나와 광물 2동까지 사거리가 닿습니다. 저그 입장에서는 일벌레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계속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KT 롤스터 전태양이 의료선에 태운 해병과 언덕 위에 배치한 공성전차로 김민철의 12시 지역에 심대한 피해를 주는 장면(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KT 롤스터 전태양이 의료선에 태운 해병과 언덕 위에 배치한 공성전차로 김민철의 12시 지역에 심대한 피해를 주는 장면(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공성전차 2기로 타격을 입힌 전태양은 미사일포탑을 이어짓는 꼼꼼함을 보여줍니다. 혹시나 모르는 뮤탈리스크의 급습에 공성전차를 잃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지요. 자원이 되는 대로 미사일 포탑을 지은 전태양은 철옹성을 구축합니다.

김민철이 뮤탈리스크를 모아 일점사 공격을 통해 공성전차 라인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전태양은 해병을 추가적으로 방어에 동원하면서 막아내지요.
SK텔레콤 T1 김민철이 뮤탈리스크로 전태양의 공성전차를 파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결국 김민철은 11시에 구축된 테란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했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SK텔레콤 T1 김민철이 뮤탈리스크로 전태양의 공성전차를 파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결국 김민철은 11시에 구축된 테란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했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이러한 장면은 언젠가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이윤열의 데뷔 초기 '로스트템플' 불패라고 불리던 시기에 자주 보여줬던 언덕 탱크(스타2에서는 공성전차) 작전입니다. 당시 프로토스를 맞아 언덕 탱크를 자주 쓰긴 했지만 이윤열은 저그를 상대로도 벙커와 터렛, 공성전차로 공격 라인을 구축하는 경기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테란의 필수 유닛 드롭십
스타1 시절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수세에 몰려 있을 때 일발 역전을 도모하기 위해 쓰던 변수 유닛은 드롭십이었습니다. 머린 7기와 메딕 1기를 태워 저그의 진영에 도달한 드롭십은 의외의 실적을 올리면서 상대를 흔들었고 저그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에 정면 돌파를 성공하면서 역전시켰죠.

스타2, 특히 군단의 심장으로 바뀌면서 테란은 의료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Medivac'으로 표기되는 의료선은 스타1의 드롭십과 메딕이 합쳐진 유닛인데요. 군단의 심장에서 점화의 에너지가 차면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기에 자주 쓰입니다.
12시 김민철의 부화장을 파괴한 전태양의 다음 타킷은 중앙으로 돌출된 확장 기지였다. 이를 견제하는 데에는 의료선만한 유닛이 없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12시 김민철의 부화장을 파괴한 전태양의 다음 타킷은 중앙으로 돌출된 확장 기지였다. 이를 견제하는 데에는 의료선만한 유닛이 없다(사진=네이버 영상 캡처).

전태양도 김민철의 12시 확장을 파괴한 이후 의료선 흔들기에 나섭니다. 저그가 테란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의 개스를 확보해야 하는데요. 김민철은 중앙 지역에 위치한 확장 기지를 확보합니다. 의료선을 동원한 전태양은 언덕 아래에 병력을 배치한 뒤 시야를 확보하면서 저그의 일벌레를 테러했죠. 저그의 주력 병력이 다가오면 넓은 지역으로 산개하면서 공격을 시도하고 저그 병력이 퇴각하면 의료선에 태워서 부화장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벙커링, 언덕 탱크, 드롭십으로 이어지는 3종 세트를 맞이한 김민철은 어쩔 수 없이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닛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비슷한 용도를 가진 유닛으로 추억을 되살려준 전태양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전태양이 무난하게 했다면?
전태양이 스타2에서 보여지는 무난한 테란의 해병과 불곰, 의료선 조합을 선보였다면 어려운 경기를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수'라는 맵은 언덕 아래에서 위를 공략하는 방식의 맵입니다. 사거리가 우월한 유닛이 많은 테란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저그의 자원이 뒷받침된다면 테란도 만만하게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저그가 확장 기지에 대한 견제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에 2개의 부화장을 짓고 한 쪽은 파괴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면 테란은 자원난에 빠집니다. 특히 세 번째 확장 기지가 중앙 진출로와 가깝기 때문에 테란으로서는 지키기가 쉽지 않지요. 뮤탈리스크가 일점사를 통해 공성전차나 미사일포탑을 파괴한다면 자원을 채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김민철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태양의 벙커링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전태양이 힘싸움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최근 들어 다양한 전략, 전술, 타이밍으로 무장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벌레 정찰을 통해 상대의 수를 먼저 읽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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