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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투맨] '사제지간' 최연성-정명훈이 밝힌 '엮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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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 최연성 감독(왼쪽)과 정명훈.
스포츠에는 스승과 제자로 불리는 사이가 많습니다. 훌륭한 감독 휘하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대성하면 '000 사단'이라고 불리죠. 프로야구에서는 김응룔 감독이 키워낸 선동렬, 이종범 등이 김응룡 사단의 일원이라고 하고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 또한 조범현 KT 위즈 감독 등 여러 지도자를 키워냈습니다. 프로 축구계에서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발한 선수들이 대부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히딩크 사단이 이뤄졌습니다.

e스포츠에도 스승과 제자라고 불릴 수 있는 관계들이 있습니다. 임요환과 최연성이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좋은 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임요환과 최연성의 사이는 연배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스승과 제자라고 불러야 할지, 형 동생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이 되곤 합니다다. 진정한 사제 관계를 꼽으라면 최연성과 정명훈 정도가 맞지 않을까싶습니다.

최연성이 코치 시절 키워낸 정명훈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팀을 이끌어가는 주장으로 성장했습니다. e스포츠에도-적어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만큼은-코칭 시스템이 갖춰지고 선수 육성 인프라가 도입된 이후 만들어진 스승과 제자 사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감독이 된 최연성과 주장이 된 정명훈은 서로에 대해 어떤 바람을 갖고 있을까요. '맨투맨'을 통해 두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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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성 감독

◆최연성 "코치를 믿어봐라"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가르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말을 듣지 않는 것, 정확히 말하면 지도자의 의도대로 따라오지 않는 것입니다. 고칠 점이 있거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수가 스타일을 고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지도자의 마음은 상합니다. 선수가 잘못되라고 가르치는 지도자는 없기에 선수와 지도자 사이에 믿고 따르는 관계가 형성되면 분명히 성공합니다. 정명훈의 성공에는 최연성의 가르침과 이에 대한 정명훈의 신뢰가 있었습니다.

Q 스승과 제자로 알려져 있다. 정명훈이 SK텔레콤 T1에 들어왔을 때부터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형성됐나.
A 최연성=아직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 정명훈이 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왔다. 사실 정명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말수도 거의 없고 연습만 죽어라 하는 스타일이다. 내부 네트워크에 이름이 올라와 있을 때만 '연습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금새 사라졌다. 또 연습하러 간 것이다. 2008년 기존의 코칭 스태프가 모두 경질되고 나와 박용욱이 코치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정명훈에 대해 알아갔다.

당시 우리 팀 테란 라인은 전상욱과 고인규, 정명훈, 최호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상욱과 고인규는 자기들만의 스타일이 확실히 잡혀 있었고 어느 정도 머리도 컸기 때문에 신임 코치로서 가르칠 부분이 많지 않았다. 그 때 조용히 연습만 하던 정명훈이 눈에 들어왔다. 속 안에 무언가 타오르는 열정이 있는 선수로 보였고 발전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다.

A 정명훈=최연성 당시 코치님의 선수 시절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분명히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상욱, 고인규라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팀의 성적을 이끌어야 하는 분들이었기에 최 코치님이 나를 택한 것이라 알고 있다. 나 또한 일반적인 패턴을 따라하고 손에 익힌 상태였기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언가를 배울 때 기초를 다 익히고 나면 응용편에 들어가듯이 나에게도 대회에서 이길 수 있는 응용편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Q 여러 지도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바로 선수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자신의 스타일이 운영형이라 확정짓고 전략적인 경기를 전혀 하지 않는 선수들이나 전략만 고집하면서 후반으로 가면 뒷심을 달리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정명훈은 전략과 운영이 모두 되는 선수였다.

A 최연성=정명훈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코치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나는 기본기가 갖춰진 선수들을 원했다. SCV 나누는 것부터, 병력 생산법, 전투법 등을 모두 가르치는 코치는 솔직히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기본기가 다져진 선수들에게 전략과 운영 방법을 심어주고 성적을 내도록 만드는 데에는 자신 있었다. D급 선수를 A급을 만드는 보편적인 코치라기 보다는 A급 선수를 S급으로 끌어 올리는 데 강점이 있던 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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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A 정명훈=최연성 현 감독, 전 코치님이 부임하던 시절 나는 백지나 다름 없었다. 종이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기였을 때 전략이라는 그림을 그려갔다. 누구 하나가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렸다는 점이 나에게는 성장의 기회였다. 최 코치님이 일방적으로 이 전략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면 내가 따르지 않았을 것이었다. 받아들일 수 있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나에게는 스타1이라는 게임을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계기였다.

Q 두 사람의 사제 관계가 세상에 알려진 대회가 바로 인크루트 스타리그 2008이었다. 당시 김준영과의 4강전이 크게 회자됐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알려달라.

A 최연성=내가 모든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과장된 부분이 많다. 메카닉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도 정명훈과 내가 함께 만들어갔다. 라바를 깨뜨리고 러시를 가야 하는 맵이 있었는데 그 전략은 정명훈이 먼저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나도 그 생각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A 정명훈=인크루트 스타리그가 나와 최 코치님의 사이을 사제 관계로 맺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약간 서운한 부분이 있다. 나는 신인이었고 최 코치님은 선수 시절부터 유명한 분이다 보니 최 코치님에게만 관심을 주셨다. 심한 댓글 중에는 '최연성이 줄을 내리고 있고 정명훈은 그 줄에 매달린 꼭둑각시다'라는 것도 있더라. 그 댓글을 보고는 살짝 삐쳤다(웃음).

Q 정명훈에 대한 당시의 평가는 바이오닉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최연성 코치가 메카닉 전략을 만들어줬다고 되어 있다.

A 최연성=저그를 상대할 때 메카닉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선수 시절부터 갖고 있었다. 오래된 팬들은 알겠지만 내가 어떤 선수와 대결할 때 메카닉을 초반부터 쓰다가 허무하게 패한 적이 있다. 그 선수는 내 천적이 되어 버렸는데 그 시절부터 꾸준히 연구를 해왔다. 사실 메카닉은 손목 아픈 테란 선수들에게 정말 절실했던 전략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명 연장을 위한 특효약이다. 스타1에서 머린과 메딕을 6개의 배럭에서 꾸준히 생산하는 일은 정말 관절에 좋지 않다. 반면에 메카닉은 팩토리에서 유닛이 생산되는 타이밍이 늦고 생산 건물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손이 덜 간다. 손목 터널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나로서는 1년이라도 더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에 이 전략을 개발하려고 노력한 부분도 있다.

Q 정명훈을 위해 만든 전략은 아니라는 뜻인가.

A 최연성=나는 꿈을 꿨고 정명훈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메카닉 유닛의 효율성을 정명훈이 알고 있었기에 함께 만들어간 것이다. 사실 인크루트 스타리그 4강에서 정명훈은 계속 바이오닉을 하고 싶어했다. 앞서 언급한 '바이오닉 막장'이라는 혹평을 깰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믿어달라고 했다. 메카닉으로는 왠지 김준영을 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명훈도 동의했다 .

A 정명훈=그날 바이오닉으로 풀어간 세트는 패했다. 오버로드를 한 기 잡으면서 시작했는데도 지더라. 원배럭 더블을 죽어라 연구해서 갔는데 바이오닉을 택하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4세트에 바이오닉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갔는데 최 코치님이 이렇게 이야기해주셨다. "나를 믿어보라"고.

A 최연성=정명훈을 설득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믿어보라고 이야기했는데 정명훈이 눈을 맞추면서 믿어보겠다고 경기석으로 갔다. 그 세트를 정말 잘해서 승리했다. 코치로서, 지도자로서 느낀 첫 희열이었다. 선수가 코치를 믿는 진심이 보였고 그 경기를 통해 코치 생활에 재미를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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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정명훈 "최연성이 내게 준 건 밥상 아닌 레시피"
결과가 좋았기에 최연성과 정명훈의 사제지간에 대한 소문이 빨리 났을까. 아니면 언젠가는 이 소문이 날 조합이었을까. 최연성과 정명훈은 후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너무나 일찍 좋은 결과를 냈기에 정명훈은 하루라도 빨리 스타덤에 올랐고 최연성은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손발이 잘 맞는 스승과 제자의 사이에서는 어떤 아교풀이 작용했을까요.

Q 정명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A 최연성=앞서 이야기했지만 정명훈은 이미 A급이었다. 기본기가 남들보다 훨씬 탄탄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백지라고 말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받아들일 자세,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 선수를 만나면 난 100을 넘어 120, 130을 투자하고 그만큼 끌어내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긴다. 지도자를 하다 보면 잘하는 플레이를 보고 기대치가 높아진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만나면 내 기대치를 뛰어 넘는 선수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A 정명훈=코치를 시작하고 나서 거의 내 옆에 자주 계셨다. 초창기에는 다른 선수들에게 이 전략, 저 전략을 추천하시다가 잘 되지 않으면 마지막에게 나에게 던져주셨다. 그리고 임요환 감독님 시절에도 그런 경우가 꽤 있었다. 나에게는 이 전략이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알려주시곤 했다. 나도 몇 번 성공하고 나니까 코칭 스태프가 알려주는 것들을 하나씩 소화하는 재미가 생겼다. 빨리 받아들여서 내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것으로 변형하는 재미도 알게됐다.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명훈은 영재반에서 1등하는 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재반에 부임한 최연성 선생이 심화 학습 과제를 내줬는데 척척해내는 모범생.

A 최연성=고등학교 때에는 게임에 빠져들었지만 중학교 때 꽤 성적이 좋아서 영재반 같은 것도 해봤다. 내가 가르친 선수들 중에 고르라면 정명훈은 분명히 영재반이다.

A 정명훈=과찬이다. 최연성 코치님의 지도 방식이 좋았기에 많이 따랐다. 최 코치님은 100% 완성된 전략을 짜주는 사람은 아니다. 옆에 앉아서 게임을 해보고 안되면 자기도 연습 경기를 치러보 면서 함께 만들어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전략의 흐름, 변수에 대해 공유한다. 즉 밥상을 차려 주는 것이 아니라 레시피를 던지면서 함께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Q 최연성의 지도 덕분인지 정명훈은 이후 메카닉을 가장 멋지게 운영하는 테란으로 입지를 다졌다. 저그전 뿐만 아니라 프로토스전과 테란전에서도 메카닉 운영이 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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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연성=사실 프로토스전과 테란전에 대해 따로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다. 정명훈이 철저한 자기 노력으로 만들어낸 부분이 있다. 나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은 과분하다.

A 정명훈=최 코치님이 집중관리를 해주신 덕분이다. 프로토스전에 대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주셨다.

Q 송병구를 상대로 스타리그 첫 우승을 달성하긴 했지만 이후 허영무에게 두 번이나 결승전에서 패하면서 '최라인'이 아니라 '콩라인'에 더 가까워졌다.

A 최연성=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내가 군에 갔다. 그로 인해 정명훈이 하락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명훈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지만 허영무가 조금 더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정명훈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하산을 명했다(웃음).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의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A 정명훈=최 코치님이 군에 가기 전에 집중적으로 관리를 해주셨기에 이후에는 나혼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 최연성과 주장 정명훈, 서로에게 바라다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 이후 정명훈과 최연성 코치는 에이스와 지도자로서 수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명훈이 이 대회 이후 무려 4번이나 더 스타리그 결승전에 오른 배경에는 최 코치의 지도력이 융합됐기 때문입니다.

2011년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최연성 코치는 군에 입대했고 2013년 수석 코치로 팀에 돌아왔죠. 정명훈은 진에어 스타리그를 포함, 두 번의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우승자 라인인 '최라인'이 아닌 2인자들의 교집합인 '콩라인'으로 분류됐습니다.

2014년 최연성은 감독으로 승격했고 정명훈은 SK텔레콤 T1의 주장이 되어 프로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함께 그리는 SK텔레콤 T1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Q 과거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14년 현재 최연성은 SK텔레콤 T1의 감독이고 정명훈은 주장으로 새로운 위치에서 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승진했다.

A 최연성=승진인가. 고맙다. 배울 것이 많은 시기다. 군에 가기 전까지 스타1으로 리그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스타2로 시대가 바뀌었다. 내가 복귀하자마자 임요환 전임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면서 갑작스레 감독을 맡았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최연성이 스타2를 알긴 하느냐"고. 스타1만을 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실력은 꽤 된다. 군에 가기 전까지 스타2를 연구하고 실제로 플레이하다 갔기에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실력보다는 낫다.

A 정명훈=12-13 시즌을 마친 이후 김택용, 도재욱, 이승석 등 팀을 이끌어가던 선배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내가 최연장자가 됐다. 연습생 시절 최 코치님의 가르침을 받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빨리 간다.

Q 최연성 감독 체제 이후 정명훈의 프로리그 출전이 뜸하다(이 인터뷰는 정명훈이 진에어 그린윙스 방태수와 경기하기 전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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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연성=정명훈의 실력이 떨어져서 내보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테란이 저그와 프로토스를 만나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테란 라인 전체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심화된 빌드 오더나 체계화된 운영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대경 코치가 테란을 중점적으로 조련하고 있고 나도 저그나 프로토스보다는 테란에게 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완벽한 라인업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팀 안에서 이 부분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면 정명훈은 물론, 다른 테란 선수들도 프로리그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A 정명훈=감독님이 뭔가를 숨기시려고 전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내 실력이 뒤처지는 것이 요인인 것 같다. 진에어나 KT는 테란으로도 곧잘 성적을 내고 있지 않나. 초심으로 돌아가서 더 열심히 연습해야만 내게 기회가 올 것 같다. 우리 팀 멤버가 굉장히 세다. 솔직히 지금 출전하고 있는 라인업을 꺾을 팀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엔트리에 대한 회의를 할 때 선수들이 의견 개진할 수 있는데 나조차도 지금의 라인업을 답으로 제시할 정도다.

Q 딱딱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혹시 두 사람이 따로 술을 마시거나 게임 이외의 주제를 갖고 이야기한 적이 있나.

A 최연성=정명훈이 속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는 원래 팀 관계자나 선수들과의 회식이 아니면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임요환 전 감독과는 워낙 오래된 사이라서 밥을 먹거나 술을 한 잔 하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사석에서 만난 적이 없다. 나의 오랜 라이벌이자 친구같은 사이인 이윤열과도 밥 한 번 따로 먹은 적이 없을 정도다.

A 정명훈=고민이 있다고 해도 잘 꺼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속으로 삭이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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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간적인 관계보다는 일에 대한 스승과 제자로 남으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웃음). 감독으로서의 최연성에게 바라는 점이나 주장으로서의 정명훈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A 최연성=SK텔레콤 T1의 역대 주장들을 보면 수순이 있다. 나이가 많아서 주장을 맡고 나면 실력이 하락하면서 은퇴를 하거나 군에 간다. 난 정명훈이 이 악의 고리를 깨주길 바란다. 정명훈도 이야기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더 열심히 연습하고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정신적인 지주 역할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실력으로서도 최고가 되고 주장 역할에 있어서도 자신의 몫을 해내길 바란다. 주장 징크스를 겪지 않는 첫 주장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약간 수다스러워졌으면 한다.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묵묵히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자신을 내려 놓은 상황에서 후배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주장,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다. 실없는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A 정명훈=미디어데이에서 주장 징크스에 대해 내가 먼저 이야기했다. 팀에 있으면서 주장을 맡은 선배들을 많이 봤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나도 두려움이 있다. 내 예상보다는 주장을 일직 하게 됐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크다. 성적을 잘내는 주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다스러워져야 한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따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감독님은 회의를 할 때 다양한 안건을 던진다. 브레인스토밍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 아직 나는 정제된 이야기를 꺼낸다. 말 한 마디를 해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 부분에서는 감독님과 나의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Q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해지길 바라'라는 코너를 보는 것 같다. 어떤 매개가 있어야 두 사람이 고민까지 털어 놓는 사제지간이 될 것 같은가.

A 최연성=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없길 바란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흘러가고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내 목표다. 함께 우승을 향해 달려가되 함께 즐겁자는 것이 내 모토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겠지만 정명훈이 함께 한다면 즐겁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A 정명훈=열정을 다시 끌어 올리고 싶다. 스타1에서 최 코치님과 함께 했을 때 모든 순간이 즐거웠던 것 같다. 연습하고 전략을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이길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때에는 열정이 살아 있었다. 감독님과 주장으로 다시 만나면서 열정이 살아날 분위기는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방침을 잘 따르고 후배들을 이끌고 열정을 살려 보겠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최 감독님과 함께 참가하고 싶다. 전에 MLG에 초청되어서 간 적이 있는데 새로운 경험을 했다. 감독님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 더 많은 부분에서 마음을 맞추고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Q 최연성 감독은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걸로 아는데 굳이 같이 가고 싶은가.

A 정명훈=테란 에이스 겸 주장이 같이 가자고 하면 흔쾌히 동행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A 최연성=정명훈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갈 수 있다.


글=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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