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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우주모함보다 빛난 주성욱의 추적자

KT 롤스터 주성욱.
KT 롤스터 주성욱.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스포티비게임즈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2 챌린지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프로토스 종족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이면서 날아다니고 있는데요. 시드 배정자인 김대엽을 제외하고 무려 5명이 통과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9일 열린 24강전에서 눈 여겨 볼 매치가 열렸는데요. KT 롤스터 프로토스 주성욱과 CJ 엔투스 테란 정우용의 대결 3세트에서 주성욱이 우주모함을 사용하면서 승리했습니다.

스타2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우주모함에 대한 설명.
스타2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우주모함에 대한 설명.

◆우주모함=우주 쓰레기?
우주모함은 스타크래프트2에서 '쓰레기'라고 불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캐리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우주모함은 스타2에 들어와서 가격 대비 성능비가 극단적으로 나쁜 유닛으로 꼽힙니다. 광물 350, 개스 250이 들어가는 우주모함은 120이라는 생산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뽑다가 상대의 공격에 밀려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기 딱 좋습니다. 인구수, 즉 보급품까지 6이나 소모되기 때문에 여러 대를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따라서 우주모함의 활용도는 스타2에서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저그를 상대할 때에는 효율이 훨씬 좋은 공허포격기, 불사조 조합이 있고 테란전에서도 거신, 고위기사를 활용한 지상군 전략이 선호되고는 합니다. 그나마 테란이 메카닉 전략을 들고 나왔을 때에는 우주모함이 사용되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효용도가 높은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스타2에서 프로토스가 우주모함을 생산할 때마다 시청자와 중계진이 '우와'라는 탄성을 지르면서도 "유리하니까 GG 치라는 의미에서 뽑았겠죠?" 혹은 "저건 실수일 겁니다"라는 멘트를 하곤 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주모함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우주 쓰레기'라고 할 수 있지요.




◇주성욱이 우주모함을 활용해 정우용을 제압한 경기(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주성욱은 왜 우주모함을 택했을까
정우용과 주성욱의 3세트 경기는 '바니연구소'라는 2인용 맵에서 펼쳐졌습니다. 주성욱은 2대0으로 앞서 있었지요. 앞선 두 세트의 내용을 보면 정우용이 병력을 잘 모았지만 주성욱의 견제에 의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정우용의 주병력이 중앙 지역으로 치고 나오는 사이에 빈집으로 들어간 차원분광기가 대박을 쳤고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택한 정우용의 병력은 주성욱의 거신과 고위기사 등에 의해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정우용은 앞선 세트에서 해병과 불곰, 의료선, 바이킹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방식의 병력 조합을 택했습니다. 산개를 잘하고 바이킹이 거신을 일점사했을 경우 효율이 극대화되는 구성이었지요. 하지만 주성욱의 철통과 같은 방어벽에 막히자 3세트에서는 다른 수법을 꺼내들었습니다. 테란에게는 독이 든 성배와 같은 프로토스전 메카닉이지요.

주성욱이 두 번째로 보낸 관측선이 정우용의 메카닉 체제를 확인하는 장면(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주성욱이 두 번째로 보낸 관측선이 정우용의 메카닉 체제를 확인하는 장면(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주성욱은 두 번째 관측선을 밀어 넣으면서 정우용이 군수공장을 늘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정상적인 바이오닉 병력일 경우 병영이 5개 이상 늘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정우용이 군수공장을 늘리자 메카닉임을 직감합니다.

주성욱의 대처 방안은 3개의 우주관문에서 생산된 우주모함이었죠. 테란의 메카닉을 상대로 우주모함이 갖고 있는 파괴력은 굉장합니다. 같은 팀의 프로토스인 김대엽이 GSL 경기에서 김영진의 메카닉 전략을 상대로 우주모함을 다수 모으면서 승리한 경기도 있었기에 주성욱은 우주모함을 양산하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주성욱의 선택은 우주모함이었다. 원 왼쪽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 함대신호소(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주성욱의 선택은 우주모함이었다. 원 왼쪽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 함대신호소(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우주모함은 조연, 추적자가 주연
앞서 언급했다시피 우주모함은 모으기가 힘든 유닛입니다. 120이라는 생산 시간은 스타2 유닛 중에서 가장 타이밍이 긴 유닛입니다. 프로토스의 폭풍함도 60이면 생산이 완료되지만 우주모함은 두 배 가량 오래 걸립니다. 심지어는 모선의 생산 시간인 100보다 20이나 더 걸리는 유닛입니다.

3개의 우주관문에서 우주모함을 모으면서 주성욱은 시간을 벌 유닛이 무엇일지 판단했습니다. 결론은 추적자였죠. 테란의 메카닉 유닛과 프로토스의 추적자가 정면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지는 뻔합니다. 당연히 테란의 메카닉 유닛이 이기지요.

하지만 추적자가 견제에 치중한다면 어떨까요. 기동력이 느린 메카닉 부대가 추적자 10여 기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면 피해만 입을 것입니다. 추적자의 점멸까지 업그레이드되어 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요.

주성욱이 우주모함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을 스캐너 탐색으로 확인한 정우용(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주성욱이 우주모함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을 스캐너 탐색으로 확인한 정우용(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주성욱은 관측선을 맵의 곳곳에 흩어 놓으면서 정우용의 움직임을 체크했습니다. 우주모함의 존재를 알고 있던 정우용은 토르를 주력으로 삼았고-느리긴 마찬가지입니다-주성욱은 기동력의 차이를 십분 활용했습니다.

정우용의 병력이 맵의 절반까지 이동하자 주성욱은 추적자와 거신을 반대편으로 이동하면서 테란의 본진을 장악했죠. 생산 건물, 특히 우주모함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킹이 생산되는 우주공항을 일점사한 주성욱은 거신 한 기를 뒷마당으로 보내 건설로봇까지 테러합니다.

메카닉 병력의 이동 속도가 느린 단점을 활용해 테란의 본진으로 올라온 주성욱의 추적자(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메카닉 병력의 이동 속도가 느린 단점을 활용해 테란의 본진으로 올라온 주성욱의 추적자(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정우용이 막기 위해 전병력을 회군시켜 수비에 동원하자 주성욱은 거신 한 기만 견제에 활용하고 추적자는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우주모함 부대가 완비되기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적자의 생존은 주성욱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죠.

피해를 복구했다고 생각한 정우용이 2차 진군을 시도하자 주성욱은 또 다시 추적자를 활용해서 견제했습니다. 이 견제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테란이 우주모함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닛인 바이킹을 추적자가 대거 잡아낸 것이지요.

주성욱의 추적자가 정우용의 바이킹을 잡아내고 있다. 우주모함에게 치명적인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던 바이킹을 대거 잡으면서 주성욱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이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주성욱의 추적자가 정우용의 바이킹을 잡아내고 있다. 우주모함에게 치명적인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던 바이킹을 대거 잡으면서 주성욱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이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경기 시간으로 19분에 중요한 전투가 펼쳐집니다. 주성욱의 추적자 14기가 정우용의 바이킹 12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끊어냈습니다. 추적자가 중앙 지역을 거쳐 정우용의 앞마당 지역으로 이동하던 사이, 정우용의 바이킹이 먼저 수비를 위해 도달했고 주성욱은 점멸을 쓰면서 바이킹을 한 기씩 끊어냈습니다. 정우용이 다급한 마음에 돌격 모드로 변환했지만 주성욱은 일점사를 통해 잡아냈고 5기만 남겨 놓았지요.

정우용은 당황한 티가 났습니다. 테란이 메카닉 유닛을 운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사실은 메카닉 유닛마다 이동 속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공중 유닛인 바이킹이 몸집이 크고 느린 토르보다 일찍 전장에 닿는다는 점을 유념했어야 하지만 정우용은 다급한 마음에 먼저 전장에 투입했고 추적자에 의해 대부분 잃었습니다.

우주모함이 등장했지만 경기는 이미 추적자에 의해 끝나 있었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우주모함이 등장했지만 경기는 이미 추적자에 의해 끝나 있었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이후 전투 양상은 주성욱에게 완벽히 기울었습니다. 10기까지 모인 우주모함은 추적자와 함께 테란의 메카닉 유닛과 전투를 펼쳤고 완승을 거뒀습니다.

화제를 모은 유닛은 우주모함이었지만 추적자의 활약이 없었다면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추적자는 주연급 조연이었던 셈이지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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