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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미드 강타 이즈'로 페이크를 쓴 SK텔레콤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5를 우승할 때의 SK텔레콤 T1.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5를 우승할 때의 SK텔레콤 T1.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8일 열린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5 서머 시즌 2라운드 2주차 경기에서 SK텔레콤 T1이 아나키를 상대로 엄청난 페이크를 썼습니다.

최근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강타 이즈리얼 작전으로 아나키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는데요. 이즈리얼을 고를 것처럼 끝까지 들고 있다가 마지막에 이렐리아로 전환하면서 아나키를 아나키 상태(아나키라는 말은 무정부주의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로 빠뜨렸죠.

챔피언 금지와 선택 과정에 숨어 있는 양 팀의 생각을 재구성해보면서 SK텔레콤이 어떤 심리전을 구사했는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SK텔레콤 T1과 레블즈 아나키의 1세트. 챔피언 밴픽을 중심으로 봐주시면 이 글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룬 글레이브 이즈리얼
리그 오브 레전드 5.12 패치에서는 정글러용 소환사 주문으로 꼽히는 강타에 룬 글레이브가 추가됐습니다. 이전에 있던 현자가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이죠.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룬 글레이브의 아이템 설명.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룬 글레이브의 아이템 설명.

룬 글레이브는 정글러 전용 아이템으로 스킬 시전 이후의 다음 기본 공격이 마법 피해를 입히게 변하며 적중시 기본 공격력의 75% (+0.3 주문력)만큼의 추가 피해를 대상 주위의 적들에게 입힙니다. 몬스터를 공격할 경우엔 추가로 잃은 마나의 8%까지 회복돼 마나수급에도 효율이 높습니다.

룬 글레이브가 등장하자 이즈리얼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즈리얼이 특별히 주목 받은 이유는 '신비한 화살' 스킬을 통해 강력한 마법 데미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환사 주문인 '강타'를 통해 라인 관리와 오브젝트 싸움에서도 강점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습니다. 조합되는 아이템도 '루덴의 메아리'로, 스킬을 적중시킨 후 주변 적들에게 추가 데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미와 유럽을 장악하다
룬 글레이브 AP 이즈리얼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 2일을 기점으로 한국서버 랭크 게임의 전 구간에서 이즈리얼의 픽밴율이 급증했고 룬 글레이브와 루덴의 메아리는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등극했습니다.

룬 글레이브 AP 이즈리얼에 대한 관심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뜨거웠는데요.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NA LCS) 서머 6주차 경기에선 총 10경기 중 7번이나 이즈리얼이 등장했고 이 가운데 6번이 룬 글레이브를 활용한 AP 이즈리얼이었죠. 1차례 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룬 글레이브 AP 이즈리얼을 선보인 TSM 미드 라이너 '비억슨' 소렌 비어그.(사진=유투브 캡처)
룬 글레이브 AP 이즈리얼을 선보인 TSM 미드 라이너 '비억슨' 소렌 비어그.(사진=유투브 캡처)

NA LCS에서 지난 5주간 이즈리얼이 단 두 번 선택되고, 한 번도 밴 목록에 오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솔로미드의 미드 라이너인 'Bjergsen' 소렌 비어그는 6주차 경기에서 두 차례 모두 이즈리얼을 픽했고, 드래곤 나이츠와의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상대를 압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럽 LCS에서는 자이언츠 게이밍의 미드 라이너인 'PePiiNeRo' 아이작 플로레스가 룬 글레이브 AP 이즈리얼을 선보였습니다. 프나틱과의 대결에서 8킬 2데스 7어시스트로 팀이 패했지만 홀로 분전했고 SK게이밍과의 대결에선 8킬 2데스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즈리얼이 살았다!
SK텔레콤 T1와 아나키의 1세트 속으로 같이 들어가 보시지요. 블루 진영이 아나키, 레드 진영이 SK텔레콤 T1입니다. 챔피언을 먼저 금지(밴)시킬 수 있고 선택도 먼저 하는 권한을 아나키가 갖고 있습니다.
SK텔레콤 T1과 레블즈 아나키의 챔피언 선택 금지 화면.(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SK텔레콤 T1과 레블즈 아나키의 챔피언 선택 금지 화면.(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아나키의 금지 순서는 아지르->애니->럼블로 이어졌습니다. 아나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추측해 보겠습니다. 아지르를 금지시킨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봅니다.

아지르를 내어주면 대규모 교전에서 에서 SK텔레콤 '페이커' 이상혁의 센스 플레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과 손영민이 제대로 쓰지 못하기 때문에 내주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이상혁은 이번 시즌에 아지르를 한 번밖에 쓰지 않았고 성적도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금지시키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아나키는 후자쪽을 더 두려워했을 것 같네요. 손영민이 1, 2라운드에서 한 번도 아지르를 고르지 않았다는 점은 대회에서 쓸 만큼 손에 익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우리가 쓰지 못할 것이라면 내주지도 말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순위로는 애니와 럼블을 밴했습니다. 애니가 6레벨을 달성한 이후 티버를 소환하면 1킬은 반드시 당한다라는 생각과 이재완의 애니는 스프링 시즌부터 5연승중이고 서머에서도 2승을 따냈기에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럼블의 경우 '마린' 장경환이 서머 시즌에 9번 사용해서 7승2패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3연승을 달리면서 물오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에 금지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은 굉장히 일반적인 밴 리스트를 짰습니다. 어떤 팀도 요즘에는 칼리스타를 만져보지 못했죠. 대부분 금지하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 금지 카드로는 쓰레쉬를 택했는데, 이 이유는 1라운드에서 아나키에게 패할 때 '스노우플라워' 노회종의 쓰레쉬에게 엄청나게 끌려갔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세 번째 밴 카드인 라이즈는 5.12 패치에서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풀어줬을 때 두려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즈리얼을 살아났고 아나키와 SK텔레콤 가운데 누가 가지고 가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SK텔레콤이 이즈리얼을 고르면서 심리전을 시작했습니다.(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SK텔레콤이 이즈리얼을 고르면서 심리전을 시작했습니다.(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아나키 '띄우자' VS SK텔레콤 '페이크'
아나키는 챔피언을 고르는 과정에서 공중 부양 메타를 선택했습니다. 서포터 챔피언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는 알리스타를 시작으로 리 신, 코르키, 노틸러스를 가져갔죠.

이러한 선택은 아나키가 마지막 선택 과정에서 뽑은 야스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전이었죠. 미드 라이너인 '미키갓' 손영민이 순조롭게 성장하고 알리스타의 분쇄, 리 신의 용의 분노, 노틸러스의 폭뢰 등 에어본 스킬을 활용해 띄운 뒤에 야스오의 궁극기인 최후의 숨결을 쓰면서 일격필살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반영됐습니다.

SK텔레콤은 '페이커' 이상혁에게 이즈리얼을 안겨주는 것처럼 챔피언을 골랐습니다. 아나키가 먼저 알리스타를 고르자 잔나와 그라가스를 택하면서 서포터와 정글러 챔피언을 선택한 SK텔레콤은 다음 턴에 이즈리얼과 마오카이를 골랐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혁이 이즈리얼을 할 것이라 예상됐죠. 이상혁의 이즈리얼은 룬 글레이브 이즈리얼이 아니더라도 명품이었으니까죠. 2013년부터 띄엄띄엄 이즈리얼을 썼던 이상혁은 9승1패의 성적을 냈습니다. 스프링 시즌에는 네 번 써서 3승1패를 기록했고 서머 시즌에서도 한 번 공식전에 꺼낸 바 있습니다. 최근 솔로 랭크 연습 기록에도 강타를 들고 이즈리얼로 플레이해서 팀을 승리로 이끈 바 있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즈리얼에 대한 카운터 챔피언으로 야스오를 택한 아나키.(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이즈리얼에 대한 카운터 챔피언으로 야스오를 택한 아나키.(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아나키는 야스오와 노틸러스를 고르면서 미드 강타 이즈리얼에 대한 카운터를 치겠다고 노렸죠. 하지만 이즈리얼이 페이크 카드였습니다. 마지막 픽 과정에서 SK텔레콤은 고심했고 이렐리아로 선회했습니다. 미드 라이너 이상혁이 아니라 원거리 딜러인 '뱅' 배준식에게 이즈리얼을 안기고 야스오를 상대로 이렐리아를 쓰기로 한 것이죠.

이즈리얼은 원거리 딜러들이 선호하는 챔피언은 아닙니다만 배준식은 프리 시즌까지 포함해 10번 사용했고 8승2패로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배준식의 베스트 챔피언 중에 하나였기에 SK텔레콤은 밴픽 과정에서 페이크를 쓸 수 있었죠.
배준식이 무엇을 골랐을까요. SK텔레콤은 과연 미드 강타 이즈리얼 작전을 쓸까요.(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배준식이 무엇을 골랐을까요. SK텔레콤은 과연 미드 강타 이즈리얼 작전을 쓸까요.(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SK텔레콤은 이상혁에게는 이렐리아를, 배준식에게는 이즈리얼을 쥐어줬습니다.(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SK텔레콤은 이상혁에게는 이렐리아를, 배준식에게는 이즈리얼을 쥐어줬습니다.(사진=네이버 tv캐스트 캡처)





◇SK텔레콤 T1과 레블즈 아나키의 1세트 하이라이트.(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무리수가 돼버린 이즈리얼 죽이기
SK텔레콤이 이상혁에게 이렐리아를 안기면서 아나키가 택한 미드 강타 이즈리얼 죽이기는 무리한 선택이 되어 버렸습니다. 알리스타, 노틸러스, 리 신 등 에어본 스킬을 보유한 챔피언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SK텔레콤은 큰 싸움을 벌이지 않았죠.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중단을 제외한 다른 라인에서만 전투를 벌이면서 아나키의 성장을 지체시켰습니다.

정글러 '벵기' 배성웅의 그라가스가 하단 지역을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킬을 만들어냈고 킬 격차와 골드 격차가 순식간에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6대0으로 벌어졌던 킬 스코어는 11분만에 11대1까지 벌어졌고 21분에 중앙 교전에서 완패한 아나키는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SK텔레콤 T1 '페이커' 이상혁이 말하는 미드 강타 이즈리얼의 장단점.(영상=네이버 tvcast 데일리e스포츠TV 발췌)

이상혁은 데일리e스포츠와의 단박 인터뷰에서 미드 강타 이즈리얼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회복이나 정화, 방어막이 아닌 강타를 들고 라인전에 임할 경우 CC기(군중제어기)를 맞기 시작했을 때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들기 때문에 위기에 빠질 여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우 온게임넷 해설 위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드 강타 이즈리얼이 모든 챔피언에게 강력한 '패왕'은 아니라고요. 제드, 탈론, 아리, 야스오 등 체력은 약하지만 공격력이 강하고 CC 스킬이 있는 챔피언에 대해서는 라인전을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소환사 주문이 강타이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이지요.

어찌됐든 SK텔레콤은 챔피언 밴픽 과정에서 아나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것 같습니다. 알리스타와 리 신을 보고 나서 이즈리얼에 대한 집중 공략이 들어올 것 같다고 예감했고 이즈리얼보다는 이렐리아로 대응하면서 최대한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밴픽에 대한 중요성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고 봅니다. 상대팀의 의도를 먼저 간파하고 적절하게 페이크를 넣으면서 시작할 때부터 우위를 점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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