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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음지에서 맹활약한 SKT '황제훈'

[핀포인트] 음지에서 맹활약한 SKT '황제훈'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5(이하 롤드컵)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한 SK텔레콤 T1과 KOO 타이거즈가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SK텔레콤은 오리겐을, KOO는 프나틱을 각각 3대0으로 완파했죠. 한국 팀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며 한국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챔피언스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리그임을 증명한 셈이지요.

이 가운데 SK텔레콤과 오리겐의 1세트를 이번 '핀포인트'의 테마로 잡았습니다. SK텔레콤은 오리겐과의 경기를 앞두고 이상혁이 아닌 이지훈을 선발로 내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리겐이 8강에서 보여준 'xPeke' 엔리케 마르티네즈를 중심으로 한 늘어지는 운영에 대해 이지훈이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지훈은 1세트에서 아지르를 선택했습니다. 이지훈의 아지르는 이미 한국에서는 정평이 났습니다. 수성에 좋은 챔피언이기에 이지훈의 이미지와 어울리기도 하지만 KOO 타이거즈와의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는 '쿠로' 이서행과의 맞대결에서 솔로킬을 따내기도 했죠.

◆어이 없이 날아간 중단 1차 포탑
SK텔레콤은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상단으로 이동했던 정글러 '벵기' 배성웅의 자르반 4세와 톱 라이너 '마린' 장경환의 피오라가 'sOAZ' 폴 보이어의 케넨을 잡는 과정에서 한 차례 실패하긴 했지만 2차 개입을 통해 킬을 만들어냈죠. 2분 뒤에는 하단에서 교전을 펼친 SK텔레콤은 3킬을 추가했고 2킬을 내주면서 4대2로 격차를 벌렸죠.

이 때만 하더라도 SK텔레콤이 무난하게 오리겐을 완파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오리겐은 곧바로 드래곤을 가져가면서 변수를 만들었습니다. 4킬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의 정글러 배성웅의 자르반 4세의 체력이 빠졌고 '뱅' 배준식의 칼리스타까지 잡혔기 때문에 그 공백을 활용한 것이지요. SK텔레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14분에 첫 드래곤을 내줬다고 해서 경기가 기울지는 않으니까요.

드래곤을 사냥하고 있는 오리겐(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드래곤을 사냥하고 있는 오리겐(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오리겐은 과감하게 움직였습니다. 드래곤 사냥을 마치고 곧바로 SK텔레콤의 중단으로 이동했고 'Niels' 제스퍼 스베닝센의 트리스타나가 1차 포탑을 집중 공략하면서 파괴한 것이지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지훈과 배성웅이 푸른 파수꾼을 사냥하는 동안에 3명이 들이닥쳐 포탑을 깨뜨리고 유유히 빠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아지르처럼 수성에 강한 챔피언에게 포탑은 엄청난 힘이 됩니다. 상대가 모래병사의 사거리 안쪽으로 들어온다면 아지르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에 포탑은 오래 남아 있을수록 도움이 됩니다. 오리겐은 이번 기습으로 인해 SK텔레콤의 허를 찔렀습니다.

◆처음으로 날아간 2차 포탑
오리겐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단 포탑을 깬 제스퍼의 트리스타나는 상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린' 장경환의 피오라를 만났습니다. 서포터 'mithy' 알폰소 로드리게즈의 알리스타, 폴 보이어의 케넨과 장경환을 공격하면서 킬을 만들어냈죠. 상단의 수문장이 사라지자 1차 포탑은 손쉽게 무너졌습니다.

[핀포인트] 음지에서 맹활약한 SKT '황제훈'

장경환이 연속해서 잡히는 장면(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장경환이 연속해서 잡히는 장면(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여기에서 오리겐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SK텔레콤의 상단 2차 포탑까지 깨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단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풀에 매복한 오리겐 선수들은 장경환의 피오라가 다시 나타나자 협공을 통해 제압했습니다. 장경환은 3분만에 두 번 잡혔고 상단 외곽의 2차 포탑까지 무너졌죠.

SK텔레콤은 이번 롤드컵에서 한 번도 외곽 2차 포탑을 내준 적이 없습니다. 초반부터 강력하게 상대를 몰아쳤고 압박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오리겐전에서 처음으로 2차 포탑을 내줬고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2분에 오리겐은 기습적으로 내셔 남작을 사냥했습니다. SK텔레콤 선수들이 근처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두드렸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바론 버프를 챙겼죠. 이는 중단과 하단의 2차 포탑이 모두 깨지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이지훈의 희생 덕에 만들어진 역전의 발판
SK텔레콤은 29분에 프나틱의 정글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습니다. '울프' 이재완의 쉔이 수풀에 숨어 있었고 와드를 매설하러 오던 'Amazimg' 마우리스 스투켄슈나이더의 이블린에게 도발을 걸었지요. 뒤에 있던 이지훈이 합류하면서 도망가던 이블린을 잡아냈습니다. 하지만 오리겐 선수들이 근처에 있었던 탓에 SK텔레콤은 교전에서 완패를 당했습니다. 도망가던 배성웅의 자르반 4세도 니엘스의 트리스타나에 의해 잡혔죠.

동료 4명이 잡혔지만 상단으로 이동해 태양 원반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이지훈의 아지르(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동료 4명이 잡혔지만 상단으로 이동해 태양 원반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이지훈의 아지르(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배성웅과 정반대로 달아났던 이지훈은 오리겐의 상단에 진을 쳤습니다. 태양 원반을 건설하면서 준포탑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서 시간을 벌었습니다. 오리겐이 3명의 선수를 동원해 이지훈을 잡으려고 애를 썼고 이지훈은 갖은 스킬을 다 쓰면서 버텼습니다.

비록 잡히지는 했지만 이지훈의 시간 끌기는 역전의 발판이 됐습니다. 중단 안쪽 포탑을 압박하던 오리겐의 알리스타를 장경환이 잡아내면서 몰아치기에 들어간 것이지요.

내셔 남작 근처에서 매복하면서 오리겐 선수들을 잡아낸 SK텔레콤(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내셔 남작 근처에서 매복하면서 오리겐 선수들을 잡아낸 SK텔레콤(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장경환의 피오라는 니엘스의 트리스타나를 추격하면서 내셔 남작으로부터 먼 곳으로 밀어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SK텔레콤은 3명이 내셔 남작을 공격하기 시작했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블린이 다가왔지만 SK텔레콤은 합작을 통해 잡아냈고 우측으로 조여 들어오던 빅토르와 알리스타는 이지훈의 아지르와 장경환의 피오라가 마크하면서 2킬을 냈습니다. 킬 스코어에서도 7대10으로 뒤처졌던 SK텔레콤이 11대10으로 재역전한 순간이었죠.

◆신기루에 이은 황제의 진영
라인 정리를 마친 SK텔레콤은 33분에 내셔 남작을 챙겼습니다. 바론 버프를 달고 있었던 SK텔레콤은 1-4 스플릿 푸시를 시도하지요. 장경환의 피오라가 상단을 맡았고 이지훈을 중심으로 한 4명은 중단과 하단을 강하게 압박했죠.

40분에 내셔 남작이 재생되자 공격하기 시작한 SK텔레콤은 뒤쪽으로 들어오던 이블린을 간파하고 역공을 펼쳤습니다. 배성웅의 자르반 4세가 적진에 뛰어들어 공중에 띄우자 이지훈의 아지르가 모래 병사로 이블린을 잡아냈습니다.

신기루로 날아간 뒤 황제의 진영을 통해 트리스타나의 접근을 막은 이지훈(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신기루로 날아간 뒤 황제의 진영을 통해 트리스타나의 접근을 막은 이지훈(사진=네이버 스포츠 동영상 캡처).

모래 병사를 소환하면서 뒤쪽에 빠져 있던 이지훈은 신기루를 쓰면서 빅토르 쪽으로 날아갔죠. 빅토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제스퍼의 트리스타나가 멀리서 공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죠. 이지훈은 황제의 진영을 쓰면서 밖으로 밀어버렸습니다.

중앙 교전에서 수적으로 열세에 놓였지만 배성웅만 잡혔던 SK텔레콤은 장경환의 피오라가 하단 억제기를 파괴했고 내셔 남작까지 챙기면서 전세를 완벽히 뒤집었습니다.

그 전투로 사실상 경기는 끝났습니다. 바론 버프를 두른 SK텔레콤은 드래곤까지 챙겼고 중앙으로 밀어붙였죠. 오리겐에서 대치전을 치를 수 있는 유일한 챔피언인 트리스타나가 이지훈의 아지르의 모래 병사에 의해 체력이 빠지면서 중앙에 고속도로가 뚫렸고 SK텔레콤은 쌍둥이 포탑과 넥서스를 파괴하며 승리했습니다.

◆숨은 MVP
이지훈은 오리겐과의 1세트에서 도드라진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5킬 1데스 5어시스트를 달성했지만 멀티킬은 없었고 하이라이트 영상급 플레이도 없었습니다.

이지훈이 잡힌 순간 이후 SK텔레콤이 벌어진 골드 차이를 좁히기 시작합니다(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이지훈이 잡힌 순간 이후 SK텔레콤이 벌어진 골드 차이를 좁히기 시작합니다(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하지만 이지훈은 무너질 뻔했던 SK텔레콤의 버팀목이었습니다. 29분에 오리겐 진영에서 펼쳐진 5대5 싸움에서 이지훈이 시간을 끌지 않았다면 SK텔레콤은 전열을 다듬을 시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지훈을 잡기 위해 3명이 달려들었기에 장경환이 하단에서 알리스타를 제압할 수 있었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이지훈이 2분 가량을 벌어준 시점부터 SK텔레콤은 5,000 가까이 벌어졌던 골드 획득량 차이를 좁히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추격의 발판이었던 거죠.

또 40분에 내셔 남작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오리겐의 트리스타나가 날뛰도록 내버려 뒀다면 어땠을까요. 이지훈이 신기루로 날아가 황제의 진영으로 밀어낸 덕에 SK텔레콤은 큰 이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지훈이 오리겐 선수들에게 입힌 피해량(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이지훈이 오리겐 선수들에게 입힌 피해량(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이지훈의 활약은 기록에도 드러납니다. 지난 '핀포인트'에서 DTC(Total Damage to Champions)라는 지표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상대 챔피언에게 가한 피해량을 뜻합니다. 3만 700을 기록한 이지훈은 SK텔레콤 선수들 중에서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돋보이지는 않지만 묵묵히 오리겐 선수들을 때리면서 체력을 빼놓은 이지훈의 활약 덕에 SK텔레콤은 1세트를 뒤집으면서 롤드컵 결승전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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