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싶다. 그룹 위너(강승윤, 이승훈, 송민호, 남태현, 김진우)가 무대 위에서 활짝 웃었다. 데뷔 3년차인 이들이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 다섯 멤버는 그간 감춰왔던 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체조경기장을 접수했다.

위너는 12~13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 '위너 엑시트 투어 서울'(WINNER EXIT TOUR SEOUL)'을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1년 5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뚫고 새 앨범 '엑시트:이(EXIT:E)'로 돌아온 위너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철저히 연습에 매진했다. 편곡 및 무대 구성에 직접 참여하는 등 풍성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힘썼다.

둘째 날 공연에서 위너가 흘린 땀과 노력을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었다. 2시간 30분 동안 20곡이 넘는 무대. 위너는 완전체, 유닛, 솔로를 번갈아가는 팔색조 매력으로 팬들을 홀렸다.

무대 연출도 돋보였다. 곡 분위기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조인트 무빙 스테이지'가 보는 재미를 더했고, 대형 LED에는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생하게 담겼다. 화려한 조명과 쉴 새 없이 터진 폭죽은 공연장의 열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 이런 모습 처음이지? 위너의 모든 것

포문은 '고 업(GO UP'과 '척'으로 밝고 경쾌하게 열었다. "팬 이벤트를 했던 곳에서 이름을 내건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되어 행복하다"고 인사한 위너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곧바로 데뷔 타이틀곡 '공허해' 전주가 울려 퍼지자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고, 위너는 다음곡으로 새 앨범 타이틀곡 '센치해'를 부르며 작정하고 분위기를 달궜다.

위너는 감성적인 분위기의 '이 밤'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는 유닛, 솔로 무대로 그간 쌓아온 내공을 본격적으로 내뿜었다.

첫 주자는 송민호와 이승훈이었다. 이들이 택한 곡은 '오키도키'(송민호&지코)와 '굿보이'(지드래곤&태양). 남다른 케미를 자랑한 두 사람은 재기발랄한 무대로 시선을 압도했다.

뒤이어 등장한 강승윤은 자신의 솔로곡 '와일드 앤 영(WILD AND YOUNG)'으로 남성미를 과시했고, 김진우는 스탠드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부르며 무대 이곳저곳을 누볐다.

흥이 오른 팬들은 어느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자 위너는 형형색색의 아프로 헤어스타일 가발을 쓰고 등장, 싸이의 '나팔바지' 커버 무대를 선보여 모두를 폭소케 했다.

소속사 식구인 이하이도 고군분투 중인 위너에게 힘을 보탰다. 최근 새 앨범을 들고 3년 만에 컴백한 그는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한숨', '월드 투어'를 열창하고 떠났다.

잠시 암전됐던 조명이 다시 켜졌다. 완전체 위너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다시 솔로 무대가 이어졌다. 송민호는 '쇼미더머니4'에서 선보여 인기를 끈 '겁'을, 남태현은 이번 앨범에 실린 자작곡 '좋더라'를 불렀다. 두 사람은 이어 듀엣곡 '사랑가시'로 합을 맞췄다.

공연이 막바지로 흐를 즈음 깜짝 패러디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위너 멤버들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인물들로 변신해 연기를 선보인 것. 남태현은 여주인공을 덕선 역을 맡아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웃음을 자아냈고, 송민호, 이승훈 등은 1인 다역을 맡아 숨겨진 재능을 뽐냈다.

웃음만을 주기 위한 영상은 아니었다. 위너 보컬 3인방인 강승윤, 김진우, 남태현은 영상이 끝나자마자 8090 메들리(소녀+내사랑 내곁에+걱정말아요 그대) 무대를 선보여 감성을 이어갔다. 이어 송민호, 이승훈까지 합류, 애잔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데뷔 앨범 수록곡 '컬러링'을 함께 불렀다.

◇ 무대 갈증 해소…위너, 다시 날다

위너는 팬들의 깜짝 이벤트가 빛난던 '베이비 베이비(BABY BABY)', '사랑하지마' 무대를 마친 뒤 감사 인사를 전했다. 멤버들의 눈시울은 촉촉하게 젖었다.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김진우는 "그동안 팬 여러분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 그 외로움이 채워졌다"고 기뻐했고, 남태현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음악과 무대를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한 송민호는 "공연 준비하면서 힘들었는데, 다시 기를 받는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자주 놀자"며 웃었다.

이승훈은 사뭇 진지했다. 그는 "새 앨범을 내고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공백기 때 무엇을 하셨나요'였다"며 "그동안 곡 작업, 개인 활동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언제 컴백할지 몰라 위축이 됐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 사람들의 위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서 곡 작업하고 견뎠다"며 "지금 이 순간과 팬 여러분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죽을 때까지 함께하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강승윤은 "어릴 적부터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연습하면서 힘들었지만, 내 노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버텼다"며 "지금 그 꿈이 이뤄졌다. 이제부터는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나가는 게 목표다. 앞으로도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위너는 미완성 된 신곡 'LA LA'를 최초 공개해 분위기를 다시 끌어 올린 뒤 '철없어'와 '스마일 어게인(Smile Again)' 무대를 꾸몄으며. 팬들의 "앵콜" 요청에 화답, '끼부리지마', '센치해', '저스트 어나더 보이(Just Another Boy)' 등을 부르며 첫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한편 올해 '엑시트 무브먼트' 프로젝트로 왕성한 활동을 예고한 위너는 3월 26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 4월 2일과 23일 대구 엑스코와 부산 KBS홀을 찾아 투어의 열기를 이어간다.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ssik@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