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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깃발라시코'가 주는 교훈

염태영 수원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자신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축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사진=염태영 수원시장 트위터 발췌).
염태영 수원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자신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축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사진=염태영 수원시장 트위터 발췌).
지난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 정치인 두 명이 나란히 입장했다. 홈구장인 수원의 염태영 시장과 어웨이팀인 성남FC의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각 팀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두 명의 시장은 '깃발라시코'라는 신조어와 함께 라이벌 관계를 만든 주인공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를 통해 "K리그 클래식에 올라온 수원FC와 대결하는데 이긴 지방자치단체의 깃발을 진 시청에 걸자"고 제안했고 염태영 수원시장이 기분 좋게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지자체 대표이자 각 팀의 구단주이기도 한 이재명, 염태영 시장의 트위터에서 시작한 깃발라시코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날 경기엔 공식 집계상 12,825명의 관중이 몰렸고 작년 8월 30일 고양 HiFC와 경기에서 기록한 수원FC의 홈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인 5,688명을 2배 이상 넘겼다. 승부가 1대1로 마무리되자 두 시장은 "두 번째 대결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팬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주셔도 좋을 것 같다"면서 2차 깃발라시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다.

이재명, 염태영 두 시장의 '알콩달콩한'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부럽기 그지 없었다. e스포츠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스포츠계에는 한 때 여러 더비가 있었다. 아직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SK텔레콤과 kt의 이동통신사 더비는 유명하다. e스포츠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프로게임단을 만들어 운영한 kt를 보며 SK텔레콤이 T1이라는 프로게임단을 만들었고 10년 넘도록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들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프로게임단 차원에서도 수준 높은 선수들을 육성, 영입하면서 팀을 강화하고 있기에 진정한 라이벌 구도로 입지를 다졌다.

스타크래프트에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온게임넷(현 OGN)과 MBC게임의 방송사 더비도 인기를 끌었고 삼성과 팬택의 휴대폰 더비도 존재했다. CJ와 웅진은 식료품 사업 부문이 겹치면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핵심 종목이 바뀐 이후에는 나진e엠파이어와 CJ 엔투스의 롤 클라시코가 새로운 더비 매치로 떠올랐다. 한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공식 서비스되기 전부터 팀을 꾸렸던 EDG가 나진에게 인수되고 MiG는 아주부를 거쳐 CJ 엔투스가 되기까지 4년 가까이 인기를 끌었다.

2016년 현재 e스포츠의 더비 매치는 대부분 사라졌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부침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경쟁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나진이 콩두 컴퍼니에게 네이밍 후원을 맡기면서 본래 갖고 있던 롤 클라시코의 이미지는 희석됐다.

K리그에 팬들이 찾아오지 않고 인기 선수들이 외국 리그로 빠져 나가면서 위기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재명, 염태영 시장과 같은 사람들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가면서 흥행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처음 K리그 클래식에 올라온 수원FC는 깃발라시코를 통해 홈 팬들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성남FC 또한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e스포츠 시장도 이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 확실하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부터 변화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매번 대결할 때마다 이동통신사 더비라고 기사가 나오지만 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어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나마 결승전 정도돼야 팬들에게 응원 도구를 나눠주는 정도다.

라이벌 구도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오게 하고 TV 앞으로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 가치가 떨어지기에 라이벌 구도는 없던 팬들도 단결하게 만드는 요소다. 비단 SK텔레콤과 kt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단들도 어떻게 하면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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