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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페이커' 이상혁의 새 별명 스킬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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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은 아니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습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지만 상황에 딱 들어맞는 명품 연기를 펼치는 사람들을 일컬어 '신 스틸러'라고 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챔피언마다 갖고 있는 독창적인 스킬을 활용합니다. QWER이라는 키를 통해 적용되는 스킬들을 적재적소에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상대 팀의 스킬들을 모두 쓰게 강제하면서 자신은 살아남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스킬 스틸러입니다.

이상혁의 개인기가 특출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2013년 혜성같이 나타나 결승전에서 kt 롤스터 불리츠의 '류' 유상욱의 제드를 상댈 포탑에 맞으면서도 솔로킬을 따내고 유유히 빠져 나오는 장면이나 리븐으로 치고 들어가는 도중에 카시오페아의 궁극기인 석화의 응시를 쓰는 타이밍에 옆으로 이동하면서 회피하는 장면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의 하이라이트로 소개되면서 전세계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죠.

이상혁은 지난 26일 열린 롯데 꼬깔콘 롤챔스 스프링 2016 2라운드 4주차 CJ 엔투스와의 2세트에서도 엄청난 피지컬 능력을 선보이면서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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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와의 2세트에서 이상혁이 고른 피즈.

◆롤챔스서 처음 고른 피즈
CJ가 니달리, 갱플랭크, 아지르를 금지하면서 SK텔레콤은 뽀삐와 칼리스타 그레이브즈를 밴했습니다. CJ 입장에서는 이상혁이 아지르를 가져갔을 때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1세트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금지했다고 보입니다. 곽보성도 아지르를 잘 다뤘기에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될 경우 다른 챔피언들을 챙기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CJ의 선택은 노틸러스와 그라가스, 바루스, 코르키, 바드를 택했습니다. 군중 제어기(이하 CC기)를 갖고 있는 노틸러스와 그라가스 바드를 가져갔고 먼 거리에서 툭툭 때리면서도 폭발적인 화력을 선보이는 바루스와 코르키를 조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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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선수들의 밴픽을 모두 확인하고 마지막에 피즈를 고르 이상혁.

SK텔레콤도 무난하게 조합하는 듯했습니다. 트런들과 킨드레드를 선택한 뒤 마오카이와 시비르를 가져가면서 롤챔스에서 흔히 보는 조합을 보여줄 것처럼 보였죠. 이상혁이 이번 시즌 가장 많이 썼던 룰루를 고르면서 속도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혁의 선택은 피즈였죠.

이상혁은 피즈를 롤챔스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2013년 SK텔레콤 T1 K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조별 풀리그에서 한 번 쓴 것이 전부였는데요. 2016년 스프링 시즌에서도 피즈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고인의 대열에 합류하는 듯했습니다.

◆밀리지 않는 라인전
이상혁은 왜 피즈를 골랐을까요. CJ 선수들이 CC기를 시용하면서 이상혁을 노릴 때 피즈의 장난치기/재간둥이를 통해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피즈의 E 스킬인 장난치기/재간둥이는 공격도 가능하지만 회피 용도로도 자주 쓰입니다. E 스킬을 쓰면 피즈가 삼지창 위에 올라서고 가만히 있으면 땅을 강하게 내리쳐 주변 적들에게 마법 피해를 입히고 적의 이동 속도를 감소시킵니다. 만약 삼지창 위에 있을 때 스킬을 다시 쓰면 커서가 있는 쪽으로 뛰어 오르면서 땅을 내리치는 대신 작은 지역에 마법 피해만 입힙니다. 공격용으로도, 회피용으로도 다 쓰일 수 있는 스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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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구의 킨드레드가 합류하고 이상혁이 점멸을 쓰면서 진입하자 곽보성의 바루스도 점멸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선택으로 인해 이상혁은 라인전에서 곽보성을 앞서기 시작했다.

곽보성이 바루스를 가져가면서 이상혁은 초반에는 미니언을 사냥하는데 애를 먹습니다. 피즈가 근접 공격 챔피언이기 때문에 원거리 공격 챔피언인 바루스를 상대로는 미니언을 잡기가 쉽지 않았죠. 김동준 해설 위원도 "6레벨이 되기 전까지 15개 정도 차이가 나면 준수하게 라인전을 치른 것"이라고 예상할 만큼 피즈는 바루스에게 라인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혁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4분에 '블랭크' 강선구의 킨드레드가 중앙으로 합류하면서 곽보성의 점멸을 뺐고 그 덕분에 편안하게 미니언을 사냥했습니다. 정확하게 6분부터는 이상혁의 CS가 곽보성을 능가했고 순탄하게 성장했죠. 6레벨까지 올라가면서 피즈는 바루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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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수풀 쪽으로 이동하면서 미니언을 모으기 시작한 이상혁.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으면 안되는 장면이 있죠. 이상혁은 미니언을 몰고 다니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라면 미니언으로 라인을 조금씩 밀고 당기는 달인들인데요. 이상혁은 곽보성이 본진에 귀환해서 올라오는 타이밍에 중앙 수풀 쪽으로 이동합니다. 미니언이 챔피언을 때리기 위해 살짝 우회하는 것을 활용해 라인을 자기 쪽으로 조금 더 당기지요. 이 때문에 곽보성은 두 타이밍 정도 미니언을 놓칩니다. 그러면서 CS 격차가 확 벌어졌죠.

◆회피의 달인
이상혁의 진가는 6레벨 이후부터 나타났습니다. 모든 스킬을 쓸 수 있는 시점이 되자 이상혁은 마음 편하게 플레이하기 시작했는데요. 10분에 중앙 수풀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에 CJ '버블링' 박준형의 그라가스에게 공격할 수 있는 거리를 허용합니다. 6레벨이었던 박준형은 이때 다 싶어 술통 폭발을 시도했습니다. 이상혁이 움직이는 경로를 예상하고 던졌던 박준형은 술통이 터지면서 피즈를 튕겨서 아군 쪽으로 끌어 당기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상혁은 오히려 그라가스 쪽으로 움직이면서 회피했죠. 박준형이 2차로 술통을 던지지만 그것마저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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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의 술통 폭발과 술통 던지기를 연달아 피한 이상혁의 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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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회피는 곧바로 킬로 이어졌다.

그라가스 스킬을 두 번 피한 효과는 킬로 이어졌습니다. 이상혁을 잡기 위해 모여든 CJ 선수들 3명은 싸움을 걸어야 했고 이상혁 근처에 있던 강선구와 이재완이 적극적으로 응대하면서 박준형의 그라가스를 잡아냈죠.

12분에 벌어진 전투에서는 이상혁의 후방 진입이 빛났습니다. 강선구의 킨드레드와 이재완의 트런들만이 중앙 포탑을 지키고 있자 기회라고 생각한 CJ 선수들 5명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강선구가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양의 안식처를 쓰면서 살아 남자 이상혁은 뒤로 진입했죠. 배준식의 시비르가 쓴 사냥개시를 통해 이동 속도가 높아진 것을 활용한 이상혁은 곽보성의 바루스에게 궁극기인 미끼 뿌리기를 시전해서 잡아냈고 이는 4킬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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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탑 2개와 CJ 선수들 3명에 의해 포위됐음에도 CC기를 모두 피한 이상혁. 바드의 궁극기를 피하지는 못했지만 상대 스킬을 모두 쓰게 만들었다.

이상혁의 회피 스킬이 발휘된 장면은 또 있었죠. 24분에 중앙 2차 포탑 앞에 있던 이상혁은 배준식의 시비르가 쓴 사냥개시를 통해 치고 들어갔습니다. 타깃은 곽보성의 바루스였죠. 미끼 뿌리기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성게 찌르기로 공격하기 시작한 이상혁은 배준식에게 킬을 선사했죠. CJ 선수들 4명이 모여들면서 이상혁은 2개의 포탑 사이에 낀 신세가 됐습니다. 쉽게 잡힐 것 같았지만 이상혁은 상대의 스킬들을 하나씩 피하기 시작합니다.

'운타라' 박의진이 쓴 노틸러스의 폭뢰는 존야의 모래시계로 흡수했습니다. 무적 상태가 풀리면서 2차 공격을 받을 위기에 빠졌지만 장난치기/재간둥이로 노틸러스의 닻줄 견인도 피했죠.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바드가 쓴 운명의 소용돌이의 끝자락에 걸리면서 이상혁이 잡히긴 했지만 상대의 시선을 끈 덕분에 좋은 자리를 잡을 여유를 벌었고 교전에서 대승을 이끌어냅니다.

사람들은 이상혁을 '세체미'라고 부릅니다.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라는 뜻인데요. 한편으로는 세계 최고의 미끼라고도 합니다. 이상혁만 잡으면 된다는 상대 팀의 심리를 역으로 활용해 자신이 미끼가 되어 아군에게 이로운 상황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피즈야말로 이상혁이 상대 팀의 스킬을 모두 쓰도록 만들면서 제대로 미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챔피언이 아닐까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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