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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프로즌'이 만든 페네르바체의 기적

페네르바체의 미드 라이너 '프로즌' 김태일(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페네르바체의 미드 라이너 '프로즌' 김태일(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기자는 지난 4월과 8월 '프로즌' 김태일을 만나 두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상당히 친해졌다. 김태일이 터키 서머 리그를 우승하면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뒤에 인터뷰했을 때에는 도와줄 일이 있으면 연락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당시 김태일은 "9월7일에 터키에서 선수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전지 훈련을 한 뒤 중국으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우리 팀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도 기사로 써주면 좋겠다"라고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페네르바체 선수들의 입국을 기다리고 있었던 기자는 김태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롤드컵 시작을 1주일 정도 남긴 시점에 전화한 김태일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나 한국 e스포츠 협회 관계자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정글러 '무브' 강민수가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나서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강민수는 중국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김태일을 통해 강민수이 비자를 받지 못한 소식을 접한 라이엇게임즈는 대사관에 연락해 비자 발급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초청장을 재발급받고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1개월 넘게 소요된다는 답을 들었다. 로스터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지한 라이엇게임즈는 페네르바체에게 강민수를 대신할 선수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전했고 '크래시' 이동우로 교체됐다.

이동우는 롱주 게이밍에서 1년 넘도록 김태일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이었다. 김태일을 제외한 4명의 선수들이 터키 국적이었고 같이 손발을 맞춘 기간도 1주일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동우가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서본 경험도 없기에 페네르바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25일과 26일 롤드컵 2017 플레이-인 스테이지 D조 경기가 열렸을 때 가장 시선이 끈 부분도 이동우가 어느 정도 활약해주느냐였다. 홍콩 애티튜드와의 첫 경기에서 이동우는 김태일을 보호하는 동선을 구성하면서 장기전을 유도했고 내셔 남작을 스틸하면서 페네르바체가 팽팽하던 양상을 뒤집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약체인 램페이지와의 경기에서는 안정감을 보여주면서 동료들의 성장을 도왔다.

이동우가 합류한 첫 날을 수월하게 풀어간 페네르바체는 이튿날 홍콩 애티튜드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순위 결정전에서 되갚으면서 D조 1위 자격으로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에 안착했다. 순위 결정전에서 니달리를 선택한 이동우는 김태일의 에코가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고 불리하던 상황을 뒤집으면서 D조 1위를 지켜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2라운드에서 원 e스포츠와 상대한 페네르바체는 이동우와 김태일의 호흡을 통해 3대1로 승리했다. 다른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줬고 그 바탕에는 정글러와 미드 라이너에게 주어진 책무를 제대로 해낸 이동우와 김태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페네르바체는 16강에 선착해 있던 동남아시아 지역 대표 기가바이트 마린즈를 제외하고는 메이저 지역이 아닌 곳에서 1라운드를 통과한 팀은 페네르바체가 유일하다.

페네르바체가 롤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동우라는 대체 자원을 발 빠르게 확보했기 때문이다. 8월에 했던 인터뷰에서 김태일은 "터키 서머 리그를 우승한 원동력은 강민수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강민수의 역할이 컸기에 비자 발급이 되지 않은 것은 팀 전체에 악영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일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과거 롱주 동료 이동우를 접촉하면서 대안을 만들었고 16강 진출을 위한 발판까지 완성시켰다.

김태일이 왜 페네르바체의 심장이라고 불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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