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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전문 대리기사' 강하게 처벌해야

'사도' 김수민에 대한 징계 공지.(사진=오버워치 리그 공식 홈페이지 발췌)
'사도' 김수민에 대한 징계 공지.(사진=오버워치 리그 공식 홈페이지 발췌)
게임에 계급과 랭킹 시스템이 도입되고, 사람들의 경쟁 심리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어느 샌가부터 '대리 게임'이란 잘못된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타인의 계정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능력으로 내 캐릭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우리는 대리 게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일명 '대리 기사'라 부른다.

대리 게임은 핵 프로그램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핵은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려 부당한 승리를 취하는 것이고, 대리 게임은 인간의 힘을 빌려 부당한 승리를 취한다는 차이뿐이다.

이는 게임사가 마련한 MMR 시스템을 흔드는 일이며, 최근에는 랭킹 점수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거나 예선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일이 잦기 때문에 넓게 보면 승부조작의 범주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문제다.

대리 게임으로 인한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자 지난 6월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이른바 '대리 게임 처벌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대리 게임은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치명적인 과오를 남긴다.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금전거래가 아닌 가족 간 계정 공유만으로도 징계와 사회봉사 명령 등이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 필라델피아 퓨전 소속의 '사도' 김수민이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대리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30경기 출전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다른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선 블리자드가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필라델피아는 리그 시작도 전 국내 오버워치 팬들 사이에서 '필라대리피아'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공식 커뮤니티의 '오버워치 내 부정 행위에 대해'라는 글을 통해 "블리자드는 공정한 플레이를 강조하는 'Play nice, Play fair'를 회사의 핵심 가치로 여긴다"며 "이러한 원칙이 오버워치에서 의미하는 바는, 플레이어가 핵, 봇, 또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도록 해주는 외부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거나 부정 행위를 한 것이 확인될 경우, 해당 플레이어의 계정은 영구 정지된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김수민이 오버워치 리그 선수로 남을 수 있게 되면서 부정 행위를 하더라도 블리자드의 위 방침은 계정을 하나 더 구매하면 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김수민에 대한 징계 공지가 있기 전 블리자드는 2018년 오버워치 컨텐더스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프로가 되는 길'이라 소개했는데, 프로가 되는 길에 대한 의미 역시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돈을 받고 대리 게임을 했더라도 실력만 입증하면 벤치 신세가 되더라도 고액의 연봉을 받고 해외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김수민은 필라델피아 홈페이지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과거 실수로 젊은 누군가의 앞길이 막힌다고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반대로 김수민이 오버워치 리그에 입성함으로 인해 성실히 연습을 해오던 또 다른 누군가가 기회를 잃게 됐다. 돈이 급했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어야 한다. 정정당당한 도전을 택한 다른 게이머들은 현재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 스스로가 물러나야 마땅한 일이다.

오버워치 리그뿐만이 아니다. 오버워치 에이펙스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나 배틀그라운드로 종목을 전향한 이들 중에서도 일부는 대리 게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심증에 불과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오는 날엔 모든 것을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잘못을 안다면 프로씬에서 조용히 떠나는 것이 제대로 된 반성을 하는 길이다. 대리 게임은 외뢰도, 진행도 하지 말아야 한다.

종목사들 역시 도전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처벌 기준을 강화할 의무가 있다. 솜방망이 처벌은 재발 방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 역시 대리 게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프로게이머들의 대리 게임으로 인한 징계 소식은 더 이상 보지 않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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