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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의 영웅담]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샤이' 박상면의 이야기

[이윤지의 영웅담]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샤이' 박상면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윤지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소개해 드릴 영웅은 익히 알고 계신, 리그 오브 레전드의 1세대 프로 게이머 '샤이' 박상면입니다. 박상면은 지난해 12월 파란만장했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는데요. 무대 위에서 내려왔으나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영웅으로 남아 있을 박상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편집자 주>

영웅 설화에는 몇 가지 전개 요소가 있다. 남다른 출생과 비범한 능력, 고난과 시련, 조력자, 극복 등이다. 설화 속 영웅들은 이 장대한 이야기를 겪으며 성장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다.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영웅 한 명이 길고 긴 이야기를 끝냈다. 그는 1세대 프로 게이머로 초창기 LoL의 부흥을 이끌었고, 다년 간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명경기를 연출했다. 바로 '샤이' 박상면이다.

2012년 MiG 프로스트에서 데뷔한 박상면은 2017년 락스 타이거즈 소속으로 자신의 영웅담을 마무리지었다. 박상면은 쉔과 잭스라는 시그니처 챔피언을 남기며 '우직함'의 대명사로 떠올랐고, '디스 이즈 샤이'라는 전용 감탄사도 만들어냈다. 다시는 볼 수도, 부를 수도 없겠지만 그가 선사한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박상면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비범한 능력과 고난, 조력자, 업적에 대한 이야기.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박상면의 영웅담이다.

◆'게임'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아이
오락실을 들락거리던 초등학생 박상면은 또래 중에서 게임을 가장 잘 하는 아이였다. 더욱이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푹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갖게 됐다고. 부모님께 "열심히 연습해서 대회 나가고, 우승하면 프로게이머 될 수 있어"라고 말하던 모습은 꽤나 엉뚱해 보였겠지만, 그 시절이 박상면의 출발선이었다.

LoL과는 이후에 연이 닿았다. 온라인 게임을 함께 즐기던 길드 일원의 추천으로 LoL을 접했다는 박상면은 금방 재능을 발견했다. 박상면은 "당시엔 플레티넘이 제일 높은 티어였어요. 플레티넘의 기준이 1,800점인가 1,900점이었는데 제가 몇 판 안하고 커트라인에 도달했었죠. 그 때 '내가 나쁘지 않게 하는구나'란 느낌을 받았어요. '더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겠구나'하고요. 물론 자만하는 바람에 꽤나 정체했지만요"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랭킹이 높아질수록 프로에 대한 욕망도 커졌지만 결정이 쉽진 않았다. 고민하던 찰나, LoL 대회 결승전을 직관했다는 박상면은 무대 위에 오른 선수들에게 선망의 감정을 느꼈고, 그 무대를 자신의 목표로 삼았다.

고민과 달리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어느 날 '클라우드템플러'라는 익숙한 아이디의 친구 요청을 받았고, 테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합류한 MiG 프로스트. 박상면은 데뷔 초창기 국내 리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고, 아주부 프로스트에선 LoL 월드 챔피언십 2012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당시엔 정말로 이기고 싶어서 열심히 했고,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어요. 나름대로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와 악바리 의지가 있었는데 대회에선 제 실력이 안 나오니 '못 한다'는 얘기만 듣더라고요. 더 잘 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고, 그것이 롤드컵에서 터진 것 같아요. 비로소 인정 받았다는 생각과 '더 열심히 하자'는 발전적인 생각이 들었죠."
[이윤지의 영웅담]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샤이' 박상면의 이야기

◆안팎으로 박상면을 흔들었던 고난과 시련
삽시간에 인기와 명예를 얻은 박상면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인사만 하고 지나갔으면 좋으련만, 시련은 박상면을 지독히도 괴롭혔다. 박상면은 "2013년에는 안 쪽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2014년 이후에는 밖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2팀 체제로 운영될 때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당시에 같은 팀 톱 라이너 '플레임' 이호종이 워낙 잘 했으니까,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잖아요. 심지어 제가 라인전도 많이 졌고, 블레이즈와 프로스트가 연습 경기를 하면 프로스트가 지는 시절이 길었어요. '애들이 나랑 호종이를 비교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해도 막혔었죠. 호종이 들어오고 나서 1년 동안은 진짜 서로 이기려고 안달이었어요. 그러면서 잘 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에는 팀이 우승권에서 멀어지면서 '퇴물'이란 얘기, '이젠 안 된다'는 평가를 듣고 힘들었죠. 이전까지 쌓아 올린 우승 커리어나 성적을 무시하는 발언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슬프더라고요.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잘 해서 우승한 것인데 '꿀 빨았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제 노력이 무색해지는 것 같고. 많이 힘들었어요."

박상면은 이 때부터 은퇴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2014년에는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우발적으로 '아, 은퇴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터져 나왔고, 2016년부턴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아마 강현종 감독이 "이대로 은퇴하거나 해외 팀으로 가면 도망자가 되는 것이다. 안 좋은 이미지로 은퇴할 수는 없지 않냐. 은퇴할 때 하더라도 박수 칠 때 떠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박상면의 선수 생활은 2016년에 끝이 났을 것이다.
[이윤지의 영웅담]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샤이' 박상면의 이야기

박상면은 강현종 감독의 손을 잡고 락스 타이거즈에서 1년을 더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은퇴를 결정했다. 여전히 만류하는 손짓이 있었지만 박상면의 결심은 확고했다. 조용한 은퇴 또한 그의 생각이었다.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게임에 집중하면 실력을 유지하면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예전만큼 노력을 쏟고 열심히 한다고 지금 있는 프로게이머들한테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은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프로게이머한테는 어떻게 퇴장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잘 준비해서 멋지게 퇴장한 선수들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퇴장하든 상관 없었어요. 웬만하면 조용히, 홀연히 사라져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었죠. 그만큼 미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박상면의 곁을 지켜준 조력자
박상면은 뜨거운 열정이 식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렸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말이다. 참으로 다정했던 박상면의 프로 생활은 훌륭한 스승, 출중한 동료와 함께였다.

박상면은 CJ 엔투스 시절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동료로 '앰비션' 강찬용을 꼽았다. 이야기 공감대도 잘 형성되고, 죽도 잘 맞았다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동료는 예상 외로 '비디디' 곽보성이었다. 곽보성이 보여준 성장력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듯 하다.

"곽보성이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땐 제드, 야스오 같은 근접 챔피언 밖에 못 했어요. 피지컬이 좋아도 챔피언 폭이 한정돼 있으면 프로 진입 장벽을 뚫기가 어렵죠. 그래서 정말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활동하기 힘들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당한 챔피언 폭을 보유하고 있고, 놀랍게 성장했죠."

박상면은 이적 후 만난 락스 선수단에 대해서도 "바닥에서 올라온 선수들이라 그런지 끈끈함이 있다"며 "형이라고 잘 챙겨주고 재밌었다. 1년 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좋은 친구들이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역시 프로게이머 박상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코칭 스태프, 그 중에서도 강현종 감독일 것이다. MiG부터 락스까지, 박상면은 강현종 감독 밑에서 오랜 기간 지도 받았다.

"감독형은 저한테 은인이에요. 덕분에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고, 또 정신적으로도 많이 의지했어요. 산전수전 다 겪으신 분이라 생각이 깊으시더라고요. 많이 물어보고, 조언도 듣고. 그 조언에 힘입어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기도 했고요. 너무 감사하죠."

박상면은 과거 사제 지간을 맺었던 손대영 코치까지 언급하며 "코칭 스태프와 선수의 관계보다는 형과 동생의 관계라서 더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 박상면을 만들고, 인간 박상면을 지탱해 준 사람들이다.

◆LoL 역사에 오래 기억 될 박상면
"선수 때는 프로게이머를 한 것을 후회하곤 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후회는 없고,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프로게이머를 할 것 같아요. 지금 생각을 가지고 돌아간다는 전제 조건이 있으면?(웃음)"
[이윤지의 영웅담]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샤이' 박상면의 이야기

박상면은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시간도, 은퇴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의 최전성기에서 누구보다 노력했기에 미련없이 한껏 후련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약간의 욕심을 부리자면 기록에, 그리고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역사 기록들을 보면 1592년에 임진왜란 발발,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등 한 줄로 요약되잖아요. LoL 역사서에도 딱 써 있는 거예요. 한 줄 씩 '샤이가 데뷔했다, 우승했다' 이런 식으로요. LoL 역사에 기록되고,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 때는 이 선수가 전성기였구나 하고."

정말로 LoL 역사서가 있다면 박상면은 반드시 일부를 장식할 것이다. LoL 초창기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누구보다 우직했고, 묵묵히 제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라고 말이다. 후회와 미련없이 떠나는 이 순간까지, 가장 아름다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박상면과의 인터뷰가 끝났다. 여느 때처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고, 박상면은 여느 때처럼 다정하고 장난스러운 인사를 전했다.

"팬미팅에 오시는 제 고정 팬분들이 계세요. 홀연히 사라져서 죄송한데 개인 방송이 있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강현종 감독님! 롤드컵 가면 결혼하신다던데 그 핑계로 안 하시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냥 하셨으면 좋겠어요. 결혼도 하고, 롤드컵도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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