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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배틀그라운드의 명가를 꿈꾼다…OGN 엔투스 권수현 감독

[피플] 배틀그라운드의 명가를 꿈꾼다…OGN 엔투스 권수현 감독
비교적 역사가 짧은 e스포츠에서 '원클럽맨'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e스포츠 원클럽맨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OGN 엔투스를 이끌고 있는 권수현 감독이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e스포츠 업계에 발을 들인 권수현 감독은 19살이던 지난 2006년 드래프트를 통해 당시 CJ 엔투스에 입단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2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하다 최근 새롭게 창단된 배틀그라운드 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군 복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군 에이스 유니폼을 입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엔투스에서만 10년째 활동하는 셈이다.

공군에서 제대한 후 2013년에 엔투스의 코치가 된 권수현 감독은 2015년 11월에 감독으로 승격했다. 2년 5개월 만에 코치에서 감독이 됐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1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고.

"전에 계시던 박용운 감독님이 1년 전부터 얘기를 하셨어요. 본인이 팀을 나가면 누군가가 감독을 맡아야 하는데 '그게 네가 되려면 지금처럼 해선 안 된다, 너만의 경쟁력을 갖춰라'라고 하셨죠. 그래서 그 때부터 나름대로 1년 동안은 제가 코치가 아닌 감독이라 생각하고 팀을 운영했죠."

권 감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 일은 선배 감독들에게 배우는 것이었다. 직접 무언가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경험을 추구했다. 유명한 스포츠 감독들의 자서전과 인터뷰는 물론 관련된 책이나 영상들을 찾아보며 감독이 되기 위한 혼자만의 수업을 진행했다. 종목은 달라도 지도자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감독직을 맡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권 감독은 말하고 있다.

[피플] 배틀그라운드의 명가를 꿈꾼다…OGN 엔투스 권수현 감독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 오른 감독 자리였지만 위기는 금방 찾아왔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폐지된 것이다. 감독이 된 후 겨우 한 시즌을 치렀을 뿐이었다.

"당시 분위기상 스타2 팀이 해체될 걸 미리 알고 있었어요. 다른 일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그 때 회사에서 새로운 종목으로 팀을 창단할 예정인데 저만 괜찮다면 기다리면서 일을 도와달라고 했었어요. 처음엔 기다릴만했는데, 나중엔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죠. 결국 팀은 창단되지 않았어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남는 게 이건가 하는 자괴감이 많이 들었던 시기였었죠."

당시 권 감독은 새로운 종목으로의 도전을 위해 또 다시 자신만의 공부에 매진했다. 신규 종목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의 성격과 성향, 실력들을 정리했고, 지도자로서도 감을 잃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체득하고자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연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권 감독과 회사가 준비했던 종목은 결국 창단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e스포츠 감독으로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이 시작되려던 시기에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엔투스는 발 빠르게 배틀그라운드 팀 창단을 준비했고, 권 감독에게는 홀로 버텨온 시간들이 나름대로 도움이 됐다. 결코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

[피플] 배틀그라운드의 명가를 꿈꾼다…OGN 엔투스 권수현 감독

권 감독 스스로가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급하게 시작했지만 준비된 지도자였기에 자연스레 선수들을 이끌 수 있었다. 엔투스의 두 배틀그라운드 팀 에이스와 포스는 APL과 PSS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팬들 사이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변수가 많은 배틀그라운드는 그 어떤 종목보다 정상에 서기 힘들지만 엔투스 에이스는 최근 PSS 베타에서 우승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이 팀에 처음 왔을 때 제일 심어주고 싶었던 것은 1등 마인드였어요. 배틀그라운드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 때문에 운이 작용해 1등을 하면 좋아하지 말라고 했죠. 대신 운이 나쁜데도 1등을 하면 박수쳐주겠다고 했어요. 선수들이 다 공감해서 그런지 운 좋게 1등을 하면 크게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프로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뭔가를 씌워주기가 쉬워요."

그래서였을까. 엔투스 에이스 선수들은 PSS 베타에서 종합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운이 좋아서 우승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 엔투스는 강팀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면 배틀그라운드라는 종목 안에서 권수현 감독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권 감독에게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명문팀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엔투스 에이스는 오는 3월 초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스타래더 스타시리즈 아이리그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에 출전이 결정됐다. 한국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 명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엔투스를 배틀그라운드의 명가로 이끌고 있는 권수현 감독. 그의 포부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팀에서 제게 굉장히 잘 해주고 항상 믿어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스타래더 대회는 1인칭 모드로 진행해 쉽지는 않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분석하고 준비해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오겠습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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