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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의 영웅담] '레이스' 권지민의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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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시인의 '낙화'는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별의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선 빛이 난다. 이별 뒤에 찾아올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듯 말이다.

진에어 그린윙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서포터로 활동했던 '레이스' 권지민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8 스프링에서 보여준 활약이 준수했기에, 이대로 보내기가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막을 재간이 없었다. 권지민은 또렷하고 확고하게 자신의 은퇴를 결정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프로게이머 생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군더더기없는 손짓으로 정리한 권지민. 더없이 아름다웠던 그의 이별 인사를 들어봤다.

◆은퇴, 그 무거운 결심에 대해
"한계를 느꼈어요. 실력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고, 열정도 예전 같지 않았고요. 수준급으로 잘 하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난 이 정도까지 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권지민은 어떤 누구도 느끼지 못했던 스스로의 한계를 천천히 들여다 봤다. 열정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자신감은 또 얼마나 되는지. 활동 초창기부터 해 왔다는 이 고민은 2018년에 들어 다른 결심으로 이어졌다. 은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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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은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후부터 계속 들었어요.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 것인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죠. 이전에는 밑에서부터 계속 올라가고 발전하는 모습에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은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권지민은 사실 자신의 성격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합숙 생활부터 팬들과의 소통까지 어려운 일 투성이었다고. 하지만 권지민은 곧잘 해냈다. 그의 은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안긴 또다른 이유다.

"주위에서 많이 말렸어요. 그래도 제 생각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제가 은퇴를 결심한 순간 정해진 것이죠."

◆단 한 줌의 후회에 대해
권지민은 전성기에 대해 묻자 '아이스베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을 때와 삼성 갤럭시(현 젠지 e스포츠) 소속으로 활동했던 2015-2016년을 떠올렸다. '누구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던 시기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출전했을 때다. 스플라이스 전에 출전했던 권지민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승리하니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 짜릿함이야말로 프로게이머 만의 특권이니까.

하향세도 있었다. 삼성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백업으로 밀려난 권지민은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해 진에어 그린윙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한 시즌을 더 보냈다.

완곡한 곡선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사다난한 5년이었다. 동시에 "괜찮은 5년"이기도 했다. 권지민은 "최선의 은퇴라 하긴 어렵다" 말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다.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자잘한 후회는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했어요. 괜찮아요. '다시 돌아간대도 내가 엄청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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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라는 프로게이머에 대해
"나쁘지 않았어요. 만족하는 편이에요. 많은 팬분들이 좋아해주기도 하셨고요.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아요."

나쁘지 않았던 5년 여 간의 이야기는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프로게이머를 안 했으면 팬들에게 이만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외향적인 방향으로 끌어 준 일이기도 했다. 권지민은 좋은 프로게이머였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됐다.

권지민은 당분간 푹 쉴 생각이다. 이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멋쩍게 웃어 보이기도. 그저 편하고 행복한 시간을 한껏 누리고 있다.

"당분간은 쉴 생각이에요. 방 바닥에 대(大) 자로 누워서 시계 소리 째깍째깍 들으며 편하게 보내고 있어요. '이게 평화지' 하면서요. 특별한 것은 없어도 나름대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예요. 조금 쉬다가 '뭐하지?'라는 고민을 하고. 제가 충전은 긴데 방전은 빠르거든요(웃음). 충전을 계속 해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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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에 다다랐고, 권지민에게 '이별 인사'를 부탁했다. 자신을 사랑해줬던, 또 갑작스러운 소식에 한 가득 걱정했을 팬들에게 향하는 인사. '이별 인사일지언정 마지막은 아니길', 이런 생각이 든 인사였다.

"너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줘서 감사했어요. 갑작스럽게 은퇴해서 조금 죄송스러워요. 별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음, 마무리를 뭐라 할까요. 앞으로 팬분들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정리=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사진=신정원 기자 (sjw1765@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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