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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젠지가 보여준 게임단의 품격

[기자석] 젠지가 보여준 게임단의 품격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3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2019년부터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HGC)와 대학 e스포츠 리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HGC 글로벌 파이널까지 마친 뒤 불과 1개월 만에 나온 소식이 e스포츠 리그를 없애겠다고 한 것이어서 히어로즈 팬들은 깜짝 놀랐다.

놀란 사람은 팬뿐만은 아니었다. 히어로즈 팀을 운영하고 있던 게임단들도 뜻밖의 통보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2019 시즌을 통해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던 팀들도 있었다고 하니 블리자드의 통보는 일방적이었고 급작스러웠다. 뛸 운동장을 잃은 게임단들은 히어로즈 팀을 해체했고 그것으로 히어로즈 e스포츠는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였다.

21일 젠지 e스포츠는 깜짝 발표를 내놓았다. 히어로즈 팀에서 뛰던 선수들에게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젠지가 내놓은 후속 조치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칭 스태프, 젠지와의 계약 하에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 e스포츠와 관련된 사업을 할 수 있는 전문가 등 세 가지다. 선수들이 원한다면 다른 진로도 모색해주겠다고 여지를 뒀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소식은 팀을 해체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리그가 폐지됐어도 히어로즈 팀을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게임을 개발하고 리그를 주최하던 블리자드가 폐지로 가닥을 잡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게임단에게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리그 폐지 소식에도 젠지는 선수들에게 e스포츠 업계에 남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 후학을 지도하는 일은 e스포츠계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다. 선수 시절과 같은 종목이면 가장 좋겠지만 트렌드가 금세 변하는 e스포츠 업계에서는 그런 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젠지 LoL 팀의 최우범 감독은 스타크래프트 출신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이끌고 있고 심지어 이지훈 단장은 피파 선수 출신으로 스타크래프트 팀과 스페셜포스 팀,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이끈 바 있다.

e스포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만 업계의 현실을 잘 알면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게임단 업무를 배우면서 e스포츠의 발전을 함께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업계 전체가 풍성해질 수 있다.

스트리머는 히어로즈 종목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젠지는 리그를 뛰면서 지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집중도가 떨어진 선수들에게 스트리머 자리를 제안한 경우가 꽤 된다. 배틀 그라운드 종목 선수였던 '윤루트' 윤현우와 '미로' 공진혁을 중심으로 스트리머 팀을 별도로 꾸린 것이 그 사례다.

젠지가 내놓은 세 가지 제안을 히어로즈 선수들이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는 차치하고 젠지가 내놓은 제안은 그 자체로 e스포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게임사가 리그를 폐지했을 때 게임단들은 선수들에게 아쉽다는 이야기만 남기고 팀을 해체했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게임단에 남을 수 있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까지 공개적으로 내놓은 일은 거의 없었다.

e스포츠 업계는 선수들이 생명이 짧다는 것이 통설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긴 하지만 병역의 의무를 해야 하기에 길어야 10년 정도 선수로 뛸 수 있다. 군에 다녀온 뒤로는 e스포츠 선수 경력을 살리기 어렵기에 선수들은 10년 동안 온 힘을 쏟아 부은 뒤 군 입대를 끝으로 업계를 떠난다. 히어로즈 선수들의 계획도 그러했겠지만 블리자드가 리그를 폐지하면서 이 선수들의 생명은 더욱 짧아졌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선수 생명이 짧아진 선수들에게 젠지는 계속 업계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팀이 선수들의 우산이 되어주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것만으로 젠지의 행보는 다른 팀들에게 모범이 됐다. e스포츠를 전문적인 업으로 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젠지의 이번 행보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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