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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준 WCG 대표 "종목사와 상생하는 생태계 만들겠다"

이정준 WCG 대표 "종목사와 상생하는 생태계 만들겠다"
2013년 중국 쿤산에서 열린 대회를 끝으로 WCG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스포츠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게임을 활용한 국가 대항전 콘셉트로 무려 13년 동안 진행됐던 WCG는 e스포츠의 올림픽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했지만 더 이상 대회를 열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판단에 따라 강제 종료되면서 전세계 e스포츠 팬들은 아쉬워했다.

2017년 스마일게이트가 WCG의 상표권 등 제반 권리를 삼성전자로부터 가져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활의 가능성이 점쳐졌고 2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중국 시안에서 WCG가 다시 열렸다. 6년 만에 부활한 'e스포츠의 올림픽'은 13년 동안 진행해온 기존 대회 형식에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스포츠의 후보군을 타진해볼 수 있는 대회로 거듭났다.

새롭게 태어나는 WCG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어떤 메시지를 전세계 팬들에게 전달할지 고민해온 이정준 대표를 중국 시안에서 만났다.

Q WCG가 6년 만에 다시 대회를 개최했고 한창 진행중이다. 어떤 느낌이 드나.

A 감개 무량하다. 삼성전자로부터 WCG와 관련된 권리들을 인수한 뒤 2년 가량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고민과 토론을 많이 했다. 권혁빈 WCG 조직위원장과도 많은 이야기를 내눴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올해 대회가 탄생했다. WCG가 중단됐던 기간 동안이 길었기에 새로이 선보이는 WCG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불안함도 있었다. 18일 개막하고 나서 현장 반응을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Q 스마일게이트가 WCG와 관련된 권리를 삼성전자로부터 사왔을 때 어떤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다들 궁금해했다.

A 스마일게이트에게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CG는 상업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회는 아니다. 권혁빈 조직위원장이 추구하는 바도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회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고 갈등 해소를 통해서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WCG를 인수했다. 굳이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을 짚어 본다면 스마일게이트라는 기업의 이미지가 나아질 수 있고 게임을 넘어 e스포츠 영역까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Q 기존 WCG가 진행하던 e스포츠 국가 대항전에다 뉴호라이즌이라는 이름으로 VR, 로봇 대전, AI 마스터즈 등 새로운 분야로 확장시켰다.

A WCG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핵심 키워드를 참여, 미래, 새로움, 힐링으로 잡았다. 뉴호라이즌이라는 부문은 미래라는 키워드에 기반해 스포츠가 향후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도했다. e스포츠라는 말이 생겨난 지 20년이 됐고 언젠가는 e자를 떼면서 정식 스포츠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뉴호라이즌에 포함된 VR, 로봇, AI 등은 e스포츠 초창기와 비슷한 분야다. 이 분야를 향후 새로운 스포츠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플레이어들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앞으로는 보는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도입했다.

Q 올해 선정된 e스포츠 종목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종목들이다. 과하게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과거에 진행된 올림픽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종목들을 채택하지만 개최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들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 유도가 포함됐고 88 서울 울림픽에서는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됐다. WCG도 개최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들을 반영하려 했다. 향후 다른 나라에서 WCG를 개최할 경우 종목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향후 전세계적으로 공히 인기있는 종목들을 정식 종목으로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스마일게이트를 포함한 업계의 역할은 무엇이며 중국 정부나 시안시 정부는 WCG 개최에 있어 호의적인가.

A WCG가 갖고 있는 지향점 자체가 게임의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높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젊은 세대가 함께 하고 아마추어들의 참여 폭을 확대해 국가 대항전을 펼치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참가자, 참가국의 명예를 고취시킨다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WCG는 비단 국가 대항전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뉴호라이즌, e스포츠 컨퍼런스, 페스티벌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게임보다 한 단계 넓은 단위의 기술, 문화까지 포함하는 젊은이들의 축제와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Q 최근 들어 게임 종목사가 e스포츠 대회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국가 대항 종합 e스포츠 대회인 WCG 입장에서는 종목사와의 논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 질문처럼 다른 게임사와 협의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단일 종목 리그가 활성화 되어 있는 종목은 더욱 그렇다. 올해 다시 문을 연 WCG라는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종목사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대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WCG는 스마일게이트라는 회사를 홍보하고 우리 회사의 게임을 정식 종목으로 만드는 창구가 아니다. 다양한 종목사들의 게임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전세계에 알리는 문호가 될 것이다.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WCG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종목사들과의 협업을 늘려갈 생각이다.

Q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가 WCG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A 민감한 부분이다. 우리가 IP를 갖고 있는 종목사가 아니기 때문에 종목사의 협조와 허락을 얻어내야만 WCG에서 해당 종목을 정식 종목으로 만들 수 있다. WCG가 지속적으로 열리면서 WCG와 종목사가 상생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종목사들이 WCG를 스마일게이트가 소유한 WCG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WCG라는 조직을 만들 때 스마일게이트와 독립시키고 중립적인 조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는 종목사들의 IP 정책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개막식 이후에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A 개막식이 열린 18일에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심난한 마음으로 현장으로 가고 있는데 입장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0시에 매표소에 줄이 엄청나게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뭉클했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워크래프트3 종목에 출전한 '문' 장재호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Q 중국 시안에서 올해 대회를 열었는데 시안측의 지원 수준은 어떤가.

A 중국도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시안 정부는 WCG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이었고 이번 대회도 정말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시안이라는 곳이 새로운 IT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러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WCG가 한 몫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 정부 안에 e스포츠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Q 과거 WCG는 매년 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대회를 마치면 내년 개최지를 선정하고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의뢰는 많이 들어오고 있나.

A 내부적으로 개최지 선정 계획을 갖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올해 대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도시나 국가를 언급하기는 무리가 있다.

Q 내년에도 차별화된 요소가 있나.

A 뉴호라이즌에 들어가는 로봇, VR 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대회의 영역을 확대하고 발굴해서 스포츠가 가능한지 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뉴호라이즌의 후보 중에 드론 레이싱 등이 오르기도 했는데 내년에 도입할 수도 있다.

Q 지금까지 점수를 준다면.

A 80점 정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WCG와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기에 준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본다. 완벽하게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시안)=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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