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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이영호가 정윤종을 압도한 결정적 장면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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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아프리카 프릭업 스튜디오는 뜨거웠습니다. 최종 병기(방송에서는 the king of Terran라고 표기했는데 아마도 정윤종의 별명인 프로토스 황제의 영어 표기인 the king of Protoss와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적었을 것 같네요)라고 불리는 이영호와 프로토스 황제로 등극한 정윤종의 4강전을 보기 위해서 입추의 여지 없이 팬들이 모였습니다.

이영호와 정윤종은 대회에 나왔다 하면 상위 입상하는 선수들입니다. 오른팔 부상으로 인해 ASL에 집중하고 있는 이영호는 ASL 3연속 우승, 4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고 4강까지 가면 무조건 결승 진출을 이뤄낸 전력이 있습니다. 정윤종 또한 ASL 시즌5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KSL로 영역을 넓혀 세 시즌 모두 4강 이상 진출했고 얼마 전에 끝난 KSL 시즌3에서는 정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두 선수가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릭업 스튜디오는 팬들로 가득 찼습니다.

소문난 잔치는 다소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3대0. 이영호가 정윤종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는데요.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다'라는 속담을 이번 4강전에 적용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영호는 다양한 볼거리와 전략, 운영, 판짜기 등을 팬들에게 제공하면서 정윤종을 압도했습니다.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테란이 다전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100점 만점짜리 답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종 병기가 어떻게 프로토스 황제를 상대로 만점짜리 답안지를 제출했는지 4강전에서 나왔던 결정적인 장면 여섯 개를 뽑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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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종(빨간 동그라미)보다 한 발 앞서 확장 기지를 늘린 이영호(노란 동그라미).
◆1세트 2팩토리 4커맨드
테란의 메카닉 전략은 커맨드 센터의 숫자에 따른 팩토리의 갯수와 직결됩니다. 미네랄 갯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앞마당을 가져가면 보통 6개의 팩토리로 운영하고-애드온은 2개-확장이 하나 더 늘어나면 8개의 팩토리까지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테란 선수들은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 앞마당을 일찍 가져가면서 6개의 팩토리를 충분하게 돌리며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자리가 잡히고 나면 확장을 늘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영호는 조금 다른 운영법을 보여줬습니다.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가져간 뒤 벙커를 짓고 탱크를 뽑아 드라군 압박을 막아낸 것까지는 일반적으로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메카닉 전략과 같았지만 확장 타이밍이 남달랐습니다. 정윤종의 드라군이 빠지자 이영호는 곧바로 2시에 커맨드 센터를 하나 더 지었습니다. 팩토리를 2개로 유지한 이영호는 탱크만 모았고 남는 미네랄로는 터렛을 대거 지었죠.

정윤종이 옵저버를 테란의 본진으로 밀어 넣었다가 파괴되자 이영호는 3시에도 커맨드 센터를 건설했습니다. 그 때까지 팩토리는 2개였기에 이영호의 전략은 2팩토리 4커맨드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4번째 커맨드 센터를 짓기 시작한 시점은 8분이었습니다. 그 타이밍에 정윤종의 넥서스는 3개였으니 테란이 프로토스보다 더 빨리 확장을 시도한 셈이지요. 1세트의 이영호는 저그가 해처리를 늘리듯 커맨드 센터를 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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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트 중에 이영호가 자원을 가장 많이 남긴 장면. 이 전투가 끝난 뒤 정윤종은 항복을 선언했다.
이영호가 이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절한 자리에 정확하게 포석을 깔았기 때문입니다. 3시 확장 앞에 터렛을 짓고 탱크로 자리를 잡은 이영호는 근처에 마인을 매설하면서 확실하게 영역을 표시했습니다. 만약 정윤종이 앞마당으로 치고 들어갈 경우에는 본진에서 생산된 탱크로 막을 수 있으니 완벽한 포석이었던 것이지요.

스타크래프트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4개 지역에서 자원을 채취하기 시작하면 미네랄이 금세 충원됩니다. 병력을 생산하지 않고 5초만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 1,000을 훌쩍 넘기지요. 경기 내내 이영호가 미네랄을 1,000 이상 넘긴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정윤종이 리콜을 시도했을 때 수비 병력을 컨트롤하느라 1,000이 넘어갔고 11시 지역에 벌처를 보내 마인을 매설하고 캐논을 일점사할 때 넘겼습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탱크끼리 일점사하지 않도록 컨트롤할 때 1,600까지 도달한 것이 최대치였습니다.

네 곳에서 자원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이영호는 경기 내내 최대한의 자원을 사용해서 병력을 뽑고 생산 기지를 늘렸으며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마지막 교전 도중 이영호의 메카닉 병력들은 공격력 3단계, 방어력 2단계 업그레이드를 완료했습니다. 엄청난 자원을 수급하면서도 남기는 것 없이 병력을 생산했고 공격 유닛의 퀄리티를 끌어 올린 이영호를 정윤종이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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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확장 외벽에 몰래 팩토리를 지은 이영호.
◆2세트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
1세트에서 확장 중심의 운영을 보여준 이영호는 2세트에서 전진 팩토리 전략을 시도합니다. 정윤종에게 '오늘의 테마는 힘싸움이야'라고 각인시킨 뒤 변칙 전술로 흔들기에 나선 것입니다.

2세트 맵인 '블록체인'의 중앙에는 미네랄과 개스를 채취할 수 있는 지역이 있는데요. 정윤종의 프로브가 자신의 본진에 들어와서 정찰하도록 허용한 이영호는 미리 빼놓은 SCV로 중앙 확장의 외벽 오른쪽에 몰래 팩토리를 건설합니다.

이 대목에서 본진에 애드온을 달아 놓은 팩토리에서 이영호가 개발한 업그레이드가 중요한데요. 일반적으로는 벌처의 마인 업그레이드를 시도합니다.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은 테란이 앞마당에 확장을 일찍 가져가면 이를 공략하기 위해 드라군의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완료하면서 벙커나 건물을 공격하려고 합니다. 전진 팩토리를 시도한 테란이라면 드라군의 퇴로에 마인을 매설하면서 드라군을 잡아내려 할 것이지만 이영호는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를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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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종의 본진에 난입한 이영호의 벌처 2기. 마인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며 프로브를 사냥하고 있는 벌처의 오른쪽에 스타게이트가 보인다.
이영호의 판단은 맵의 특징까지 활용한 전술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맵은 12시, 3시, 6시, 9시로 이동하는 직선 거리가 에그로 막혀 있습니다. 이쪽에 테란이 자리를 잡으면 셔틀이 없을 경우 애를 먹을 수 있기에 정윤종은 드라군으로 테란을 압박하는 대신 에그를 깨러 갔는데요. 그 틈을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벌처가 파고 들었고 본진에 난입, 프로브를 대거 잡아낸 뒤 스타게이트까지 확인했습니다.

벌처 2기의 난입으로 경기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탱크 5기를 모은 이영호는 SCV를 동반해 치고 나갔고 전진 팩토리에서 생산된 벌처까지 합류시켰죠. 캐리어의 인터셉터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시점에 프로토스의 앞마당에 자리를 잡은 이영호는 시즈 모드 탱크 앞뒤에 터렛을 이어지으면서 조이기를 성공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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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종의 프로브 정찰 타이밍이 늦은 것을 간파한 이영호는 배럭을 늘리면서 맞춤 대응을 선보였다.
◆3세트 M신공
0대2로 패배 위기에 몰린 정윤종은 '오버워치'에서 전진 게이트웨이 전략을 구사합니다. 중앙 지역에 파일런과 게이트웨이를 지은 뒤 이영호의 본진으로 프로브를 보낸 정윤종은 개스 러시를 시도합니다.

이영호는 정윤종의 개스 러시 타이밍이 미세하게 늦다는 점을 간파하고 배럭을 2개 건설합니다. 어디엔가 다른 건물을 짓고 내려왔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것이지요. 이영호는 인터뷰에서 "'오버워치'가 2인용 맵이기에 정찰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데 정윤종이 조금 늦게 왔다는 것을 느꼈고 개스 러시까지 시도하자 곧바로 배럭을 늘렸다"라고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질럿이 파고 들지 못하도록 서플라이 디폿으로 바리케이트를 쳐놓은 이영호는 2개의 배럭에서 꾸준히 머린을 생산했고 본진으로 들어온 질럿에게 어떤 피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정찰 보낸 SCV로 전진 건물의 위치를 파악한 이영호는 SCV 5기를 대동해 진출했고 정윤종의 게이트웨이를 파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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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종의 본진 입구에서 SCV 4기로 드라군을 감싸는 신들린 컨트롤을 보여준 이영호.
머린을 전장에 계속 동원한 이영호는 프로토스의 본진 입구에서 결정적인 컨트롤을 해냅니다. SCV 4기가 드라군을 감싸는 컨트롤-워크래프트트3에서 자주 나왔던 소위 M신공-을 성공시키면서 정윤종의 드라군을 잡아내지요.

가뜩이나 본진에 게이트웨이가 1개밖에 없었던 정윤종은 드라군을 허무하게 잃으면서 수비할 수 있는 여력이 사라졌고 이영호는 벙커를 2개나 완성시키면서 낙승을 거뒀습니다.

이영호와 정윤종의 경기를 중계한 이승원 해설 위원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습니다. 1세트에서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정윤종에게 남은 경기 또한 확장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줬고 2세트에서는 마인 업그레이드가 아닌,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허를 찔렀으며 3세트에서는 프로토스의 전진 건물에 대해 완벽한 카운터 펀치를 준비하는 등 생산력, 전략, 운영, 판짜기까지 흠 잡을 것이 없다고 평가판 것이지요.

이영호는 오는 9월 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위치한 능동 숲 속의 무대에서 열리는 ASL 시즌8 결승전에서 프로토스 장윤철을 상대합니다. 정윤종에게 보여줬던 완벽한 경기력을 또 다시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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