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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리그 결승 기획] 리그 연기 득 된 한화생명, 더 강해진 문호준

한화생명 박도현, 배성빈, 최영훈, 문호준(왼쪽부터).
한화생명 박도현, 배성빈, 최영훈, 문호준(왼쪽부터).
지난 시즌 문호준이 보여준 경기력은 아쉬움이 컸다. 팀전 결승전에서는 샌드박스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했고 개인전에서도 4위에 머무는 등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할 성적을 거뒀다. 이제 문호준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시즌 8강 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평가가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개막전 샌드박스에게 충격의 완패를 당했고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한화생명e스포츠의 팀워크는 불안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아이템전 수장인 이은택이 건강상 이유로 리그 참여가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무기한 리그 연기, 코로나19로 득 본 한화생명

8강이 끝난 뒤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도 샌드박스가 우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다크호스가 있다면 락스 정도였다. 8강 풀리그에서 샌드박스를 잡아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에이스 결정전까지 간다면 현재 폼이 제일 좋은 이재혁을 보유한 락스가 그나마 샌드박스의 대항마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우승권에서 그렇게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8강이 끝난 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리그가 무기한 연기됐고 이로 인해 판도가 바뀌었다. 모든 선수들은 무한 휴식에 들어갔고 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번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한화생명은 8강 풀리그에서 헤매던 박도현과 배성빈의 경기력을 가다듬는데 주력했고 이은택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이템전 특훈에 돌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세 달여 만에 펼쳐진 카트라이더 리그 4강 풀리그에서 한화생명은 완전히 달라진 팀워크와 경기력을 선보였다. 1경기 아프리카전에서 승리할 때만 하더라도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패했고 이번 시즌 8강에서도 무력하게 진 샌드박스를 상대로 한화생명이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피드전, 아이템전 모두 샌드박스를 압도하며 승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백미는 락스와의 경기였다. 락스는 샌드박스를 8강, 4강에서 모두 잡아내며 미친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박인재 감독의 수많은 작전에 다른 팀들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4강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화생명과 락스는 결승전 직행을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모두들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면 이재혁을 보유한 락스가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한화생명은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락스를 꺾었다. 워낙 기세가 좋은 락스였기 때문에 한화생명이 락스를, 그것도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화생명은 3개월 동안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면서 팀워크를 정비했고 더욱 강해진 팀으로 돌아왔다.
한화생명 문호준.
한화생명 문호준.

◆더 날카롭고 더 노련해진 문호준

문호준은 끝이라는 평가는 이제 뒤집을 수 없어 보였다. 지난 시즌 문호준은 팀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개인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문호준이 개인전에 출전해 입상하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본인도 팬들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문호준의 시대는 저무는 듯 보였다.

8강까지도 그 예상은 현실이 된 듯 보였다. 샌드박스를 상대로 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문호준의 부활은 요원해 보였다. 개인전에서 1위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긴 했지만 예선이었기에 큰 의미는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세 달의 휴식 기간이 끝난 뒤 문호준은 마치 특훈이라도 한 듯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팀전 4강 풀리그에서 문호준은 펄펄 날았다. 스피드전에서는 러너와 스위퍼 역할을 모두 해내며 미친 활약을 펼쳤고 아이템전에서는 이은택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전천후 경기력을 보여줬다.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역시 문호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특히 락스 이재혁과의 경기는 백미였다. 에이스 결정전 무패 박인수를 2연패로 몰아 넣으며 최강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이재혁을 상대로 문호준은 엄청난 역전극을 일궈내며 승리,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개인전에서도 날아다니고 있다. 문호준은 16강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1위로 결승에 안착했다. 문호준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 지 겨우 3개월 전이었지만 다시 문호준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실력이었다.
한화생명 박도현(왼쪽), 배성빈.
한화생명 박도현(왼쪽), 배성빈.

◆개인전 탈락한 배-박 라인, 팀전 ‘올인’

지난 시즌 개인전에서 나란히 2, 3위를 기록하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던 박도현과 배성빈이 이번 시즌에는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다. 최종전에서 박인수, 이재혁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밀려 최종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오히려 이 부분이 한화생명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리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전과 팀전 모두 신경 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두 선수는 개인전에서 나란히 2, 3위에 입상했지만 팀전 결승전에서는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해 샌드박스에 완패하고 말았다.

이번 시즌 두 선수의 개인전 탈락은 한화생명에게 득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련을 버리고 남은 기간 팀전에 집중한다면 한화생명은 문호준을 필두로 충분히 우승컵을 들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건재한 최영훈

에이스 라인, 스위퍼 라인, 아이템전 에이스 등 다양한 라인업을 비교했을 때 한화생명이 락스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여지는 것은 단연 스위퍼 라인이다. 락스의 송용준과 한화생명 최영훈을 단순하게 비교했을 때는 경험이나 실력 모두 최영훈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최영훈.
한화생명 최영훈.

최영훈은 팀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본인이 주인공이 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1위로 달리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은 팀 문호준이나 박도현이 1위를 할 수 있도록 중위권에서 엄청나게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최영훈이 카트라이더 리그 최강 스위퍼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아이템전 역시 락스에서 최영훈보다 잘하는 선수가 없다. 아이템전 에이스라 평가 받는 사상훈 역시 최영훈보다는 경험이나 실력면에서 클래스가 다르다는 평가다.

이번 결승전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최영훈이다. 만약 최영훈이 스피드전에서 락스 송용준, 아이템전에서 사상훈을 압도한다면 생각보다 경기가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최영훈의 어깨에 한화생명의 운명이 달려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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