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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프로레슬링 1세대 트로이카 마지막 별, '당수왕' 천규덕

'당수왕' 천규덕
'당수왕' 천규덕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스타의 갑작스런 죽음은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스포츠 스타의 죽음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당수왕'으로 유명했던 프로레슬러 천규덕이 향년 88세를 일기로 지병으로 타계했다. 그는 '박치기왕' 김일(1929~2006), '비호' 장영철(1928~2006)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이뤄 한국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지금은 국내에서 역사속으로 잊어진 스포츠이지만 프로레슬링은 한때 최고의 스포츠였다. 현재와 같은 프로스포츠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인 1960~70년대, 프로레슬링은 프로복싱과 함께 국민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안겨준 대표적인 양대 프로스포츠였다.
프로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날은 거리가 텅 비었다. TV가 많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프로레슬링을 보기위해 TV가 있는 집 마당에 앉아 브라운관을 통해 레슬링을 지켜보았다.

경기가 시작되면 마당은 시끌벅적했고 한편에선 “김일의 박치기가 최고다”, “아니다 장영철의 모두발차기가 최고”, “무슨 소리냐. 천규덕의 당수촙이 제일이다”라면서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 프로레슬링은 천규덕이 장영철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역도산의 경기를 보고 매트에 나무기둥을 세워서 링을 만들어, TV에서 본 기술을 흉내 낸 것이 시초였다.

1961년 6월 17일 서울 운동장에서 ‘5.16 혁명 기념 전국 프로레슬링 대회’가 열렸다.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는데도 관중은 차고 넘쳤다. ‘붕 날라서 두 발로 상대의 가슴팍을 때리는’ 모두발차기의 명인 장영철과 당수도의 1인자 천규덕은 금세 인기를 모았다. 특히 천규덕은 역도산처럼 몸에 짝 달라붙는 검은색 타이즈가 상징이었다. 보통 짧은 반바지를 입었던 다른 선수들과의 차별화된 전략이었다.

일단 팬을 확보한 프로레슬링은 장영철, 천규덕 두 간판스타를 앞세워 꾸준히 흥행몰이를 했다. 천규덕은 일본선수들을 국내로 끌어들여 무참히 깨뜨림으로써 우리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었다. 관중들은 천규덕이 궁지에 몰리면 ‘당수’를 외쳤고 소를 맨손으로 때려잡기도 한 천규덕은 당수도로 일본선수들의 가슴팍은 두어 차례 가격,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역도산의 제자 김일의 귀국 이후 프로레슬링은 일본레슬러들의 방한경기도 많아졌고 내용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1965년 8월 6일, 김일, 장영철, 천규덕 트로이카가 주축이 된 대회가 열렸다. ‘극동 헤비급 선수권 쟁탈전’. 구름관중이라고 할 정도로 장충체육관은 인산인해였다. 동네 부잣집 앞마당에 설치된 흑백TV 앞에도 동네 사람들이 몰렸다.

한국 대표는 김일, 장영철, 천규덕을 비롯해 10여명이었다. 일본에서는 역도산의 제자 4명 등 에이스급이 출전했다. 8월7일 열린 준결승전은 모두 한일전이었다. 김일은 요시무라(吉村)을 2대1로 눌렀으나 천규덕은 일본의 요시노 사도에게 아쉽게 패배하였다. 11일 열린 결승전에서 김일은 초반 약세를 보이다가다 막판 박치기를 작렬시키며 일본 선수를 물리치고 제1회 극동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다.

당시 프로레슬링은 '기승전 필살기'였다. 초반 수세였다가 공세로 돌아 쉽게 이기는가 싶을 때 일본레슬러가 쇠붙이를 김일의 이마를 그어 피를 흘리게 한다. 피를 본 관중들이 “일본놈 죽여라”고 아우성을 치면 체육관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가 되고 만다. 이때 김일은 박치기, 장영철은 드롭킥, 천규덕은 당수촙으로 마무리 한방을 날린다. 상대는 비틀거리다 쓰러지고 관중들은 일시에 환호성을 터뜨리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다.

김일, 장영철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당수왕’ 천규덕 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1세대 프로레슬러 트리오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강원 마니아리포트 기자/lee.kangwon@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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