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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다사다난했던 과거 털고 라틴으로 도전장 내민 '레이' 전지원

'레이' 전지원.
'레이' 전지원.
'레이' 전지원은 아직 23살이지만 데뷔 7년 차 베테랑 선수다. 2014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전지원은 게임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2014년 7월 중국에서 꿈을 이뤘다. 중국에서의 프로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전지원은 경기를 뛰는 것이 굉장히 행복했다고 말했다.

전지원은 2014년 중국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의 2군 팀에서 활동을 시작해 북미에서 두 시즌을 보낸 뒤 2018 시즌 다시 EDG로 복귀해 1군 주전 선수로 활동했다. 2020 시즌 kt 롤스터로 이적해 첫 챔피언스 코리아 무대를 밟은 전지원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도 했고 개인적인 사정이 겹치며 서머 시즌 휴식을 선언했었다.

지난 10일 강남역 부근에서 전지원을 만났다. 전지원은 라틴 아메리카 리그를 선택한 이유, EDG 2군 팀에서 활동했던 시절, 북미 클라우드나인(C9)에서 다시 EDG로 돌아간 이유, 2020년 kt 롤스터에서 보낸 LCK 등을 인터뷰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Q 전지원 선수가 올해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고 들었다. 다음 시즌 라틴 아메리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
A 올해는 생각이 많은 해였다. 이번 여름에 개인 사정으로 휴식을 취했고 경기도 자주 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kt 롤스터와의 계약 종료 후 '내가 이렇게 끝나야하는 건가,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았는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 팀을 찾았지만 올해 잘 못하기도 했고 보여준 것도 없어 많이 찾아주지 않더라. 그 상황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있는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이 팀은 열정은 뛰어나지만 이기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해 내가 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라틴 아메리카 리그를 선택했다.

또 2018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EDG 소속으로 라틴 아메리카 팀인 인피니티 e스포츠에게 패했었다. 당시 인피니티 선수들이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대회에 임하는 자세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이 저런 부분을 보고 배웠으면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Q 라틴 아메리카로 향하는데 언어 문제는 해결했나.
A 지금 당장은 라틴 아메리카 팀에 통역, 코치도 없고 한국인은 나 혼자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중국과 미국에서 생활할 때 내 폼을 올리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언어 공부를 조금 소홀히 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이 노력 중이다. 성적도 잘 내려면 언어 부분을 무시할 수 없어 기본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도록 공부하고 내가 하고자하는 것을 우리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한다.

Q 스스로 말하는 전지원은 어떤 사람인가.
A 나는 항상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중국과 미국, 한국 팀을 경험했고 계속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면 나 자신이 게을러지는 것을 느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도전을 할 때 마다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져서 정말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정이 없으면 재미있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 전지원.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 전지원.
Q 중국에서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A 처음 중국 LPL 소속 EDG의 2군 팀인 AD 게이밍에서 활동할 때 경기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았다. 3부 리그부터 시작해 중국 명문 2부 팀들을 전부 이기고 우승을 차지해 2부 리그로 직행했다. 솔직히 말해서 LPL의 2부 리그인 LSPL(현 LDL) 2부 리그에서도 우리 팀은 '패왕'이었다. 당시 팀 성적도 독보적이었고 2015년에는 당시 다른 팀에 있던 '칸'-'미키'-'블랭크'-'플라이'-'프로핏'-'클리드'-'도인비' 등과 경쟁해서 다 이겼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도인비' 김태상의 QG한테 패배해 LPL 직행은 못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서머에 EDG 1군으로 콜업됐다.

Q 첫 LPL 1부 리그 경험을 돌이켜 보자면.
A 1군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아쉽다. 한 경기에 외국 선수 2명만 출전할 수 있었는데 당시 우리 팀에 '데프트' 김혁규와 '폰' 허원석이 있었고 이들의 경기력이 대단했다. 딱 한 번 내게 기회가 주어져 2015 LPL 서머에서 스네이크를 상대로 'Clearlove' 밍카이와 '폰' 허원석과 같이 출전했지만 첫 출전이라 긴장도 많이 됐고 대단한 선수들이랑 같이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됐다. 그래도 당시 허원석이 경기를 잘 이끌어줘 승리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는 다들 알다시피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Q 그래서 EDG를 나오기로 결심한 것인가.
A 선수 생활을 뒤돌아보면 그때 내 피지컬이 제일 좋았다고 생각했고 다른 팀으로 이적 후 경기에 출전해 피지컬을 유지하고 싶었다. 개인 방송에서 당시 이적 관련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내 진짜 의도는 EDG 또는 중국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방송에서 말한 것이고 정말 중국 팀들이 싫었다면 얘기도 안 했을 것이다. 중국 팀과 선수들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얘기한 것인데 해외 번역이 와전되다 보니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

EDG 주전 톱 라이너로 2018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전지원.
EDG 주전 톱 라이너로 2018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전지원.
Q 이후 북미 클라우드나인(C9)에서 2017 LCS 스프링 준우승을 차지하고 다시 중국 EDG로 돌아갔다.

A 확실한 주전으로 성과를 내고 싶었고 계속되는 주전 경쟁에 지쳐 팀을 나왔다. 2017년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에서 중국 EDG를 만났는데 무엇인가 계속 EDG랑 엮인다는 느낌을 받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EDG 선수들과 코치들이랑은 사이가 좋았고 이적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첫 프로 시작을 EDG에서 했기에 더 애착이 가 다시 한번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LoL 솔로 랭크 중국 서버에서 랭킹 1등을 달성했었고 이 부분을 좋게 봐줬고 2017년 12월에 테스트를 통과하고 입단하게 됐다.

Q 처음 주전으로 활동한 2018년 EDG에서의 성적은 어땠나.
A EDG에서 주전으로 활동하면서 '스카웃' 이예찬과 함께 데마시아 컵을 우승했고 2018 LPL 스프링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해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그 이후 팀의 2018 월드 챔피언십 진출까지 이뤄냈고 당시 우리 팀의 스크림 성적이 정말 좋아 우승 가능성이 충분하다 생각했다. 스크림 10경기를 하면 그 중에서 8, 9경기는 이겼고 잘 한다고 소문난 톱 라이너들도 많이 이겼다. 그러나 월드 챔피언십 8강 프나틱과의 경기에서 스크림에서 했던 것 만큼의 경기력이 안나와 떨어진 것 같다.

Q 2019년 중반기에 휴식을 선언했다.
A 2019 시즌은 계약 문제가 해결이 안돼 많이 힘들었던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2019 LPL 스프링에서 LPL 써드 톱 라이너 상도 받았고 팀 내에서도 MVP를 가장 많이 받았지만 당시 내 이미지는 '버스(다른 사람 덕에 승리함)'였다. 2018과 2019 스프링까지가 내 커리어 하이였으나 계약 문제로 일이 계속해서 꼬여 서머때 휴식을 선언했고 시즌 종료 후 'Clearlove' 밍카이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계약 문제도 해결해주고 페이도 맞춰주겠다 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이후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 kt 롤스터 감독님의 부름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20 kt 롤스터 시절의 전지원.
2020 kt 롤스터 시절의 전지원.
Q kt 롤스터에서 보낸 2020 시즌도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A 폼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스크림 성적도 나름 준수하게 나왔다. 그런데 경기를 많이 못 뛰다보니 슬럼프가 오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kt 롤스터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10%도 못 보여준 것 같고 실수를 많이해 만족은 못하지만 LCK 스프링 아프리카 프릭스 경기만 내 능력의 20%를 보여준 것 같다. 이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스프링이 끝난 뒤 숙소를 나갔고 건강상 문제는 아니었다. 2020 LCK가 한국에서 뛸 수 있었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이 아쉽다.

Q 중국-북미-한국을 넘어 라틴 아메리카에서 새롭게 도전한다. 해외 리그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프로 지망생 또는 신인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A 6년 전 프로를 시작했을 때부터 혼자 부딪히면서 얻은 노하우를 얘기하자면, 대회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어떤 대회든 무조건 뛰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추어 또는 신인일 때 제일 패기있게 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보여줘야 나중에 좋은 기회로 돌아온다.

그리고 무조건 계약은 조심해야 한다. 당사자가 직접 팀과 계약을 맺는 것이니 잘 알아보고 해야하며 절대 대충하지말고 혼자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예전에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끝'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는데 절대 그러면 안된다. 계약서를 본 것이 프로의 시작이고 싸인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확정지을 수 없다. 내가 계약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작별 인사를 건네는 전지원.
작별 인사를 건네는 전지원.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처음 얘기하는 것이지만 kt 롤스터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성적도 안나오니 죄송한 마음만 들더라. 예전부터 kt 팬분들께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하지 못했고 내 스스로도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안되니까 많이 속상했다. 다음 시즌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테니 한국 팬분들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수민 기자 (tim.ansoomin@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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