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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아만전사 카르고 25화

테라-아만전사 카르고 25화
[데일리게임]

입을 연 자는 금발에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전사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착용한 장비가 범상치 않았다. 그가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두 아만족을 쳐다보았다.

“이런 우연이 있나? 그런데 카르고를 찾아온 사람이 왜 이곳에서 서성이고 있지?”

비오넬의 입술을 비집고 가냘픈 음성이 흘러나왔다.

“카, 카르고를 아시오?”

“왜 모르겠어? 우리 파티의 리더인데 말이야. 참, 얼굴빛을 보니 중독이 무척 심각한 것 같군. 우선 해독부터 해야 할 것 같아. 포르나 부탁해.”

흰 로브를 걸친 사제가 앞으로 쓱 나오더니 두말 않고 해독 주문을 외웠다. 새하얀 백광이 몸에 서리더니 그녀의 손을 통해 쭉 뿜어져 나왔다.

파파파팟.

비오넬의 건장한 몸이 금세 백광에 휩싸였다. 동시에 시커멓게 물든 비오넬의 피부색이 놀랄 만큼 빨리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본 네이만은 기겁했다.

“세, 세상에…….”

파이시스 사냥에 가세했던 두 명의 사제는 이 정도로 뛰어난 해독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런데 눈앞의 사제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파이시스의 맹독을 무위로 돌려 버렸다. 실로 엄청난 해독 능력을 보유한 사제가 분명했다.

비오넬을 치유한 사제는 네이만에게도 해독 주문을 걸어 주었다. 속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네이만이 지체 없이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동료들이 모조리 파이시스의 독에 당했고 둘만 겨우 살아남아 도망쳐 왔다는 말에 그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너구리와 흡사한 생김새의 포포리 궁수가 싱글싱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사정을 들어 보니 부득이 파이시스란 놈을 사냥해야겠군.”

척 보아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하이엘프 검사 역시 등에 메고 있던 쌍검을 풀었다.

“그러게 말이야. 귀찮아도 동료 모험가들이 위기에 처했으니 할 수 없지.”

“후딱 잡고 레나르로 돌아가자고. 맥주 생각이 간절하니 말이야.”

그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에 네이만이 입을 딱 벌렸다. 무려 열두 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변변찮게 손도 쓰지 못하고 전멸당했다. 스파이더 퀸 파이시스는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보스 몬스터였다. 그런데 저들은 지나가는 노루나 사슴 한 마리 잡는 것처럼 가볍게 얘기하고 있었다.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하고 있는데 뒤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로 행군을 멈췄지?”

이어 거대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네이만이 숨을 훅 들이켰다. 나타난 자는 자신과 같은 아만족이었다. 그런데 체구가 자신의 한 배 반 정도나 더 컸다. 그리고 검은빛이 도는 딱정벌레의 껍질 같은 갑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특히 등에 교차로 메고 있는 도끼는 실로 엄청난 명품이었다. 대장장이 출신이었기 때문에 네이만은 도끼가 품은 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뒤이어 등장한 자는 바로 카르고였다. 그가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두 아만족을 쳐다보았다.

“뜻밖이로군. 필드에서 아만족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야. 아케니아 혈족인가?”

“그,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카르고다.”

바로 그때 놀란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 당신이 카르고입니까?”

카르고가 의아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 고함을 지른 이는 바로 비오넬이었다. 그가 눈을 부릅뜬 채 카르고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어째서 나를 아는 거지?”

“저, 저는 파야곤 제사장님이 보낸 사람입니다. 급히 전할 서신이 있다고 하셔서…….”

“파야곤 제사장은 항상 레닐을 통해 서신을 전달하는데?”

“레닐 님은 제사장들에 의해 구금된 상태입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파견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비오넬이 서찰을 꺼내어 내밀었다. 카르고를 쳐다보는 눈빛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봉인을 북 찢은 카르고가 서찰을 읽어 보았다. 눈매가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내용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었다. 서찰을 모두 읽은 카르고가 살짝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들어갔다. 그동안 두카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봐, 카르고. 모험가들이 보스 몬스터에게 붙잡혔대. 아까 얘기했던 스파이더 퀸 파이시스란 녀석이야.”

잠시 후 눈을 뜬 카르고가 입을 열었다.

“모험가들이 위기에 처했다니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지. 잡고 가자.”

카르고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던필드와 라프라스가 망설임 없이 뒤따랐다. 셀리카와 세실리아, 두카, 아로나, 포르나가 뒤질세라 뒤따랐다. 서로 얼굴을 마주본 비오넬과 네이만도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 *

파이시스의 레어는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한쪽에는 방금 포로로 잡힌 모험가들이 누에고치처럼 거미줄에 묶여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비오넬과 네이만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파이시스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파이시스의 독에 의식을 잃고 붙잡혔던 파티원들은 지금은 깨어 있었다. 거미줄로 결박하고 난 뒤 파이시스가 독을 흡수했기 때문에 의식을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은 지금 파랗게 질려 있었다.

쭙 쭈우우웁.

제법 체구가 비대한 궁수 한 명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미친 듯 발버둥을 치고 싶었지만 몸이 마비되어 있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궁수의 앞에는 거대한 파이시스가 뾰쪽한 주둥이를 궁수의 쇄골 부근에 꽂아 넣고 있었고, 그 주둥이를 통해 궁수의 체액이 남김없이 빨려 나가고 있었다.

얼굴의 혈색이 급속도로 사라지며 볼이 홀쭉해졌다. 그것도 잠시, 모든 체액을 빨리자 궁수가 절명해서 고개를 꺾었다. 몸의 체액을 모조리 빨린 탓에 남은 것이라곤 오로지 뼈와 가죽뿐이었다.

오랜만의 만찬이 마음에 든다는 듯 파이시스가 괴성을 내질렀다.

퀴르르르!

그 모습을 보던 포로들의 눈에 절망감이 어렸다. 파이시스의 마비독에 당했기 때문에 그들은 눈을 감기는커녕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다. 그런 탓에 꼼짝없이 동료가 파이시스에게 빨아 먹히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흡족한 듯 더듬이를 움직이던 파이시스가 다음 희생자에게로 향했다.

피골이 상접한 채 말라 죽은 궁수의 옆에는 여사제가 한 명 묶여 있었다. 제법 예쁜 용모를 가진 사제의 얼굴은 공포로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이어 파이시스가 뾰쪽한 주둥이를 내밀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몸이 마비된 상태였기 때문에 눈조차 감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둥이가 그녀의 쇄골 아래에 닿는 순간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그렁거렸다.

‘죽기 싫어.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그녀의 절규는 결코 겉으로 퍼져 나가지 않았다. 입을 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저놈이 감히…….”

성난 노성과 함께 화살이 한 대 날아왔다.

쐐애애액.

소리를 들은 파이시스가 포로로부터 몸을 돌렸다. 파공성이 만만치 않았지만 파이시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웬만한 화살은 파이시스의 딱딱한 껍질을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아온 화살의 위력은 파이시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캬아아악!

화살이 등판에 와서 꽂히자 파이시스가 펄쩍 뛰었다.

사실 화살 한 발 정도는 거대한 파이시스에게 전혀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보통은 튕겨 나가기 마련이지만 키틴질 껍질을 뚫고 박혀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통상적으로 모험가 무리에 속한 궁수들은 화살에 독을 바른다. 하지만 파이시스가 워낙 맹독을 품고 있는 몬스터이기 때문에 거의 영향을 미치기 힘들었다. 그것 때문에 파이시스는 화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파이시스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키아아악!

파이시스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등판에 박힌 화살촉으로부터 독 기운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파이시스의 독과는 성향이 확실하게 다른 데다 엄청난 맹독이었기에 화살을 맞은 자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화살촉의 독이 파이시스가 품고 있던 독과 상충하며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몸을 돌린 파이시스의 겹눈에 서서히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이놈!”

외마디 호통소리와 함께 달려든 이는 바로 던필드였다. 그가 긴 랜서와 방패를 앞세워 차지 공격을 가했던 것이다. 거칠게 파이시스와 격돌한 던필드가 방패로 밀어붙이며 랜서를 내뻗었다.

콰직.

견고한 등껍질이 푹 패여 들어가며 체액이 튀었다. 만만치 않은 일격에 파이시스가 재빨리 몸을 돌리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명성 높은 전사였던 던필드는 방패와 랜서로 능숙하게 공격을 막아 내며 파이시스를 밀어붙였다. 비록 카르고에겐 미치지 못하겠지만 던필드 역시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전사였다.

그 뒤를 이어 희끗한 그림자가 파이시스의 아랫배 쪽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파이시스가 고통에 겨운 신음을 토해 냈다.

캬아아악!

단단한 껍질로 보호받는 파이시스의 아랫배에는 보기 흉한 줄이 죽죽 가 있었다. 하이엘프 검사 라프라스가 비호처럼 파고들며 쌍검을 휘두른 것이다.

급히 몸을 돌린 파이시스가 독액을 뿜어냈다. 라프라스를 더욱 위협적인 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파아아앗!

라프라스가 툴툴거리며 독액을 피해 냈다.

“젠장. 카르고가 맡고 있을 때는 아무리 공격해도 쳐다보지도 않더니 말이야. 던필드. 똑바로 못 해?”

“빌어먹을…….”

던필드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맹공을 가했다. 그의 랜서가 견고한 등껍질에 연거푸 구멍을 뚫어 버리자 파이시스가 다시 몸을 돌렸다. 필사적으로 공격한 끝에 파이시스의 관심을 라프라스로부터 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몸을 돌린 파이시스가 세차게 독액을 내뿜었다.

푸우웃.

던필드가 살짝 방패를 들어 올려 독액을 막아 냈다. 그러나 파이시스는 생각 외로 영악한 보스 몬스터였다. 방패로 인해 시야가 살짝 가린 틈을 타서 또다시 독액을 스프레이 형태로 분출했던 것이다. 그 독액이 막 방패를 치우던 던필드의 얼굴에 작렬했다.

“크으윽. 이, 이놈이…….”

예상치 못했던 일격을 당한 던필드가 뒤로 주르르 물러났다.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라프라스가 맹공을 가했지만 한 번 틈을 발견한 파이시스는 계속해서 던필드에게 따라붙었다. 이미 눈이 퉁퉁 부어올라 시력을 잃은 상태라서 던필드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외마디 음성이 울려 퍼졌다.

“모두 비켜!”

귀에 익은 셀리카의 음성이었다. 그 말에 라프라스가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파이시스의 등판에 엄청난 화염 마법이 작렬했다.

콰아아앙!

사방으로 뜨거운 열기가 확 뿜어져 나갔다. 물러나던 라프라스가 급히 얼굴을 가려야 했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 날아와 작렬한 것이다.

흘러나온 체액이 곧바로 증발해 버렸고 등판의 절반이 벌겋게 익어 버렸다. 강력한 일격을 맞은 파이시스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흉성이 어린 겹눈이 마법 공격을 가한 셀리카에게로 향했다.

캬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돌격하는 파이시스. 상체에 두카가 날린 화살 서너 발이 날아와 박혔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셀리카는 도망치지 않았다. 도리어 달려드는 보스 몬스터 파이시스를 빙그레 웃으며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돌진하던 파이시스의 몸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바로 아로나의 저주가 걸린 것이다. 워낙 강한 보스 몬스터라서 서너 번을 실패한 끝에 마침내 저주가 발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시스는 그러거나 말거나 달리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그러나 셀리카는 파이시스가 지척에 도착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척에 도착한 파이시스가 날카로운 앞다리를 들어 올렸다. 파이시스의 다리가 막 셀리카의 가녀린 몸을 꿰뚫으려는 순간 묵직한 고성이 울려 퍼졌다.

“실망이로군, 던필드.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하다니 말이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렬한 충격이 파이시스의 몸에 작렬했다. 셀리카의 뒤에서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던 카르고가 움직인 것이다. 그를 믿었기에 셀리카는 일절 피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파이시스의 몸이 주르르 뒤로 밀려갔다. 카르고가 비호처럼 다가서며 몸통박치기를 가했던 것이다. 큰 충격에 파이시스가 비틀거리며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던 카르고가 등에 메고 있던 칼리아스 두 자루를 뽑아 들었다.

“길게 끌지 말고 빨리 끝내도록 하지.”

콰아아앙!

파이시스가 펄쩍 뛰었다. 카르고가 가볍게 휘두른 칼리아스가 머리통 위쪽에 작렬하며 엄청난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필사적으로 주둥이를 오므려 독액을 뿜었지만 카르고는 도끼의 면을 이용해 막아 냈다. 이어지는 독액의 분사 공격 역시 머리통을 후려갈겨 방향을 틀어 버렸다. 막강한 보스 몬스터 파이시스를 마치 장난치듯 가지고 노는 것이다.

“이제 끝이다.”

김정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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