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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한국 e스포츠 시장의 규모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4 시즌의 결승전이 열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4만 여 명의 유료 관객이 입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4 시즌의 결승전이 열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4만 여 명의 유료 관객이 입장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 중계를 보다 보면 선수들의 연봉에 눈이 휘둥그레 진다. 2014 시즌 메이저 리그 전체 1위 연봉인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는 2,600만 달러(한화 약 268억 원)을 매년 벌어들이고 있고 류현진 또한 433만 달러(한화 약 45억 원)을 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연봉자는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이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15억 원을 받으면서 연봉 2위인 삼성 라이온스 이승엽의 2배 가까이 받고 있다.

한국 야구의 연봉 1위인 김태균은 미국 야구 연봉 순위 249위인 류현진보다도 1/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최고 인기 프로 종목인 야구이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증거다.

최근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이 연이어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2014년 스프링 시즌이 끝난 이후 KT 롤스터에서 활약하던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이 중국의 스타혼 로얄클럽으로 이적했고 CJ 엔투스 블레이즈의 서포터였던 '러스트보이' 함장식이 솔로미드로 자리를 옮겼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이 끝난 이후에는 KT 롤스터 애로우즈의 '카카오' 이병권, '루키' 이병권이 중국 팀으로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고 2014 시즌 롤드컵이 끝난 이후에는 SK텔레콤 T1 K의 원거리 딜러 '피글렛' 채광진이 미국 팀인 커즈 게이밍으로, '막눈' 윤하운이 미국 팀인 퓨전 게이밍에 새로이 둥지를 틀었다. '류' 유상욱과 '호로' 조재환은 유럽팀인 밀레니엄과 계약을 체결했다.

선수들이 외국 팀으로 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소속 팀과의 재계약이 불발된 뒤 한국 팀의 러브콜이 없거나 한국보다 대우가 좋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연봉이 높고 연습 시간이 적으며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언어까지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한국보다 경쟁의 수위가 높지 않기에 선수들의 최종 목표인 롤드컵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도 매력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연봉일 것이다. 한국 팀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 기업 게임단의 연봉 수준이 3~5,0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했을 때 외국 팀으로 이적했을 때 2배 이상을 벌 수 있다. 선수 수명이 짧고 군대라는 장벽이 있는 상황에서 두 배의 연봉은 적지 않다.

한국 선수들이 외국 팀으로 줄지어 이적하자 팬들은 한국 e스포츠 시장의 한계에 대해 통탄스럽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프로게임단이 선수들에 대한 대우를 높여주고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옳은 지적이지만 한국의 e스포츠라는 시장의 규모에 대해 생각해보면 반론의 여지가 있다. 한국의 스포츠 시장은 크지 않다. 앞쪽에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의 연봉에 대해 적어 놓은 이유도 한국 스포츠 시장에 대한 규모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야구조차 외국 팀보다 많은 연봉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e스포츠는 후원사 중심, 홍보 효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대기업이 프로게임단을 유지하고 있고 게임 방송은 대회마다 후원사를 유치하면서 제작비를 만들어왔다. 2000년대 중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대기업이 뛰어들었지만 대기업은 홍보 효과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왔다. 실제 재무제표에 수입으로 올려 놓을 항목이 없다는 것이 대기업 게임단이 지금까지 가져온 고민이다. 1020 세대가 구매력을 가질 것이고 프로게임단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목표는 이뤘을지 몰라도 게임단이 수익을 내는 상황은 아니다.

리그에 유료 관중 제도가 도입된 것도 얼마전부터다. 롤드컵 결승전에 유료 관중 40,000여 명이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게임단에 돌아가는 수익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도 얼마 전부터 8강전을 시작으로 유료 좌석제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게임단의 수입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 팀들처럼 스트리밍 방송이나 직접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도 어렵다. 스트리밍 방송의 경우 전략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시도하기가 어렵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타임 킬링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막상 리그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에는 이 시간조차 아깝다. 개인 방송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것도 유명 선수 서너 명에 국한된 일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경기까지 침체기를 맞으면서 기업들은 홍보 비용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게임단에게 직접 수익을 내라면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게임단은 선수들의 연봉을 높여 주고 더 나은 대우를 해주고 싶지만 경기 침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

오히려 미국, 유럽, 중국 등 새롭게 e스포츠에 눈을 뜨고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지역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캐나다까지 포함하면-북미라고 통칭하고 있다-3억5,000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유럽은 유럽 연합에 가입된 나라의 인구를 합하면 5억 명에 달한다. 중국은 13억5,000 으로 전세계 인구 1위다. 세 지역 모두 경제력까지도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공격적으로 한국 선수 영입에 나선다면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선수 보호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추진한 것처럼 소속 게임단을 대표해서 영업을 성사시킴으로서 회원사가 모두 이익을 나눠갖는 방식을 취하든, 세계 시장에 선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정당하게 이적료를 받으면서 인큐베이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얻어낸다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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