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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열전] STX 박종수 “형 같은 코치 되고 싶다”

아직은 선수인 것이 익숙한 이름 박종수가 이제는 플레잉 코치로 변신한다. 지난 시즌 후반부부터 선수들의 경기를 지도하고 전략을 짜는 등 플레잉 코치 역할을 했던 박종수가 이번 시즌부터는 정식으로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게 된다.

주장 역할까지 동시에 할 예정으로 알려진 박종수는 “플레잉 코치가 적성에 맞는다”며 자신의 위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오히려 게임을 할 때보다 더 의욕적으로 플레잉 코치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종수는 “내가 게임을 할 때보다 후배들의 게임을 도와줄 때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라운드 말부터 프로토스 선수들과 함께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게임 흐름을 잡아나갔어요.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뒤 경기에 나가 승리하는 것을 보니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특히 제가 심열을 기울여 짜준 전략으로 선수들이 승리하면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더라고요. 이 맛에 코치하나 봐요.”



특히 박종수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갈 때는 경기를 하고 온 선수도 “형,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고.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플레잉 코치직을 수행하며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 형, 동생으로 지냈던 선수들인 만큼 아직까지 친한 형으로만 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선수였다가 코치를 하는 사람들이 겪는 통과 의례 같은 고민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저뿐만 아니라 선수였다가 코치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거의 대부분이 저와 같은 고민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있어요.”



플레잉 코치는 선수 자격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선수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박종수 역시 사실상 은퇴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박종수는 은퇴라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최연성 플레잉 코치님을 보면서 ‘나도 저런 역할을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코치님도 경기에 자주 나오지 못할 뿐이지 하루 연습량도 꽤 되고 꾸준히 예선에 출전하시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선수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박종수는 자신이 선수생활을 잘 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많이 후회가 된다고 고백했다.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너무 다르고 예민한 성격 탓에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쳤던 것 때문에 큰 선수가 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방송 경기가 있기 전 날 밤에 제대로 잔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만큼 긴장도 많이 했고 예민했죠. 그 부분을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좋은 선수가 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이런 경험도 제가 플레잉 코치직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실패하는지 저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테니까요.”



자신을 실패자라고 말하는 박종수. 하지만 박종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패배주의에 젖은 것이 아닌 다른 일의 성공을 위해 예전의 실패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활용하겠다는 박종수. 자신의 실수를 가리기에 여념이 없는 겁쟁이들보다 훨씬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종수가 플레잉 코치로 가진 목표는 무엇일까? 우선 박종수는 STX가 프로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과 프로토스 선수 중 한 명을 우승자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이란다. 작년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김구현을 잘 훈련시켜 양대 리그 모두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기도 했다.

“(김)구현이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정말 어른스러워요. 가끔은 제가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죠.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줄 아는 멋진 친구입니다. (김)윤중이요? 플레이가 너무 단순해요. 대부분 선수들이 평소 생활 습관이 경기에서 나오는데 윤중이 성격이 매우 단순하거든요(웃음). 그래서인지 게임 스타일이 단순해요. 세심한 컨트롤만 신경 쓴다면 SK텔레콤, 삼성전자 못지 않은 프로토스 명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3개월 정도 플레잉 코치 역할을 했지만 박종수는 이미 선수들의 모든 것을 챙기고 걱정하는 좋은 코치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박종수는 “이 모든 것이 감독님과 코치님들 덕분”이라며 자신을 챙겨주는 분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박종수의 말을 가장 안 듣는 선수는 누구일까? 예전에는 김윤중이 장난이 심해 말을 제일 안 들었는데 요즘은 조일장이 김윤중보다 심하단다. 가끔 보면 박종수와 조일장이 동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박종수는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로 주저 없이 김윤환을 꼽았다. 게임 실력을 떠나서 자기 관리가 무척 철저한 선수이기 때문에 분명 성공할 줄 알았단다.

“(김)윤환이는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나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절대로 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가끔 선수들이 연습이 끝나고 숙소에 올라와 TV도 보고 다른 일들을 하는데 윤환이는 그런 적이 없어요. 다음 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일찍 자야 한다며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연습시간에는 가장 진지하게 연습에 임하죠.”



코치가 되고 나서 오히려 건강도 좋아지고 생활이 좋아졌다는 박종수.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박종수는 어떤 코치가 되고 싶을까?

“친 형 같은 코치가 되고 싶어요. 힘들 때 편하게 다가와 고민을 이야기 하고 도움을 청하는 그런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팀원들이 힘들 때 나를 찾아올 만큼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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