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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맵 제작자 김진태와 함께 하는 맵 이야기

리그가 없던 비시즌 동안 한국e스포츠 협회에서는 차기 시즌 공식맵 선정을 위한 맵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에서 동시에 진행된 맵테스트는 비시즌 볼거리를 제공한데다 차기 시즌 맵에 대한 프로게이머와 코칭스태프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맵에 대한 이슈가 풍부했던 이번 비시즌. 데일리e스포츠는 이번 맵테스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한국e스포츠 협회 김진태 맵제작팀 팀장을 만나 차기 시즌 신규 맵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맵 제작자가 가지는 고민과 생각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DES=지난 23일부로 맵테스트가 끝났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김진태=차기 시즌 좋은 맵을 선정하기 위해 6월 말부터 기획했던 맵테스트가 무사히 끝나고 나니 시원 섭섭하네요. 사실 동족전이 많이 나온다거나 경기 양상이 재미 없게 진행되는 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 모든 책임을 ‘맵 제작자’에게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맵 제작자는 새로운 맵을 만들고 평가를 받을 때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인지 맵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웃음).

이번처럼 많은 게임단이 방송을 통해 직접 맵테스트에 참여하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맵테스트는 큰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참여해 주신 게임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DES=신규 맵 중 프로토스 선수들이 ‘절대 쓰이면 안 된다’고 말했던 아스가르드의 탄생 배경에 대해 듣고 싶네요.

[[img2 ]] 김진태=아스가르드는 컨셉트가 무척 훌륭한 맵이었어요. 하지만 좋은 컨셉트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 장기전이 양산되는 맵을 보다가 소수 유닛 싸움 같은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 위에 탄생한 맵이 아스가르드죠.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선수들이 소수 유닛으로 끊임없는 공방전을 펼칠 것을 기대하고 만든 맵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가 나왔죠. 삼국지에서 보면 적은 병력수로 공격을 할 때는 수비를 하고 있는 적을 치려면 10배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10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병력이 공격에 가담하지 않으면 작정하고 수비하는 적을 무너트리기가 쉽지 않더군요. 서로 치고 받는 소수 유닛 싸움을 기대하고 만든 맵이 오히려 수비를 권장하는 맵으로 탈바꿈 한 것이죠.

도재욱 선수가 수비만 하면서도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재호 선수가 작정하고 수비를 선택해 이긴 것도 모두 이 이유 때문입니다. 맵을 만든 의도와 전혀 반대의 경기가 나오게 된 것이죠. 컨셉트 자체는 매우 훌륭한 맵이었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DES=아스가르드도 그렇고 이번 맵들은 왠지 올드 선수들의 플레이를 끌어내는 맵들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김진태=매번 같은 양상의 경기가 나오기 때문인지 이번 맵 제작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옛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게끔 만든 맵들이 많더라고요.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싶은 욕망이 맵 제작자들에게 있었나 봅니다(웃음).

또한 이번 맵 제작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신 맵에 파이썬 이후로 나오지 않았던 국민맵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더군요. 포스트 파이썬을 만들기 위해 맵 제작자들이 고심한 흔적을 여러 맵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DES=개인적으로는 어떤 맵이 국민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나요.

[[img3 ]]김진태=개인적으로는 용오름이 가장 무난한 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예전 로템이나 루나, 파이썬과 비교해 봤을 때는 결코 무난한 맵은 아니네요. 이번 시즌에도 포스트 파이썬은 나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웃음).

은빛날개도 다른 맵들에 비해서는 무난한 맵이라고 볼 수 있죠. 맵 탄생 자체가 국민맵을 노리고 나왔기 때문인지 다른 컨셉트형 맵보다는 무난한 것 같습니다. 아마 차기 시즌에도 용오름, 은빛날개는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DES=이번 맵테스트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사전에 맵에 대한 의견을 많이 취합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진태=사실 예전부터 안타까웠던 것이 있어요. 제작자들은 맵을 만들 때 특정 종족에 대한 배려나 배척을 하지 않습니다. 우선 맵의 컨셉트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죠. 맵을 다 만든 뒤 종족 밸런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맵 제작자가 아무리 깊이 생각을 해 종족 밸런스를 맞춘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맵테스트를 대대적으로 할 수 없었던 예전은 리그 자체가 맵 테스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위험 부담을 많이 줄였습니다. 선수들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오프라인에서 말할 때보다는 책임 있는 발언을 했고 방송으로 나가다 보니 경기의 질도 오프라인 맵테스트 때보다 훨씬 좋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만약 시즌 전 게임단들의 도움으로 대대적인 맵테스트를 할 수 있다면 시즌 중 맵이 교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ES=지난 시즌 맵 중 가장 의도와 다르게 나타난 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img4 ]]김진태=아마도 단장의능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장의 능선은 오프라인 맵테스트 때는 테란맵이라는 판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초반 테란전 비율이 높았죠. 하지만 리그 중반으로 흐를수록 프로토스에게 유리해 지더군요. 단장의능선은 프로토스 출전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승률이 높았던 종족은 저그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저그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뮤탈리스크 컨트롤뿐만 아니라 운영의 묘를 깨달은 듯한 플레이를 펼치며 저그의 승수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죠. 테란맵으로 시작했다가 프로토스 맵이 됐고 마지막에는 저그맵으로 마무리된 단장의능선을 보면서 맵이라는 것은 정말 많은 변수로 인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됐죠.



맵 제작자가 신이 아닌 이상 그 변수를 다 감안하고 맵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변수를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DES=프로리그는 안정적인 맵이 개인리그는 컨셉트가 강한 맵이 사용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요.

김진태=프로리그는 아무래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개인리그보다 강하고 워낙 긴 레이스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무난한 맵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맵에 출전하는 선수가 강제되지 않다 보니 그 맵에서 가장 좋은 종족이 출전하게 되는 것이죠. 아무래도 승리가 중요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img5 ]]맵 때문에 경기가 점점 재미없어 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이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번 맵 테스트만 하더라도 컨셉트가 확실한 로드러너, 아스가르드 등은 외면 받고 있지만 무난한 맵인 용오름이나 은빛날개의 경우 호평을 받고 있죠. 그렇다 보니 프로리그는 무난한 맵이 선정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리그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연구가 필요한 맵을 선정하곤 하는데요. 이 또한 부작용을 낳기도 하죠. 개인리그는 싫던 좋던 그 맵에서 무조건 경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해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일정에 치이다 보니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지면 말자’는 플레이를 자주 펼치더라고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하지만 개인리그 4강 정도가 되면 컨셉트형 맵들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개인리그 4강에 오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 받은데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를 해오죠. 그래서 개인리그는 4강부터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DES=앞으로 점점 컨셉트가 강한 맵은 볼 수 없게 되겠네요.

김진태=아무래도 그렇죠. 컨셉트형 맵은 잘되면 대박이고 안되면 쪽박입니다. 그런 모험을 하기 보다는 아무래도 현 체제에서는 무난한 맵이 계속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맵 제작자 입장에서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긴 해요.

DES=그래도 재미있는 맵을 만들기 위해 맵 제작자들은 끊임없이 노력할 텐데요.

김진태=당연한 이야기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분야건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도전 정신과 실험 정신을 무척 높게 사고요. 저 또한 그런 부분을 염두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 좋은 맵으로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하는 것이 맵 제작자들의 작은 소망이자 궁극의 목표지요.

DES=오늘 맵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태=비시즌에 유독 큰 관심을 받는 맵 제작자로서 비시즌은 무서운 시간입니다(웃음). 하지만 이번 비시즌은 대대적인 맵테스트도 할 수 있었고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맵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맵 제작은 게임단과 방송국, 팬들과 맵 제작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DES=그래도 ‘배틀로얄’ 같은 맵이 나오면 또 맵 제작자가 모든 죄를 뒤집어 써야 겠죠(웃음)?

김진태=그런 일이 이번 시즌에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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