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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삼성전자 송병구 "악플도 관심… 성장계기 된 결승"

[신한은행] 삼성전자 송병구 "악플도 관심… 성장계기 된 결승"
[데일리e스포츠 박지현 기자]

삼성전자 송병구는 위기를 잘 극복해내는 선수다. '와우'에 빠져 성적을 그르쳤을 때도 빨리 수습하고 제 자리를 찾았고, 줄줄이 준우승을 할 때도 기어이 결승에 다시 올라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30일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10-11시즌 3라운드 4주차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박카스 스타리그 2010 결승전에서 SK텔레콤 정명훈에게 완패를 당한 충격이 분명 컸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프로리그에 출전한 송병구는 강력했다. 이미 준우승의 아픔은 깨끗하게 씻어내고 발전의 초석으로 삼을 줄 아는 노련한 선수였다.

Q 승리한 소감은.
A 개인적으로 출전을 진짜 하고 싶었다. 개인리그 연습한다고 프로리그 연습을 한판도 못한 상황에서 출전한다는 게 열심히 준비한 팀원들의 기회를 뺏는 거 같아서 지면 정말 미안할 것 같았는데, 2승으로 팀도 이기게 돼서 그런 생각이 덜 들어 다행이다.

Q 두 경기 모두 의미가 컸다.
A 어느 순간부터인가 기록을 세우는 사람과 대결하게 되면 항상 그 기록을 끊는 적이 많더라. (이)제동이 프로토스전 연승이나 (도)재욱이 프로토스전 연승도 모두 내가 끊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기록은 신경쓰지 않았다.

Q 경기 전 김택용에게 '살살하라'며 채팅을 하던데.
A 프로로 이런 말을 하면 안되는 것 같지만 서울에 늦게 도착하고 준우승하고 오는 도중에 안좋은 광경을 많이 봐서 기분이 착잡해서 어제 잠도 설치고 연습을 잘 못했다. 평소는 그냥 아무 의미없이 살살하라고 경기 전에 채팅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김)택용이가 앞에서 2킬도 하고 기세 좋아서 정말로 살살해주길 바라면서 진심섞인 말을 쳤다(웃음).

Q 최근 '택뱅록'은 모두 이겼는데.
A 오늘 경기한 써킷브레이커 맵은 MSL에도 사용된 맵이다 그때 맞붙었을 때 준비했던 것을 썼다. 빌드가 좋게 맞물려서 쉽게 이긴 것 같다. 택용이랑 하면 이상하게 무난한 상황이 안 나오고 서로 생각한대로 안 해주는 그런 면이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경기가 되는 것 같고, 서로 예상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승률도 반반일 것이다. 그래서 연습을 잘 못하더라도 빌드가 내게 좋게 갈리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마지막에 정명훈이 나올거라 생각했나.
A 나오기를 기도했다. 다시 내가 지는 한이 있어도 진짜 다시 붙고 싶었다. 어제 스스로 팬들에게 많이 죄송했다. 준우승 한 것 자체는 하나도 기분나쁘지 않는데, 예전에 준우승했던 곳과 장소도 똑같고 경기내용도 일방적이고 스코어도 일방적이라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경기 끝나고 KTX 표를 끊으러 가는데 송정역에서 내 응원 두건을 두르신 남자분 3명이 씁쓸한 표정으로 토스트를 먹고 계신 걸 봤다. 토스트값이라도 대신 내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다른 선수에게 지갑을 맡겨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고 면목이 없어서 숨어서 몰래 봤다. 기차를 타고 올 정도로 열심히 응원해주셨는데 아무 것도 보여드린게 없고 이겨서 팬미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바로 돌아가시게 만들어서 그 점이 너무 죄송했다.
막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서울역에서도 팬들이 함께 많이 내렸는데 날씨가 너무 추웠다. 벌벌 떨면서 이런 날씨에 실망하고 돌아가게 만들어서 너무 죄송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마지막 세트에서는 (정)명훈이가 다시 나와주길 바랬고, 많은 분들은 내가 기세가 꺾였다 생각하겠지만 예전에는 좌절하고 쓰러졌어도 이젠 나이도 들고 경험도 쌓인만큼 오랜만에 준우승 한 번 한걸로 꺾이지 않고 좋은 경기 잘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걸 하루만에 보여드리고 싶었다.

[신한은행] 삼성전자 송병구 "악플도 관심… 성장계기 된 결승"


Q 결승전 패인은 생각해봤나.
A 스타리그에서 염보성, 구성훈과 붙으면서 1배럭 더블커맨드에 대한 해법으로 나름대로 제시한 게 1게이트 리버 이후 트리플 넥서스였다. SK텔레콤에서도 프로토스들이 그런 빌드를 썼고, 명훈이가 딱히 해법을 못 찾을 거라 생각하면서 결승에도 또 썼다. 그런데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웃음). 엄청 준비를 잘 해왔다. 경기를 하면서 내가 할 게 다 파악이 됐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경기 한 경기 끝나면 동료들이 그에 해법을 제시했는데 그 빌드로 게임을 해본게 아니라 실제 경기에 쓰기는 막상 두렵더라. 그래서 좀 준비의 차이로 졌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나는 2년3개월만의 결승이다 보니까 올라온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 축하공연도 좋아하는 가수에다 무대에 섰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주셔서 긴장도 안되고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해서 졌을 때도 머리를 빨리 회전시켜서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런 독기를 안 가지고 있다 보니까 정신력에서도 패한 것 같다. 명훈이는 우승이 더 간절했지 않았나. 모든 부분에서 졌던 것 같다.

Q 그러면 오늘 사용한 노게이트 더블넥서스가 생각한 해법이었나.
A 올라오면서 KTX 안에서 내가 완벽한 맞춤을 당했으니 얘기를 통해 파해법을 생각하면서 왔다. 정명훈이 SK텔레콤에서 출전한 상황에 내가 나갈 수 있다면 내가 나가고 싶었다. 그 상황을 위해서라도 얘기해서 해법을 찾았다. 어느 정도 내 머리속에서는 '이거다 하는 빌드가 있었는데 그걸 쓰지는 않았다. 노게이트 더블로 시작했고 맵이 태양의 제국이라서 옛날에 준비한 것들이 있었기에 그걸 썼다. 나중에 1배럭 더블커맨드를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대처법을 보여주고 싶다.

Q 견제 방어가 결승에 비해 훨씬 좋았다.
A 오늘은 옵저버로 보니 어제 1경기와 빌드가 같더라. 프로 사이에서 내가 그 경기를 당했고 다시 하는데 똑같은 빌드고 내가 어제보다 유리한 빌드면 안 진다 생각한다. 무난한 운영이 아닌 빌드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도 나오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 어제 했던 패턴이 그려져서 쉽게 이긴 것 같다. 결승을 하기 전 연습 때도 견제를 막는 플레이를 했는데, 결승에서 당해보니 확실히 명훈이의 견제는 장난이 아니었라. 막겠다 싶어도 피해를 보고 보고 또 보고 나중에 옵저버로 보니 경기가 이미 끝나 있더라. 결승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고 독기가 약간 명훈이에 비해 부족했는데 이제 마음을 다잡았고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내가 더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결승에만 오르는 게 아니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못 했으니 다음 시즌에 더 열심히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 것 같다.

Q 정신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A 팬들 덕분이다. 어제 돌아와서 인터넷을 진짜 안 열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열고 모든 사이트에 다 들어가서 댓글을 다 읽어봤다. 댓글에 내가 불쌍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속 경기나 스케줄이 있었는데 6일중에 5일을 계속 욕먹으니 불쌍하다더라. 생각해보니 나도 내 스스로가 정말 불쌍했다. 내가 경기장 가기 싫어서 안 간 것도 아닌데, 뭘하든 다 욕이 달린다. 악플은 기분이 나빴지만 단련돼있으니 상관없다. 게이머 중에서도 욕먹을 사람이 있어야 악플달 사람도 활동할 맛이 나고 활성화되지 않겠나. 악질팬도 팬이니까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날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어제 봤으니 다음 시즌에 보답해드리겠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A 어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부모님도 찾아와주고 친척들도 오고 서울 ,대구 등 각지에서 지인들이 많이 오셨다. 팬들도 많이 오셨는데 너무 보여드린게 없어 일단 죄송하고, 내가 이 경기로 좌절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좋고, 다음 시즌에는 독기 품고 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팀원 테란들에게 결승 연습 때 화를 많이 냈지만 사실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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